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마지막 나무가 뽑혀지고 난 후에야,

 오직 마지막 강물이 오염되고 난 후에야,

 오직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고 난 후에야,

 오직 그러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당신은

 돈만으로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류가 나아가야 할 가장 뛰어나고 바람직한 길은

 인간의 생명 유지와 관련된 필수적인 욕구들을

 지극히 단순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충족하는 것이다.

 자신의 텃밭을 일구거나 혹은 자립성을 갖기 위한

 모든 창조적 활동에 매진하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위이자,

 인간의 의존도와 종속성을 이겨 내는 하나의 저항 행위로 간주된다.

                                         -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함함 중에서 -

 

 

 

자유롭게 살기 원하면

네 시간의 속도를 늦춰라.

일을 적게 하는 대신 그 일을 잘 끝내라.

진심 어린 일은 완전하게 이루어진다.

 

꿈이 이루어지길 원하면

네 시간의 속도를 늦춰라.

작게 시작한 일이 더 위대한 결과에 이른다.

소박한 일은 성스럽다.

 

매일매일 하나하나씩

네 비밀을 천천히 쌓아 올려라.

매일매일 너는 진실해질 것이며

하늘의 영광을 알게 되리라.

- 성 프란체스코의 네 시간의 속도를 늦춰라 -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당신과 만나는 그 날을 기억할께요.

창틀 위에 촛불이 까만 밤을 수 놓으면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가겠죠.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와 종소리, 어느 상점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캐럴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그리고 산타 모자를 쓴 작가들이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운다.

이가 부딪칠만큼 겨울 바람이 매서웠던 일요일 늦은 오후, 그 바람을 다 맞으며 남편과 으능정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한껏 들떠 보이는 연인들이 보이고, 아이를 품에 꼬옥 안고 가는 젊은 부부가 보인다. 그리고 추위 속에서 열심히 전단지를 나눠주며 노동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할머니의 안쓰러운 손도 보인다.

또,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 속 주인공처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한 부부도 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주먹을 꼭 쥐고 돌아가고 싶은 시간을 떠올린다면 그들은 언제의 크리스마스로 돌아갈까 ? 아마도 20대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억할 것이다.

손글씨로 빼곡하게 쓴 크리스마스 카드, 수줍게 내민 선물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함께 걸었던 거리와  촛불을 켜며 즐거워했던 크리마스 케익을 함께 떠올렸다.

 

남편과 함께 보낸 18번의 크리스마스...

연애기간 3년을 포함해서 우리는 18번째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것이고, 18번째 크리스마스 케익을 아들과 함께 먹을 예정이다.

무뎌진 감정과 일상의 반복 속에서 오는 지루함 그리고 편안함을 가장한 무관심 속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새삼 서글프게 느껴졌다. 남편의 외투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함께 걸으며 어제 본 영화가 계속 떠올랐다.

나에게 오늘 주어진 시간들이 그대로 한 번 더 반복된다면...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반드시 행복을 선택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주어진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행복을 선택하기로 한다.

남편의 손은 20대 어느 겨울 잡았던 손... 그대로 따뜻했고 한없이 너그러웠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에게 정성스럽게 카드를 쓰고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녹색평론을 몇 년째 정기 구독하고 있지만,  종이컵의 편리함을 사랑하고, 분리수거나 재활용은 거의 엉망에 가까운 사람이 나다. 자발적 가난이나 소박함을 사랑하지만 가난으로 인한 불편을 두려워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E. F. 슈마허의 '자발적 가난'을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은 가질수록 더 많이 소유하기를 원한다. 특히, 나에게 책이 그렇다.

나는 이미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 지적 허영심(?)만은 끊어버리기가 너무 힘들다. 오늘도 남편과 절제하기로 약속을 하고 책구경을 했지만 도무지 참아지지 않는다.

서가에 꽂힌 파스칼 키냐르의 '옛날에 대하여'와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을 봤을 때...도저히 갖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외식을 포기하고 책을 선택하는 것이 백 배 낫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를 서가 구석에서 발견했을 때는 반가움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물론 사고 싶은 책은 10권은 되었지만, 오늘은 정말 정말 갖고 싶은 책 3권만 구입했다.

아직은 책을 선별하는 눈이 부족하지만 나름 좋은 책을 골랐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햇다.

 

 

가장 적은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남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는 곳..천원의 행복이 가능한 그 곳... 맥도날드에 갔다.

감자튀김 1800원, 콜라 1000원, 원두커피 1000원 그리고 아이스크림 500원... 천사커피 한잔 값으로 다양하게 먹었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감사와 소소한 행복을 주기도 한다.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와 생크림 듬뿍한 브레드 대신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커피를 마셨지만 즐거웠다.

오래 전... 우리가 처음 만났을 그 무렵에는 200원짜리 학교 도서관 자판기 커피도 맛있게 마셨는데, 그 기억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1200원짜리 콩나물 한 봉지를 사 가져와서 콩나물과 무우를 넣고 콩나물 밥을 해 먹었다.

불필요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함께 도와가며 식사 준비를 했다. 갓지은 콩나물밥에 어머님이 직접 농사 지어 주신 깨소금과 들기름을 듬뿍 넣은 양념장을 얹어 먹었다.

그리고 매실청을 넣어 만든 양념장에 손으로 큼직큼직하게 자른 봄동과 배를 넣어 매콤하게 무쳐냈다.

몇년 전... 유명 연예인들이 일주일 동안 만원을 가지고 생활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우리는 하룻동안 만원의 행복을 실천해 본 기분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12월 어느 일요일 밤은 깊어간다. 아니...새벽은 깊어 간다.

 

  

 

"아름다움은 참된 인본주의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신적 양식이기에 우리는 세상이 다시 기쁨으로 충만한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지구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마음과 정신, 그리고 지성을 만족시키는 운명을 일구어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서의 아름다움은 너그럽고 공평하며 경건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다. 오직 이러한 아름다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더 강력하다."

 

"풍요로움이 무조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며 때로 풍요로움과 행복은 서로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도에 넘칠 정도로 많이 갖는 지금 사회는 오히려 존재의 욕구를 상실시키며 욕구와 좌절감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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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6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잔을 쓴 뒤에 잘 모으기만 해도 돼요.
종이잔에 흙을 담아 방이나 사무실에 꽃그릇처럼 삼아도 되고요.
안 써야 한다가 아닌,
즐겁게 쓰는 길을 찾으면 돼요.

아아, 깨소금과 들기름이라.
어머님께서 깨를 베어 말리고 털고 그러모아
기름까지 짜는 동안 얼마나 품을 많이 들이셨을까
한눈에 그림이 나오네요 @.@ 맛있겠습니다~

착한시경 2013-12-16 02:53   좋아요 1 | URL
이 늦은 새벽...댓글을 읽는 반가움과 놀람~ 나이를 먹을수록 땅힘을 받고 자라는 먹거리들이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마다 부모님이 주시는 깨소금과 들기름을 앞으로 몇 번 더 얻어 먹을 수 있을까요 ? 먼 훗날...제 아이가 자라서 결혼했을 때,,,전 이런 소박하지만 귀한 음식들을 나눠줄 수 없을 것 같아 좀 미안해져요... 제 솜씨는 별로였지만, 깨소금과 들기름때문에 맛나게 먹었답니다^^

플라타나스 2013-12-1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무엇인가를 잃어버린후에야
그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어리석음이...
내면을 피폐하게 만드는군요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다시금 과거로 갈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아주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입니다..

그때는 더욱 행복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지금 이순간이 먼미래에서 다시금
이순간으로 온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뿐...

이 찰나의 순간이, 이 영겁의 순간이....
미래에서 두손 불끈쥐고 가고 싶어하던
바로 그 순간인지도 모르겠어요..

행복한 선택의 시작은...
미래에서 바로 이순간으로 온것을 앎이 아닐까요??
착한시경님이 선택한 그 행복이....그 따뜻함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것 같군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착한시경 2013-12-16 13:29   좋아요 1 | URL
영화속 주인공도 처음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하지만...나중에는 한번의 삶에 최선을 다한답니다. 지금 행복을 선택하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을 선택하시길...플라타나스님^^

다크아이즈 2013-12-16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저도 이년 전 쯤에 샀지요. 생각보다 김이 좀 빠졌지만 그이 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요. 근데 착한시경님은 왜 반가워서 소리지르셨나요?
이 책에 대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실 것 같아요^^*

착한시경 2013-12-16 22:37   좋아요 1 | URL
특별한 에피소드보다는 제가 구입하고 싶은 책을 적어 놓은 수첩에 이 도서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반가웠어요~ㅎㅎ 언젠가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전작독서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늘 과도한 욕심뿐이니....ㅠ.ㅠ 즐거운 밤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3-12-16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까 핸드폰으로 읽으면서 공감 버튼만 눌렀습니다...
마지막 문구, 풍요로움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는 것도 아니라는 문구에서 필이 꽂혀서요.
책 욕심, 저도 너무 버리기가 힘들어요, 책 구매 중독자 같아요, 전.

콩나물 밥, 너무 맛있어보이네요.
이번 주 주말에는 저도 식구들과 콩나물 밥을 해먹고... 인증샷도 올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