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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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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에세이의 구성이 있다. 첫째 재미있게 잘 읽히고, 둘째 배울 점(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은 물론 철학적인 생각, 삶의 지혜 등)이 있으며, 셋째 한 번 흐름이 끊겨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것. 이런 식으로 구성된 에세이는 가까운 책장에 꽂아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만큼 한 번 발견하면 '이런 게 행복이지'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 책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는 이 이상적인 구성에 들어맞는 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에서 느껴지는 오오라(?)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발견이었다. 먼저 첫 번째, 재미있게 잘 읽힐 것. 표지에서도, 그리고 글 중간 중간에서도 작가가 물리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언급하지만 역시 표지에서도, 그리고 글 중간 중간에서도 '교수'라는 위치가 가지는 위엄이나 거리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한 산만하기 짝이 없는 연구실(실제로 책 제일 뒤쪽에 연구실 사진이 나온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과 틈만 나면 다른 곳으로 튀는 통통볼 같은 뇌, 그리고 그 뇌의 주인인 익살맞은 남자의 모습이다. 그만큼 톡톡 튀는 이야기가 하나 가득이고,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엉뚱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갖가지 물건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그에 따른 관심, 관찰력, 대담함은 그의 일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고, 그 이야기가 다시 그의 입담에 의해 책에서 재탄생되니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고 술술 읽혀나간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배울 점이 있을 것. 위엄이나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세삼 작가가 교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물리학에서 보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병따개를 통해 물리학을 설명하며, 물리학자로서 피퀴르, 즉 병의 똥구멍에 대해 얘기하는 등 '물리학 교수'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이어서 비둘기와 피카소의 관계, 모히토의 기원, 구겔호프 빵의 역사 등 온갖 잡지식(잡다한 지식)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을 몇 개만 기억하고 있더라도 아는 것 많다는 소릴 들을 수 있을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마지막 세 번째, 한 번 흐름이 끊겨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것. 사실 에세이는 소설처럼 앞에 내용이 뒤와 이어지거나 전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목차를 보고 원하는 부분만 골라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골라 읽을 경우 책에 몰입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 장 한 장마다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부분을 집어넣는, 그야말로 작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진 작가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장 한 장마다 재미있으면서 신기한 이야기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어딜 펼치더라도 금세 빠져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표지를 봤을 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선명하고 밝은 색보다는 흐리고 옅은 색을, 뚜렷하고 진한 선보다는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선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에는 절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맞지 않는 표지에 기대는 고사하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구성이 맞을 거라고는 문자 그대로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책은 읽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만약 나와 같은 이유로 책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한 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분간 이 책은 내 책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을 것을 확신하는 바이니 나를 한 번 믿어보시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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