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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곳
림헹쉬 지음, 백은영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띠지에 말레이시아 최고의 그림동화작가 림헹쉬의 대표작이라고 적혀 있다. 띠지 문구는 출판사에서 쓰는 거니 전부 다 믿을 건 못되지만, 생소한 말레이시아 그림작가의 책이 한국에서 나온 걸 보면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책의 그림에 전부 소녀가 등장하는데 작가 자신을 그린 것 같다. 잊어버린 어릴 적 꿈을 찾아 담담하게 써내려 간 인생 이야기 라는 걸 보면 아마 맞겠지. 그림의 소녀는 얼굴이 동양, 그러니까 말레이계가 아니라 중국계로 보여진다. 림헹쉬라는 이름도 그렇고 중국계 여성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소녀와 생김이 비슷하다. 이웃집 소녀려니 하고 읽었다. 현실의 옆집 소녀가 비록 이쁘진 않지만.
작가는 공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멀쩡히 다니다가 어릴 때 꿈꾸던 그림창작을 위해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주변에서 많이 말렸을 텐데 용기 있는 사람이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표를 던지고 꿈을 쫓는 모습이 부러운 게 아니라 성공했다는 게 부럽다. 꿈을 위해 사표를 던진 사람이 한둘이겠나. 모두 모아보면 어마어마한 수일 것이다. 그 중에서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접고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리라.
정감이 가는 그림이 좋았다. 옆에 붙은 글 보다는 그림 쪽이 마음에 들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시계를 붙들고 시간이 가는 걸 막으려 드는 그림, 말 타고 모자 흔드는 그림, 개 인형을 안고 환하게 웃는 그림, 아스팔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고 있는 그림이 특히 좋았다.
작가가 말하는 잃어버린 낙원이란 어릴 적 꿈, 동심, 그리움 같은 것인가 보다. 나는 그 시절이 별로 그립지 않은데 말이지. 그걸 보면 작가는 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모양이다. 낙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데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잃어버린 낙원을 찾았을까? 잃었다는 표현을 쓴 건 원래는 갖고 있었다는 의미인데, 만약 잃어버린 낙원이 동심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책에서 쓴 것처럼(아이는 자라면 다시는 동심을 지닐 수 없다)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작가를 만나고 싶어졌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만화가들을 보면 대부분 자기자신의 외모를 미화해서 그리는 경향이 있던데 림헹쉬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림과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외모든 내면이든.
책이 얇고 많은 부분을 그림이 차지하고 있어서 금방 읽었다. 짦은 독서시간과는 달리 여운은 오래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