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초
권철 지음, 안해룡 옮김 / 눈빛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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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환락가인 가부키초를 정면으로 포착한 사진집이다.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 아래 살아가는 온갖 인간 군상들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권력에 대한 조롱과 약자에 대한 애정이 매 사진들마다 스며 있다. 포토 저널리즘의 대단함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저자의 저력이 그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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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시대의 추세에 만감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잘 보아가지고, 언제나 그 시대에 맞게 행동해야 된다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져서 허덕이거나, 시대의 중압에 눌려 버둥거리지만 말고 시대와 병행하며 그 시대를 최대한으로 이용해야만 한다고 했다. 결국 인간이란 수하를 막론하고 종국적인 목적은 돈 모으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여하한 권세나 쥐위도, 여하한 명성이나 인기도, 따지고 보면 결국은 돈 모으기 위하는 데 있고, 또한 돈 앞에 굴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고 했다.

-손창섭, '생활적', "손창섭 단편전집1", 가람기획,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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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와 손창섭의 공통점이 있다면 막장 인간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것, 그리고 돈의 권능과 권위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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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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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작가의 마음 풍경이 곱고도 정갈한 문장으로 드러난다. 노 작가는 추태를 떨거나 고상을 부리지 않으며 겸허하고도 의연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해왔던 일들을 헤아린다. 느슨한 서사 속에 우러나는 사유는 깊고, 마음은 따뜻하다. 드디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년 소설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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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기막히군요.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한다라....
사실 비명을 찾아서'는 그 당시로서는 정말 신선했습니다. 매우 뛰어난 작품이기도 했고요.
영어공영화 발언 때문에 복거일을 극우파 비스무리하게 말하는데
사실 좀 억울한 면이 있으실 겁니다. 오히려 진보입네 하면서 뒤로는 온갖 패악질하는 유사 진보보다는 차라리 복거일의 솔직함에 땡기기도 합니다. 조만간 술 한잔 합시다. 봄이잖아요. 난 봄에 술마시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딱임...

수다맨 2014-03-29 11:53   좋아요 0 | URL
적어도 복거일은 자기 소신대로 말하고, 쓰지요. 영어 공용어화는 사실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거칠게 정리하면, 영어를 제2의 모국어 삼자는 거지요. 어렸을 적부터 공부시키고고, 관공서나 회사 같은 곳의 공문도 한글/영어로 이원체제화하자는 거지요. 이게 약 20년 전에 나온 주장인데, 사실 오늘날 상황은 복거일이 말했던 대로 돌아가고 있지요.
복거일이 암투병중에 이 글을 썼다고 하더군요. 소설로서 그리 잘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노인의 체취와 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어 꽤나 뜻 깊은 독서였습니다.
조만간 한 번 뵙지요. 봄술이 원래 은근한 맛이 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13:05   좋아요 0 | URL
오, 암 투병 중이신가요 ? 허어. 꼿꼿한 양반이셨는데.... 오래 사셔서 죽비 같은 글을 계속 쏟아내야 할 터인데 안타깝군요. 이런이런.....
하여튼 꽃술 한 잔 합시다....

수다맨 2014-03-29 15:58   좋아요 0 | URL
암세포가 너무 많이 퍼진 모양이라 손쓰기가 어려운 것 같더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때문에 이 책이 임종을 눈앞에 둔 자의 유서이자, 잠언처럼 읽히더군요.
음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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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이 있으되 재미만 추구하지 않으며, 신파가 있으되 싸구려로 주저앉지 않는다. 깊이가 있는 신파와 해학에는 언제나 눈물과 어혈이 담겨 있다. 소설은 모텔 안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비극을 에누리 없이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희망과 용기를 가져야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역설한다. 이 소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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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메랄드궁에 대한 칭잔을 여럿 듣습니다....
함 읽어봐야겠네요...

수다맨 2014-03-27 12:21   좋아요 0 | URL
역대 세계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거의 본좌 급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위 100자평은 사실 곰곰발님 말을 좀 비틀어서 쓴 겁니다. 언젠가 깊이가 있는 신파에는 눈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ㅎㅎ 그 말씀이 이 소설에 딱 들어맞습니다.
 
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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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진화한 공선옥 같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공선옥 소설에서 흔히 드러나는 신파나 청승은 절제되어 있다. 타락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시장과 공장 풍경을 그려내는 문장은 섬세하며, 연민이나 동정 없이 결말을 향해 치닫는 서사는 힘차다. 이 작가, 남성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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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한 공선옥이라.... 이 짧은 표현이 임펙트가 강하네요.
딱 느낌이 옵니다.
공선옥이 정직하기는 하면 좀 투박하죠. 지나치게....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으나 단점이 되기도 하는...

수다맨 2014-03-22 12:03   좋아요 0 | URL
투박하기보단 저는 공선옥 소설을 읽으면 신파나 청승 같은 게 조금은 느껴지더라구요. 깊이가 있는 신파나 청승이면 좋은데, 가끔은 가족로망스나 (설익은) 모성주의로 후퇴하려는 신파가 느껴져서 조금 꺼려집니다. 근작인 "명랑한 밤길"에서 이런 게 확 느껴져서 조금은 거북하더라구요(물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