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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냉전이 끝난 후 첩보 스릴러를 쓰던 작가들은 곤란을 겪지 않았을까? 나는 쓰는 작가들도 읽는 독자들도 김이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쓸 데 없는 생각이었다. 어벤저를 읽고, 글 잘 쓰는 작가에게는 소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냉전은 끝났어도 분쟁은 끊이지 않아서 냉전을 대체할 사건은 많고도 많았다. 온갖 테러를 감안하면 소재가 더 다양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씁쓸한 일이다.
1995년, 유고슬라비아는 인종청소가 한창이다. 온갖 역겨운 짓이 벌어지는 그 땅에 미국인 리처드 콜랜소가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 미국에 있었다면 평생 안락한 생활을 했을 착한 청년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찾아갔다가 참혹한 일을 겪게 된다. 그에게는 억만장자 외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는 손자의 실종을 추적하기 위해서 사람을 고용한다. 콜랜소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복수가 빠르게, 그러면서도 짚어야 할 곳은 다 짚어가면서 진행되는데 그 원숙한 글솜씨가 훌륭하다. 작가는 주인공 한 명에게만 촛점을 맞춘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삶도 조명하면서 폭넓은 시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리고 작가는 등장인물을 낭비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사람만 등장시키고 등장시킨 사람은 반드시 써먹는다. 아, 이 사람은 잊어버린 모양이다 싶은 순간 잊혀진 사람이 등장해서 제 몫을 한다.
억만장자가 고용한 사람은 어벤저라는 암호명을 쓰는 캘빈 덱스터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이며 변호사인 그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하층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갖은 노력 끝에 성공했지만 범죄에 휘말려 고통을 겪게 된다. 그는 정체를 숨기고 범죄자를 처단하는 일에 뛰어든다. 단순히 범죄자를 죽여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적 체포하는 일을 한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조용히 준비를 하고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안쓰럽다.
캘빈 덱스터가 이번에 맞은 임무는 어려워 보인다. 청부대상이 감쪽 같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그를 비호하는 세력도 문제다. 비호하는 세력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나쁜 놈이라서 무조건 악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다. 대악을 제거하기 위해 소악을 잠시 보호하는 것이다. 그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가 가기는 한다.
재밌게 읽었다.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 사실 반전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닌데 잊고 있던 문제가 튀어나와서 설명되는 게 만족스러워서 아주 좋은 반전처럼 느껴졌다.
어벤저는 오랜만에 나온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작품이다. 거장의 귀환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