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 전서 13장 1절~13절 말씀 -

봄비처럼 따사로운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토요일 오후, 뿌옇게 습기가 서린 커다란 카페 창가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었다.
마음이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부서지면서 살아간다.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갈 때
마음은 부서져 한다. - 스텐니 쿠니츠의 실험나무 중에서 -

이번 주에 주문한 세 권의 책 중 편안하게 읽을 만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제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해야 하는 책, 이해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책 그리고 속도가 너무 더디 나가는 책에 좀 지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볼 만한 책을 골라 들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가슴 저린 토끼인형의 여행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버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는 동안 나도 마음 아팠고, 슬펐고 그리고 기뻤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사랑만큼 식상해진 단어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랑을 빼면 우리의 삶에 남는게 무엇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영화, 소설, 드라마, 노래의 테마는 결국 사랑이다.
"하지만 어디 대답해 보렴.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며, 그 사랑이 유지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한다. 무지개의 일곱 색이 모두 아름다운것처럼 사랑은 모양과 형태, 색을 달리해도 모두 아름답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며,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너무 흔해져서 퇴색하고 변질된 사랑이라는 말은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제품처럼 메마르게 느껴진다. 미세하게 금이 간 유리 그릇처럼 겉으로는 사랑이 가득차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인형이지만 인형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오만한 토끼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있다.
에드워드는 멋진 옷과 화려한 장식구, 옷장 그리고 태엽 시계를 갖고 있으며 늘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특별한 토끼인형이다. 밥을 먹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잠자리에세도 애빌린과 에드워드는 늘 한몸처럼 함께 였다. 하지만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 모르는 에드워드는 늘 교만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에드워드가 어느 날...자신을 사랑해주던 애빌린 가족들과 이별하게 되는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애빌린과 헤어져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에드워드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사랑은 경청이다.
"에드워드는 자기가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랐어요. 전에 애빌린이 이야기할 때는 모든게 아주 지루하고 쓸모없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지금 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져서 마치 자기 인생이 넬리가 하는 말에 달려 있기라도 한 듯이 열심히 들었어요."(책 75쪽)
어부 부부를 새롭게 만난 에드워드는 수잔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어부의 아내 넬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산책을 하고 자장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랫동안 소박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한다.

사랑은 그리움이다.
"밤에 불과 루시가 잠을 자는 동안, 에드워드는 뜬눈으로 계속 별자리를 올려다보았어요. 별자리의 이름을 말
하고 자기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말해 보았죠. 애빌린을 시작으로 넬리, 로렌스 그리고 불과 루시까지" (책 98쪽)
떠돌이 개 루시와 불을 만난 에드워드는 말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그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언제나 땅바닥에서 별빛을 받으며 잠을 자야했지만 에드워드는 슬프지 않았다. 불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했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의 고통이다.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일을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할까 ?"
외로운 귀뚜라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에드워드는 귀를 기울였어요.
마음 깊은 곳 어딘가가 아팠어요.
에드워는 울고 싶었답니다. (책 108쪽)
또 다시 이별을 경험한 에드워드는 헤어짐으로 인한 고통과 공허, 절망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채소밭의 허수아비가 된 에드워드는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 브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사랑은 희생이다.
에드워드는 이제껏 누가 자기를 아기처럼 흔들어 준 일은 없었어요. 애빌린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넬리도 그렇고요. 불도 절대 그러지 않았고요. 누군가 그렇게 넘치는 애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니 한없이 겁고 격렬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에드워드는 도자기로 된 몸이 온통 따스하게 데워지는 걸 느꼈답니다. (책 129쪽)
에드워드의 가슴은 텅 빈 것 같았을 뿐 아니라 매우 아팠어요. 도자기로 만든 몸 곳곳이 다 아팠어요. 사라 루스 때문이었죠. 사라가 자기를 안아 주었으면 했어요. 사라를 위해 춤을 추고 싶었죠.
'날 보세요, 할머니가 소원을 빌었잖아요. 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건 끔찍한 일이었어요. 아파요, 마음이 아프다고요. 날 도와줘요.' (책 150쪽)
쟁글스가 되어 병들고 가난한 브라이스와 사라 남매와 함께 살게 된 에드워드...연약한 사라의 생명이 꺼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에드워드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빈다. 자신의 팔 다리를 실로 묶어 춤을 추게 해도 사라가 웃을 수 있다면 에드워드는 행복했다.

사랑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딱 두 가지 방법 중에 선택하는 거지. 네 친구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어. 네가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널 포기한 거지. 정말 특별한 우정이야." (책 172쪽)
동생이 죽은 후 브라이스는 에드워드(쟁글스)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런 브라이스에게 쟁글스는 유일한 가족이며 친구이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깨진 에드워드(쟁글스)를 다시 고쳐주고 자신은 떠난다.

사랑은 기대이다.
"난 이미 사랑을 받아 봤어. 애빌린이라는 여자아이의 사랑을 받았지. 그리고 한 어부와 그의 아내, 떠돌이와 그의 개에게 사랑을 받았어. 또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애와 죽은 여자애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에게 사랑에 대해 말하지 마. 나도 사랑을 알아."
(183쪽)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책 191쪽)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에드워드... 애빌린과 어부 부부 그리고 떠돌이와 사라 남매를 만나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배우며 돌아 온다.
혼자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마음이 울컥해서 훌쩍거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며 나도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생각했다. 에드워드와 함께 한 시간 여행을 마친 후 내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기다림, 그리움, 경청, 공감, 희생, 고통, 기대...
나처럼 아직도 별과 소나기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음을 믿는 철없고 대책없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고린도 전서 13장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페이퍼를 쓰기 전에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고린도 전서를 읽고 나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편안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은 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서 마음이 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