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온몸의 피가 심장을 향해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다ㅡ 천운영, '행복고물상', "바늘", 창비, 160쪽.
이 소설의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오문이다. 오문이란, 문법적으로 정확해도 뜻이 통하지 않는 문장을 말한다.
왜 뜻이 이상한가. 피가 심장으로 역류하면 사람은 그 순간 죽는다. 피는 언제나 순류 [順流]해야지 한 순간이라도 역류해서는 안 된다. 굳이 위 문장을 고쳐 보자면 '온몸의 피가 심장을 향해 역류하는 듯했다' 정도가 알맞다.
물론 이 한 문장을 가지고 작가의 역량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장을 미려하게 가꾸려는 마음이 강한 나머지, 정확한 문장을 쓰려는 작가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바늘"에 나오는 몇몇 단위 문장들을 보다가 이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