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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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캐릭터도, 극적인 사건도 없다. 그럼에도 진진한 감동과 슬픔이 있다. 저자는 일제 시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자신의 부모와 형제의 얘기를 옴니버스처럼 풀어 나간다. 이야기속에는 정과 매정이 있고 우리네 삶의 고갱이가 있다. 참으로 좋은 만화이며, 이 저자는 진실한 리얼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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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흰머리뫼 문학과지성 시인선 306
박남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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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양반은 왕년에 사자 같은 시인이었다. 황지우나 이성복보다 더 철저하게 자신의 시를 해체했으며 독자를 모독하거나 무시하는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 오만과 패기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았기에 나는 이 시집을 반갑게 읽었다. 좋은 시인은 세상을 저격하면서 자기 자신을 철저히 분해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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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2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3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4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상통 시작시인선 49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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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불빛

              

                           김신용

 

그 불빛

회현동 굴다리 밑에서 새어나오던 그 불빛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엮운 진열대 위에 책 몇 권 올려 놓고

내 늦은 밤의 귀가 길을 멈추게 하던, 

흐린 진열창에 비쳐진 그 책들을 보며, 들어갈까? 말까?

호주머니 속의 그날 벌이를 가늠하며, 내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던 그 불빛

그렇게 망설이다가 지고 있던 지게를 벗어 굴다리 벽에 세워두고

유리문을 들어서면, 졸리운 듯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여자

언제나 내가 보고 싶던 그 달의 문예지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 주곤 했었다


그 문예지를 손에 들고,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망설이다가

기어코 책을 사, 그날 지불해야 할 양동의 방세와 밥값 걱정 때문에 더 무거워진 

등에, 다시 지게를 얹고 저만큼 걸어가면 

그런 내 뒷모습을 무슨 희귀동물처럼 바라보던 그 불빛

언젠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혹시 글을 쓰세요? 작가 지망생이에요? 하고 물어와

나를 당황하게 했던-, 그리고 그 날은 눈이 내렸던가?

거리마다 송년의 불빛들로 반짝이던 그 날

청계천 노점에서 막걸리 몇 잔에 얼큰해져 돌아오는 길


꼭 거쳐야 할 경유지인 것처럼 그불빛을 찾아 들어 글만 쓰면 배고파진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제에 글을 써야 하느냐고-, 술주정 같은 푸념을 했을 때

그 서점의 여자는 묵은 책의 먼지들 털듯 말했었다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세요-,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속은 하얗게 비어 왔었고 눈앞이 아득히 흐려졌었다 

그 불빛


아무리 배가 고파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라는-, 그 전언

마치 죽비처럼 내 등짝을 후려쳐, 부끄럼으로 눈 내린 밤길을 더 비틀거리게 했던

지금도 글을 쓰다가 문득 눈앞이 아득히  흐려질 때, 꺼내보곤 하는 

회현동 굴다리 밑의 

그 불빛

 

갑자기 이 시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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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련하죠... 전 자꾸 그 불빛이 그 눈빛으로 읽히고는 했습니다.
이런 시 만나기 쉽지 않아 자꾸 야금야금 도둑놈 발뒤꿈치'처럼 읽게 만드는 시....
좋은 시집입니다.

수다맨 2013-11-21 12:21   좋아요 0 | URL
넵, 저도 어젯밤에 다시 읽어보고 오늘 또 읽게 되네요 ㅎㅎ
 
장난감 도시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5
이동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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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축적된 고통과 응결된 눈물`이라는 출판사의 리뷰는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이 책은 이동하가 쓴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이며, 작가가 유년의 몸으로 겪어낸 가난과 기아의 실상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굶주린 혼들의 고독과 비탄을 듣고 싶은 분들께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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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른 사람이 이렇게 썼으면 그냥 좋은가 보다.. 하는데
수다맨 님이 그리 칭찬하니 이거 읽어야 겠다는 의지가 불끈하네요.

수다맨 2013-11-21 11:04   좋아요 0 | URL
이 소설 굉장히 좋습니다 ㅎㅎ 사실 이동하 소설가가 이 책보다 나은 소설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은 이동하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성장 소설입니다. 실제 이동하 작가는 어렸을 적에 경산에서 살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대구 태평로 난민촌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 저자는 (책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면서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가 감옥으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죠.

이러한 처절한 서사를 엮어가는 작가의 문장이 헌데 예사롭지 않습니다. 꼭 한 번 일독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6:52   좋아요 0 | URL
허허.. 알겠습니다. 보관함에 넣어두었으니 다음달에 사서 읽겠습니다.
기대만빵이군요...

수다맨 2013-11-22 02:5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나니 제가 과장을 좀 한 것 같아서 머쓱해지네요 ㅎㅎ
곰곰발님 눈이 워낙 높으셔서 말이죠 ㅎㅎ
그래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웨하스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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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단편을 읽으면 그 섬세한 관찰력과 탁발한 묘사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예민해 보이는 작가는 먼지 하나, 보풀 하나까지 온 신경을 기울여 명징하게 그려낸다. 헌데 오로지 묘사만으로도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지 서사가 성글고 서술의 힘이 부실한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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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을 단편을 무척 잘씁니다. 하지만 수다님도 마찬가지고 저도 마찬가지고, 어떤 간절함이 없으면 수상하게 여기잖아요. 전 하성란이 글 쓰는 기교만 가지고 보았을 때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의심이 들고는 했습니다.

하성란은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쓰게 되면 죽이 되는 스타일입니다
둘의 간극이 너무 커서 놀라고는 했죠....

수다맨 2013-11-20 15:05   좋아요 0 | URL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성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문장을 조율하고 대상을 그려내는 솜씨에 감탄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심드렁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이 작가는 부분적 관찰력은 뛰어나도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장편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거라는 우려가 생기더라구요.

기교로 보면 하성란의 솜씨는 곰곰발님 말씀처럼 뛰어나죠. 하지만 이 작가가 어떤 절실한 울림을 작품에서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늘날 작가들이 기교에 탐닉해 소설을 쓴다는 혐의를 갖고 있어서요. 요즘은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들이 몹시 그리워지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07:38   좋아요 0 | URL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 뭐...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마루야마 겐지가 이번에 마루야마 겐지 문학상'을 만들었더라고요. 상금은 쥐뿔만하고... 심사위원은 혼자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연기가 된다고 하네요... 아마 화가 나서 그럴 겁니다. 사실 일본문단은 하루키가 망쳤잖아요. 하루키가 점령하면서 남성작가 문장이 점점 징징거렸습니다. 화가 잔뜩 나신 듯...ㅋㅋㅋㅋㅋㅋ

전 김연수처럼 징징거리는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카스테라 맛이지만... 문장이라는 게 꼭 유려핟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잔습니까.

조용한 목소리와 부드러움만으로도 힘을 발휘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권정생처럼 말이죠. 몽실언니 읽다가 정말 감동해서 꽤 오래 멍하니 있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ㅎㅎ

사실 전 추리소설 위주로 읽어서 순문학을 잘 모릅니다. 문단이 스스로를 순문학이라고 정한 그 꼴도 보기 싫고...ㅎㅎㅎㅎㅎ. 지들이 하면 순문학이고 남이 하면 경계문학이라니.. 이런 게 어디있습니까..

수다맨 2013-11-21 11:1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김연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날 한국 문단은 하루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키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은 작가들(김연수, 이장욱, 김영하, 윤대녕, 남진우 등)이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 문장의 여성화化(곰곰발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징징거리는 문장)는 피할 수 없는 방향처럼 보입니다 ㅎㅎㅎ

노자의 도덕경을 보면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큰 기교는 오히려 졸렬하게 보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권정생 선생님 글이 이러한 대교약졸이라는 뜻과 가장 잘 부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몽실언니'나 '우리들의 하느님' 같은 글들을 보면 뭐랄까, 일단은 참 심심하게 느껴져요. 수사나 표현에 신경을 쓴 흔적도 잘 안 보이고, 오히려 붓 가는 대로 부드럽게 썼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나중에 다 읽으면 감동이 밀려들면서 아, 이게 진짜 고수의 글이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더라구요.

사실 (저 역시 어쩌다 순문학을 많이 읽고는 하지만) 문학에 어떠한 경계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제일 한심하고 머저리 같은 짓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가슴을 쥐고 흔들면서 먹먹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글이 좋은 글이지요 ㅎㅎㅎ 그 이상의 설명이나 해석도 불필요하구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2:07   좋아요 0 | URL
권정생 글은 무교가 기교'라는 말을 실감하게 합니다.
힙합정신으로 말하자면 라임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각운을 맞추면
플로우가 죽게 되어 있어요.

좋은 랩은 라임과 플로우가 황금비율을 타야 하거든요...
기교에 신경 쓰면 망치가 된다는 겁니다.

전 남진우 시를 읽다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건 뭐 도대체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고....
보면 뭐 계롱산에서 70년 도 닦은 양반 같아요.

관념적 공허만 잔뜩 껴서 이게 시인지 뭔지 모를 지경이 이르렸습니다.
이 사람을 지원하는 평론가 사단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교수하면 그냥 교수만 해야 합니다. 뭔 놈의 시인도 되었다고 신춘문예 심사도 했다가.....

수다맨 2013-11-21 12:34   좋아요 0 | URL
남진우 시인이야 뭐... 저는 옛날부터 안 좋아했고 지금은 더 안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뭐랄까, 외부적으로 비치는 이 사람의 면모는 굉장히 권력지향적인데, 시에서는 스스로 도인처럼 행세하니 참 우스워요. 하지만 이 양반이 교수이자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있는 한, 평론가 집단이 이 사람을 치기란 아마도 어려울 듯싶습니다. 이 사람을 치는 그 순간, 문학동네와는 절연해야 한다는 위기를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실제 남진우 시인의 평론을 공격했다가 아웃사이더가 된 분도 몇 명 있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조금 더 지나야겠지요... 그도 아니면 정말로 용맹한 아웃사이더들이 나오기를 기대해야겠지요 ㅎㅎㅎ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필요가 있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