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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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후진 소설은 독자를 불쾌하게 만든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불편과 불쾌 사이를 오간다. 소외된 자들을 그려내는 노력은 값지나 체험적 진실보다 작위적 설정이 도드라지니 읽는 맛이 떨어진다. 인간은 벌레다, 라는 명제를 밀고 가는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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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과 불쾌에 대한 정의 기억에 남는군요. 불편한 소설이나 영화는 자꾸 술 마실 때 줄거리가 생각나요.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다 보면 깊이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뭔가 보이고...

수다맨 2014-05-15 23:14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 추천해주신 "하녀"도 어떻게 보면 참 불편한 영화죠. 하녀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런 사람이 제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참 불편할 것 같아요. 부언하면 불편한 예술은 ㅡ응시하기 당혹스럽고 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 같지만ㅡ 확실히 회의하고 반성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대신 불쾌한 예술은 말 그대로 짜증만 유발하죠. 일례로 -곰곰발님 아주 싫어하시는ㅡ신경숙 아줌마의 "엄마를 부탁해" 같은 거는 신파와 궁상의 뒤범벅이죠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6 02:25   좋아요 0 | URL
아주 짜증 납니다. 그녀의 초기작은 전 굉장히 흥분하면서 보았습니다.
피아노가 있는 풍경 스타일은 그 당시에는 정말 전무후무한 이상한 분위기였거든요. 이야, 이런 식의 멜랑콜리는 문학이구나.... 이런 생각...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좀 도도해졌다고나 할까요 ? 어떤 허약함이 읽혀서 싫어지더군요...

수다맨 2014-05-16 03:23   좋아요 0 | URL
"외딴방"까지는 그럭저럭 읽을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손길이 잘 안가더군요. 아무래도 ㅡ곰곰발님이 말씀하신 허약함과 관련이 있겠습니다만ㅡ 저는 그녀의 소설이 소녀 감성, 혹은 억척어멈의 심리 위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그녀의 소설은 어멈이 된 소녀들이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20:50   좋아요 0 | URL
아, 신경숙에 대한 정리 묘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였는데 억척 어멈 서사와 소녀 감성을 섞으니 정답이 나오는군요. 정답입니다. 맞습니다.

수다맨 2014-05-19 20:20   좋아요 0 | URL
그냥 즉석에서 지어낸 말인데 곰곰발님께서 호응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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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이후로 연애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이 아닐까 싶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애타는 이별을 잦게 겪은 사람이 쓴 시가 바로 이럴 것이다. 젊은 시인답지 않게 언어를 절제하고 응축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그런데 달리 말하면, 시 쓰는 신형철을 보는 듯하다. 너무 달달하니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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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5-10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나라는 인간은 달콤한 밀어보다 처절한 사자후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0 13:08   좋아요 0 | URL
달달함과 처절함의 기준은 신형철이군요..

수다맨 2014-05-10 1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신형철은 박학하고 돌올한 평론가이지만 그의 지나친 문학주의적(문학에 순교하리라와 같은)인 태도에는 일정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신형철은 따뜻한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ㅡ곰곰발님이 저번에 해주신 말씀처럼ㅡ인류에 대해 극심한 경멸을 가진 이들에게 좀 더 끌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코 달달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죠. 겉으로는 온화해도 글에서는 세상이랑 끝장 보겠다는 식으로 처절해지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1 19:23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에게 딱 맞는 영화가 있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나 화녀' 함 보십시요. 아마 유투브에 가면 깔린 게 있을 겁니다.

수다맨 2014-05-12 01:20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유튜브에 있습니다^^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곰곰발님!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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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 앞에서 쓴소리를 늘어놓기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각 소설마다 활력과 박력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내밀한 지점을ㅡ이것이 슬픔이든 고통이든ㅡ 건드리는 노력이 저마다 있기는 하되 그것이 보다 급진적이거나 돌진적이지는 않다. 한 마디로 다들 너무 착하다. 좀 더 와일드해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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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5-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진정한 반항아들, 와일드한 개차반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눈치 보면서 조심조심 말하는듯하다.

창고지기 2015-01-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저도 나오기를 바랍니다) 요즘 젊은작가들은 술자리에서도 얌전하다고 합니다. 예전 작가들은 술자리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물론 술자리 난장이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한국에서는 잭런던이나 부코스키 같은 작가의 출현을 보는 게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수다맨 2015-01-22 20:46   좋아요 0 | URL
뭐 술자리에서야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ㅎㅎㅎ
다만 제 짦은 생각에는 ㅡ저기 글을 실은 작가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ㅡ 할 말을 눈치 보지 않고 했으면 하는 결기가 부족해 보인다는 거지요. 뭐랄까, 다들 세련되게 쓰기는 하는데 그다지 절실한 울림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웃이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를 점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하는 말이 카드돌려막기와 비슷하다.
올해는 김숨이다. 했는데 진짜 김숨이네요. 그만큼 문학상 수상작이 뻔하다는 겁니다.

수다맨 2015-01-25 10:56   좋아요 0 | URL
카드돌려막기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종의 돌림빵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작품이 좋아서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점점 배식 순번 받듯이 상이 돌아가는 게 문제인 듯합니다. 그처럼 문학상 수상작들이라는 게 대체로 작품 내공보단 작가 명성이나 경력을 우선적으로 치는 성향이 다분하죠.
그러나 저러나, 저 상 심사위원들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동인문학상처럼 다같이 종신으로 해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연령이 75세라는 건 너무 노화된 느낌을 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5 11:01   좋아요 0 | URL
그 분이 내년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전성태`를 뽑았네요. 75세가 바라보니 이상문학상 산업화에 대한 향수에 똘똘 뭉쳐서 아마도....

수다맨 2015-01-25 15:07   좋아요 0 | URL
전성태는 ˝매향˝과 ˝늑대˝는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근래에 나오는 소설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전보다 밀도가 떨어져 보이더군요. 과거에 좋은 소설 썼을 때는 그다지 호명되지 않다가 필력이 저조해질 즈음에 이르러서는 자주 호출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저는 손창섭이나 우엘벡, 오에 겐자부로 정도가 아니라면 그리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요즘 글 쓰는 사람들 중에는 빼어난 작가는 있을지언정 일국의 문호라고 불릴 만한 작가는 없어 보이더군요. 극언을 하자면 스타일의 차이는 눈에 띄지만 글에 든 에너지는 다 고만고만해 보입니다.

창고지기 2015-01-25 13:32   좋아요 0 | URL
전성태는 문단이라는 제도내에 정착했습니다. 지금의 이름값만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죠. 독자의 입장에서는 슬픈 거죠. 이제 전성태가 좋은 소설을 쓰리라는 기대는 접었습니다.(물론 전성태가 나의 이런 예상을 깨주기를 바랍니다) 아, 이율배반적인 내 생각이여!

수다맨 2015-01-2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고지기님도 상당한 독서가이신 듯합니다^^
저는 농촌을 배경으로 삼은 전성태의 초기작들과, 몽골 체험을 바탕으로 써진 ˝늑대˝의 몇몇 소설들은 괜찮게 읽히더군요. 하지만, 이 작가의 역량은 왠지 거기까지인 듯합니다. 우연히 `성묘`라는 근작을 최근에 읽었는데, 이게 과연 21세기 소설이 맞는지 의심이 가더군요. 표현과 소재의 낡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주제의식의 진전ㅡ이미 김원일과 같은 작가들이 해놓은 것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더군요ㅡ도 눈에 띄지 않으니 뭐랄까,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36
박남철 / 문학과지성사 / 198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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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지금 읽어도 쇼킹하다. 박남철이 80년대 감행한 실험은 이성복/황지우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지 않는다. 난해한 언어의 유희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박남철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괴로움과 역겨움이다. 맨몸으로 돌진하는 시란 정녕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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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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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아름다움이 아닐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백하면, 나는 이 소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찌를 듯 예리한 문장 몇 개를 읽으며 아련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다시 읽어볼 것이고, 그때는 더 깊게 감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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