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삶의 방식을 한씩 바꾸어 가고 있는 걸요. 자본주의적 소비 욕구를 충족 못해 힘겨워하는것이 아니라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이들이 함께 손 잡는 것으로 훨씬 풍요롭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잇어요.

대항지구화행동 홈페이지 장 게시판의 다다님의 글에서처럼 좋은 옷을 사 입지 못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동대문에서 천을 끊어다 함께 모여 옷을 만들어 입는 재미를, 조그만 공동 텃밭을 마련해 밥상에 올릴 곡식을 내 손으로 지어 올리는 행복을, 값비싼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길거리 연극을 만들어 모두가 연기를 해보는 즐거움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오르는 집값에 절망해 그것을 따라 잡느라 주택 부금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주거의 형태를 새로이 가꾸어 가며 말이지요. 시장을 지배하는 돈이 아닌 자신이 손수 만든 것들로 필요한 만큼 나누는 현물 화폐를 쓰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벅찬 수강료가 아니라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서로를 가르쳐 주는 모습들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자립이 결코 고립이지만은 아님을 보여 주고 있어요.

- 거꾸로 생각해 봐 중 박기범의 평화로 가는 한 걸음에서 -

 

내가 책을 덮을 때

나는 삶을 연다.

나는 듣는다

항구들 사이에서

더듬거리는 고함 소리를.

구리 잉곳(鑄魂)이

沙坑(사갱)을 미끄러져

토코필라로 간다.

밤,

섬들 사이에서

우리의 대양은

물고기로 고동치고,

우리나라의

발과, 넓적다리와,

白堊(백악) 갈비뼈를 건드린다.

밤은 내내

그 해변에 매어 달리고, 새벽이 오자

그건 노래하며 눈을 뜬다

마치 그게 기타아를 자극한 듯이,

바다의 큰 파도가 부르고 있다.

바람이 나를 부르고

로드리게스가 부르고,

또 호세 안토니오--

나는 광산 노조에서

전보를 받았고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은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부칼레무에서 나를 기다린다.

  

어떤 책도 나를

종이로 쌀 수 없었고,

인쇄로

나를 채울 수 없으며,

거룩한 刊記(간기)로도 채울 수 없고,

여태껏 내 눈을

덮지도 못했다.

나는 책에서 나와 과수원으로 살러 간다

내 목 쉰 노래 一族과 함께,

달아오르는 금속 일을 하러 가고

산 속 난롯가에서

훈제 쇠고기를 먹으러 간다.

  

나는 모험적인 책을

좋아한다,

숲이나 눈(雪)에 대한 책

바다나 하늘

그러나

거미 책은

싫어한다

생각이

해로운 철망을 쳐서

어리고

선회하는 비상에 올가미를 씌우는 그런 책,

책이여, 나를 놓아다오.

나는 여러 권의 책으로

뒤덮이지 않으련다,

나는 작품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내 시들은

시들을 먹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극적인 일들을

삼켰고

험악한 날씨로 컸으며,

땅과 사람들한테서

음식을 얻었다.

신발에는 먼지가 낀 채

나는 가는 중이다

신화에서 자유롭게:

책들은 서가로 보내자,

나는 거리로 나가련다.

나는 삶 자체에서

삶을 배웠고,

단 한번의 키스에서 사랑을 배웠으며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그들의 말을 내 노래 속에서 말하며

그들과 더불어 산 거 말고는

누구한테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 파블로 네루다의 책에 부치는 노래 1 -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오후 늦게 집에서 나와 칼국수를 먹고, 서점에 가고,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나는 여전히 어느 노래 가사처럼 겨울이 녹아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아파트 입구에서 파는 단팥을 아끼지 않고 넣은 찹쌀 붕어빵을 호호 불어 먹었고, 은행동 어느 좁은 골목에 있는 소나무집에서 얼큰한 오징어 칼국수 국물을  마구 퍼 먹다가 목젖이 데일 뻔했다. 그리고 전망 좋은 2층 카페에서 우아하게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뿌셔뿌셔를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겨울이 좋은 유일한 이유는 길거리에서 파는 먹거리가 많아 언제나 즐겁기 때문이다. 붕어빵, 국화빵, 호떡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오뎅과 계란빵... 언제 먹어도 정겹고 맛있지만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간식거리들이다.  서점에 들려 로맹가리의 여자의 빛과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을 구입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도저히 서점에서는 그냥 나올 수 없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중병에 해당한다.

자주가던 서점 장식장에 천징 저울이 있다.

한쪽에는 빵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책이 놓여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육체적 양식과 정신적 양식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우리는 밥을 챙겨 먹고 틈틈히 간식과 과일까지 먹는다. 하지만 정신적 양식은 책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과 같은 예술을 통해서 채워질 수 있다.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 오약하면 한 가지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순결하게 닦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답게 살라고 딱, 죽비를 내리치기 때문입니다.

시는 나와 세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리하여 위로와 이해, 용서, 나눔의 마음을 일깨우며,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시에 담겨 있는 이런 마음을 시심(詩心)이라 합니다. 진정 시심으로 충만한 사람은 이기와 탐욕을 꿈꾸지 않지요.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이웃과 세상에 손 내미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 거꾸로 생각해 봐 중 밥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한 시 이야기에서 -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책을 읽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정부, 학교, 부모의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짝 도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 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중 독자 권리 장전 -

 

20가지 권리 장전 중 19번을 읽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 목표는 장서가이면서 독서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꾸 장서가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독자로써 당장 읽지 않을 책을 사둘 수 있는 권리가 있다니...얼마나 멋있는 항목인가 ?

나는 이번주에도 당장 읽지 못하고 쌓아두어야 하는 책을 몇 권 더 구입했는데, 내 노년을 위한 적금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의 전작쯤 되는 책인시공을 먼저 주문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읽기로 했는데 역시 쉽지 않다. 틈나는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상황에 밀려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배고프면 밥을 챙겨 먹듯이, 내 정신이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할 듯.... 그리고 읽은 책을 정리하는 글쓰기도 미루지 않도록 해야 겠다. 이렇게 다짐하지만 늘 작심삼일이 되니 문제다.

이번주에는 정수복의 두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꼭 쓰도록 하겠다...다짐하지만 공허하다.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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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0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중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책이 있으니,
미리 사두는 책이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구나 싶어요.

착한시경 2014-01-20 22:41   좋아요 0 | URL
얼마 전...절판된 책을 중고서적에서 구입했는데 정말 딱 2배 비싸더라구요...ㅎㅎ
올해는 정말 사는 것보다 읽는데 힘을 쓰고 싶은데,,,여전히 사는 일에만 관심이 많아서 걱정이에요...고흥도 눈이 오나요 ? 대전은 눈이 제법 내려요~~

갈릴리호수 2014-01-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높아질수록 마음도 여유가 생깁니다.
다 읽지 못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들이 있다는것을
스스로 에게 확인해보곤 합니다.
그런 책은 언제든 잡아놔야지요, 딴데로 못가게, 내 생각에서 멀어지기 전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착한시경 2014-01-20 22:37   좋아요 0 | URL
책탑이 높아지는만큼 마음도 무거워지네요...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열심히 읽어야 겠어요..^^
눈도 오고,,,날씨도 춥고~ 건강조심하세요~

서니데이 2014-01-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가면 신간으로 나온 책, 보면 사고 싶어지는 그런 거 저도 있어요. 전에 동네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둘러보고 한 권씩 사오는 거 무척 좋아했는데, 지금은 대형서점에도 책 구경하러 가끔 갑니다. 착한시경님 댁에도 아끼는 책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착한시경님은 앞으로도 장서가와 독서가를 겸한 애서가가 되시지 않을까요.^^

착한시경 2014-01-20 22:39   좋아요 0 | URL
장서가와 독서가를 겸한 애서가...ㅋㅋ 정말 멋진데요~ 최종 목표는 애서가가 되는것... 저도 서점 자주 가는데,,아무래도 방학이고 날씨도 춥다보니 요즘은 좀 뜸하네요.. 대전은 눈이 제법 내려요... 그래도 겨울에 보는 눈도 참 좋으네요

여울 2014-01-2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일씩 끊어서....계속....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