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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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시절 많은 눈물과 웃음을 거실에 가져다준 텔레비젼 드라마에."

소설의 맨 마지막 문구입니다. 후기를 대신한 듯한 이 말에 도쿄밴드왜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도쿄밴드왜건은 홈 드라마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네 편의 연작 단편이 모두 훈훈합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도쿄밴드왜건은 헌책방의 이름입니다. 훗타 일가는 그 헌책방을 중심으로 4대가 모여 삽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가족입니다. 작가는 대가족이 그립나 봅니다. 대가족에 대한 향수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지요. 그 때, 다 같이 모여 살 때가 좋았어, 라고 중얼거리는 어른들을 주변에서 자주 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대가족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핵가족이 좋습니다. 대가족이 정을 나누고 사는 모습을 드라마나 책에서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지만 직접 살아보면 여러모로 불편하겠지요. 책이나 드라마에서 생략된 지지고 볶는 과정을 견뎌내야 하니까요.

작가의 옛날이 좋았어 식의 향수는 여러 군데서 드러납니다. 범죄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수 없다든가 하는 구절 말입니다. 이건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요즘 잔혹한 강력사건이 어찌나 많이 일어나는지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녀야 할 정돕니다. 등하교를 따라다녀야 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지켜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큰다는 옛말은 정말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감할 구절이 많아서 작가의 향수어린 태도가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책의 성격과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미스터리도 좋았습니다. 거창한 추리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정돕니다. 일상의 소소한 의문이 정감 넘치는 가족과, 가족의 확장형 같은 이웃과 만나 편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도쿄밴드왜건에는 네 편의 연작 단편이 담겨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봄, 백과사전은 어디갔어는 헌책방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백과사전과 관련된 에피소드입니다. 추리의 과정은 네 편 중 제일 좋았습니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것도 좋았구요. 두번째 이야기 여름, 며느리는 왜 울었나는 가족간의 정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가을, 개와 네즈미와 브로치는 스케일이 가장 큽니다. 커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범위가 넓어지니까 시원한 맛이 나는군요. 네번째 이야기 겨울, 러브야말로 모든 것이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깔끔한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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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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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끝난 후 첩보 스릴러를 쓰던 작가들은 곤란을 겪지 않았을까? 나는 쓰는 작가들도 읽는 독자들도 김이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쓸 데 없는 생각이었다. 어벤저를 읽고, 글 잘 쓰는 작가에게는 소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냉전은 끝났어도 분쟁은 끊이지 않아서 냉전을 대체할 사건은 많고도 많았다. 온갖 테러를 감안하면 소재가 더 다양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씁쓸한 일이다.

1995년, 유고슬라비아는 인종청소가 한창이다. 온갖 역겨운 짓이 벌어지는 그 땅에 미국인 리처드 콜랜소가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 미국에 있었다면 평생 안락한 생활을 했을 착한 청년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찾아갔다가 참혹한 일을 겪게 된다. 그에게는 억만장자 외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는 손자의 실종을 추적하기 위해서 사람을 고용한다. 콜랜소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복수가 빠르게, 그러면서도 짚어야 할 곳은 다 짚어가면서 진행되는데 그 원숙한 글솜씨가 훌륭하다. 작가는 주인공 한 명에게만 촛점을 맞춘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삶도 조명하면서 폭넓은 시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리고 작가는 등장인물을 낭비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사람만 등장시키고 등장시킨 사람은 반드시 써먹는다. 아, 이 사람은 잊어버린 모양이다 싶은 순간 잊혀진 사람이 등장해서 제 몫을 한다.

억만장자가 고용한 사람은 어벤저라는 암호명을 쓰는 캘빈 덱스터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이며 변호사인 그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하층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갖은 노력 끝에 성공했지만 범죄에 휘말려 고통을 겪게 된다. 그는 정체를 숨기고 범죄자를 처단하는 일에 뛰어든다. 단순히 범죄자를 죽여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적 체포하는 일을 한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조용히 준비를 하고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안쓰럽다.

캘빈 덱스터가 이번에 맞은 임무는 어려워 보인다. 청부대상이 감쪽 같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그를 비호하는 세력도 문제다. 비호하는 세력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나쁜 놈이라서 무조건 악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다. 대악을 제거하기 위해 소악을 잠시 보호하는 것이다. 그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가 가기는 한다.

재밌게 읽었다.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 사실 반전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닌데 잊고 있던 문제가 튀어나와서 설명되는 게 만족스러워서 아주 좋은 반전처럼 느껴졌다.

어벤저는 오랜만에 나온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작품이다. 거장의 귀환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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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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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추리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표지도 그에 어울리는 예쁘고 가벼운 그림체다. 작품을 읽어보니 사전 지식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헌데 작품을 깊이 파고들어가면 상당히 묵직하다. 그저 가볍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주인공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중학교 때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지 평범하게 살자로 서로 맹세하고 소시민의 삶을 지향힌다. 둘다 추리에 재능이 많은데 그 재능을 발휘하다가 주변의 경원을 받은 모양이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함을 드러내면, 더구나 그 과정에서 겸손의 탈을 뒤집어 쓰는 않는다면 평균으로 두들겨 맞추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소시민을 지향하는 삶은 여름방학 때까지는 그런 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천성이 어디 가나. 고바토는 평범한 일 속에서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여름방학을 맞아 오사나이는 고바토에게 한 가지 제의를 하게 된다. 도시의 맛집(디저트)을 같이 방문하자는 제의다. 고바토는 그녀의 제의에 당황한다. 학교에서는 친하게 지내지만 학교 밖에서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기 때문에 제의가 생뚱맞게 느껴진 것이다. 얼결에 승낙을 하고 같이 다니는데 맛집 순례는 단순한 식도락 행사가 아니었다. 그 안에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오사나이는 유괴를 당하고 고바토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게 된다. 억누르고 있었던 천성이 발동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보이는 단편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결말에 이르면 하나로 연결된다. 좋은 솜씨다.

단편들 중에서 샬로트 게임이나, 알쏭달쏭 수수께끼의 메모는 본격의 냄새를 풍긴다. 후반부에 나오는 납치 사건도 꽤나 묵직하다.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과정이 괜찮은 작품이었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마지막 단편 달콤 쌉싸래한 진실은 말 그대로 달콤하고 쌉싸름 했다.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해졌다.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봄철 타르트 사건 다음의 이야기이다. 독립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따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차례대로 읽는 게 더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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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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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는 여자를 위해서 별을 따러가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라는 아주 간략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늘을 날아올라서 별을 딸까 내심 궁금했는데, 하늘로 날아가는 건 아니었다. 주인공이 땅에 떨어진 별똥별을 찾아서 동쪽으로 가는 이야기였다. 하긴 아무리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라도 하늘을 날아서 별나라까지 간다는 건 좀 그렇지.

여자가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별 따준다, 달 따준다, 황금 준다, 보석 준다, 식의 허풍 섞인 장담은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트리스트란 숀은 이것 저것 해준다고 제의하다가 경솔하게 떨어진 별을 가져다 준다는 황당한 약속을 하게 된다. 

여자 쪽도 경솔하긴 마찬가지다. 여자는, 특히 예쁜 여자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마을에서 아니 영국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예쁘다는 빅토리아 포리스터는 별을 가져다주면 키스를 해주고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덜컥 약속을 해 버렸다. 곤란한 일이다. 허풍섞인 약속을 남발하는 멍청한 남자를 위해서도, 여자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진짜 별을 따오면 어쩔거냐? 진짜 황금을 가져오면? 진짜 보석을 가져오면?
약속을 이행한 놈이 아주 멍청한 놈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트리스트란 숀은 멍청한 인물도, 못된 인물도 아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런 일이다.

스타더스트의 표지는 예쁘장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별을 따러간다는 설정은 로맨틱하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서 책은 낭만적인 동화의 냄새를 풀풀 풍긴다. 하지만 읽어보면 내면의 어두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환하고, 밝고, 발랄한 판타지 사이로 암울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끝에 가서 사악한 마법이 모두 풀리고 그 결과 전부 예쁘고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라는 식이 아닌 것이다. 작가 닐 게이먼은 필요없는 인물을 서슴없이 퇴장시켜 버린다. 얘는 끝까지 살아서 행복해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면서 가차없는 죽음을 선사한다.

스타더스트는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가 아니다.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쓴 글인 줄 알고 읽다가 초반의 정사 장면을 보고 한 방 먹은 후, 가차없는 퇴장에 또 한 방을 먹었다. 시니컬한 유머도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숀이 빅토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묘사하려고 하자 상대가 말을 끊고, 그래 아름답다고 치고 그 예쁜 여자가 어떤 어리석은 심부름을 시켰느냐고 묻는 대화, 그리고 숀이 그녀가 시킨 일을 말하자, 상대는 나라면 돼지우리에 얼굴이나 처박으라고 말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지 않을 다른 여자를 찾겠다고 말하는 대화, 등등

아주 재밌게 읽었다. 스타더스트는 요정이 나오는 옛날 이야기를 비틀어 버린 현대적 판타지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전통과 맥이 닿아있는 느낌을 준다. 앞에 뿌려놓은 복선은 뒤로 가면서 척척 맞아 떨어져서 완벽하게 맞물린다. 훌륭하다. 스타더스트는 글읽기의 재미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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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게임 도코노 이야기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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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나온 온다 리쿠의 책은 6권이다. 앞으로 나올 권수도 저 정도는 되는 듯 하다. 그녀가 쓴 책은 연작 형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 나오면 죽 달아서 소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엔드 게임도 그렇다. 엔드 게임은 도코노 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이야기지만 앞의 작품들(빛의 제국, 민들레 공책)을 읽지 않아도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앞의 것을 먼저 읽었으면 조금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엔드 게임은 등장인물이 단촐하다. 조연이라 부를 만한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네 명이 작품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데 놀랍게도 그 네 명 사이에서 음모, 속임수, 거짓말, 반전이 전부 등장한다. 온다 리쿠의 책은 독특하기 때문에 호오가 분명히 엇갈리는데, 그녀의 작품 스타일을 싫어하는 독자도 글솜씨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네 명으로도 극적인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설정이 독특하면서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어딘지 설겅거리는 느낌이 드는 설정인데, 따지고 들어가면 디테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뒤집고, 뒤집히고, 싸고, 빨고.
흥미로운 설정이다.

도키코는 아버지가 실종된 후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엠티를 갔다온 후 들어선 집은 어딘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어머니는 연수와 여행을 겸해 회사사람들과 지방으로 갔는데, 그때 어머니에게 탈이 생겼다는 연락이 온다. 어머니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깨어나지 못한다. 도키코는 어머니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 와중에 조금씩 가문의 비밀이 드러나고, 독특한 설정들이 풀려나온다. 아버지를 찾아서 간 곳의 오싹하면서도 환상적인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드러나는 진실의 일부분도.

이야기가 종반부로 치달리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대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뒤에 가서 뒤집기로 연결되는 것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품에서 수차 언급되는 뒤집기가 그런 식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확실히 온다 리쿠는 글을 잘 쓰는 작가다.

다음에는 민들레 공책을 읽고 빛을 제국을 읽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거꾸로 읽게 되는 셈인데, 뭐 상관없겠지.

온다 리쿠 책이 출간되는 속도를 보면 그녀의 작품이 전부 번역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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