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 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 도종환의 책꽂이를 치우며 -
슬프면 그냥 슬프고 기쁘면 그냥 기쁘고 그렇게 살려고 해. 요즈은 그래. 근사한 일이지. 너무 근사해...
- 시도니 카브리엘 콜레트의 여명 중에서 -
그러니까 겁이 많은 사람은 미래의 불행에 미리 젖어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돌보지 않게 된다. 이빨이 썩을까 봐 달콤한 초콜릿을 먹지 못하는 사람, 실연의 공포 때문에 프로포즈를 거부하는 사람, 시험의 공포 때문에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 사고가 날까 봐 여행을 가지 않으려는 사람....한마디로 겁이 많은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결국 겁이라는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자신의 욕망에 몰입하고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자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428쪽에서 -
온 종일 겨울이 녹아들만큼 따사로운 햇볕이 들었다. 겨울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오늘은 마치 우연한 선물을 받은 듯 따뜻한 하루였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느긋한 기분으로 카페에 앉아 책을 뒤적이고 있다. 지금 내 가방에는 여명과 감정수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그리고 12색 색연필과 노트북이 들어 있다.
최근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고, 그 책에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먼저 읽어야겠지만 우선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있다. 대신 스피노자를 쉽게 해석한 '눈물 닦고 스피노자'를 구입했다.
강신주가 소개한 48권의 책 중 28권 정도는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책이고, 나머지 책들은 요즘 구입하고 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펼쳐 들기 시작한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 오래'는 3분의 1정도을 읽고 잠시 보류 중이다. 우선 내가 처음 생각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나오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물론 마음에 와 닿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에 끝까지 완독할 계획이지만 오늘은 잠시 접어두었다. 대신 주말을 이용해서 읽을 수 있을 분량의 책으로 여명을 선택했다.
우선 작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다. 책 뒷 부분에 나오는 작가 소개글부터 읽었는데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라는 점과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번 주말은 차분하게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 뜯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 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중에서 -
부제인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책을 종교 서적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많은 알라디너들의 선택을 받은 책이고 책 읽기 자체의 혁명을 다룬다는 추천의 말도 인상 깊다.
지금 읽고 있는 소설들을 마무리하면 바로 읽고 싶다. 1월달에 읽을 에세이로 찜했다.
슬프면 그냥 슬프고, 기쁘면 그냥 기쁘고... 우울하면 그냥 우울하고 싶다.
감정에 특별한 근거나 이유가 있을까 ? 요즘은 그냥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다.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들수록 삶이 복잡해진다. 최근에 내가 책에 집중하고 싶은 까닭도 생각으로 얽힌 곡선의 삶을 단순한 직선의 삶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돌아보니... 삶은 거대한 것도 위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내 삶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말하고 싶지도 않다.
힘들여 최선을 다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적당히 살고 싶다.
토요일 밤... 카페 안에 모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과 다양한 표정들을 만들어 낸다.
오후부터 여러 잔 마신 커피 때문인지 정신은 맑고 몸은 피곤한 밤... 여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겠다. 올 겨울 기회가 된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맛있는 커피를 찾아 다니고, 모든 연락을 끊어 버리고 그냥 책만 보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방해 받지 않는 절대 독서의 시간이 필요한데, 일상에 매여 있으니 쉽지 않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이 정도 소원은 바로 예스하며 응답해 주지 않으실까....
1월의 첫번째 토요일 밤도 조용히 과거의 시간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