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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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은 시작이 좀 독특합니다. 프롤로그에서 누가 죽는지, 그리고 누가 죽이는지 다 밝힙니다. 미스터리에서 가장 흥미를 자아내는게 범인의 정체인데 그걸 전부 말해주고 시작하는 겁니다. 까놓고 시작해도 재미를 줄 자신이 있는 걸가요. 아니면 그런 형식을 통해서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요. 그 때문에 다른 부분에 집중하면서 글을 읽기는 했습니다. 왜 그들이 그를 죽여야 했는지 그리고 죽인 후의 심리상태 같은 것 말입니다.

피살자가 짜증나는 캐릭터인 것은 확실합니다. 같이 생활하다 보면 살의가 솟아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죽이고 싶다는 것과 진짜 죽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밉다고 다 죽여버리면 인구가 반은 줄 겁니다. 그들은 확실히 큰 죄를 지은 겁니다. 그 죄가 그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무고해 보이는 주인공 리처드가 그 일에 말려든 것은 유감스런 일입니다. 물론 그도 책임이 있으니 완전히 무고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리처드는 왜 그 일에 가담을 했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리처드가 피살자에게 기분이 상한건 확실합니다. 피살자의 행동은 분명 과한 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는 기분이 상했다고 일을 저지를 정도로 교양없는 사내는 아닙니다.

처음에는 시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처드는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의 가난한 집 출신입니다. 대학에 다닌다는 게 신기한 형편입니다. 부모님들도 대학진학에 반대를 했구요. 그에 비해 매일 붙어다니는 친구들은 전부 상류층 출신입니다.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리처드가 그들의 처지를 부러워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은 시기심이 끓어올라 살인에 가담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후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리처드는 그들 속에 포함되고 싶었던 겁니다. 리처드는 다른 대학을 다녀서 고전그리스과에 늦게 합류를 했습니다. 이미 다니고 있었던 다섯 명의 과친구들은 상류층 출신에 아주 친했고, 똘똘 뭉쳐서 다녔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리처드는 그들 속에 들어가 완전한 일원으로 대접받고 싶었던 겁니다. 이건 피살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다섯이 뭉쳐 다녔지만 피살자는 약간 겉돌았고 그것이 그를 불안하게 했고, 파국을 불러온 듯 보입니다.


제가 생각한 동기가 좀 약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리처드와 친구들의 나이가 21살 정도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무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30살 정도였다면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책표지에 쟝르문학과 순문학이 이상적으로 결합했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수준 높은 미스터리라는 말일까요. 책 속의 어떤 것이 쟝르적 특성이고 어떤 것이 순문학적 특성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전 그냥 재밌게 읽었고 그걸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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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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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권 흑색화약전쟁은 스케일이 크다. 영국에서 중국까지 이동한 2편의 스케일도 만만치 않지만 여정의 어려움이나 모험의 강도를 봤을 때, 흑색화약전쟁이 단연 돋보인다. 흑색화약전쟁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에서 터키까지의 여정이 1부 터키에서의 모험과 프러시아까지의 여정이 2부, 프러시아에서 나폴레옹과 싸우는 일이 3부를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 임무를 무사히 마친 로렌스에게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다. 터키에 가서 영국공군이 구입한 용의 알을 가져오라는 명령이다. 왜 가까운 용에게 시키지 않고 머나먼 중국에 있는 테메레르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로렌스는 명령에 복종한다. 바다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로렌스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위험한 길을 선택한다. 갖은 고난 끝에 터키에 도착한 그는 대단히 곤란한 말을 듣게 된다.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줄거리를 쓰는 일은 여기에서 그치고 흑색화약전쟁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두 가지를 말하겠다. 우선 가장 좋았던 것은 테메레르에게 라이벌다운 라이벌이 생겼다는 거다. 용싱왕자의 용이었던 리엔이다. 리엔이 등장한 것은 2편 군주의 자리이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테메레르와 대립하는 것은 3편 흑색화약전쟁이다. 힘이면 힘, 지략이면 지략, 모든 면에서 리엔은 테메레르의 맞수다운 활약을 보여준다. 리엔의 존재 때문에 글의 긴장감이 높아졌고 더 재밌어졌다.


나폴레옹의 활약도 긴장감을 높였다. 3편에서 그는 말 그대로 나폴레옹답게 나온다. 뛰어난 전쟁군인으로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테메레르는 기본적으로 대체역사적인 성격이 좀 있는 판타지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파괴하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킬 것 같지 않다. 이것도 마음에 든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이건 앞 권에서도 느낀 점인데), 등장인물이 잘 죽는다는 거다.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제외하면 안전한 사람은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주인공이 아닌 그들에게 애도를. 그에 비해서 용은 잘 안 죽는다. 보통 포로로 잡히는 선에서 그치는데 작가가 사람과 용을 차별하는 것 같다^^

테메레르 시리즈를 재미순으로 나열하면 3편, 1편, 2편이다. 취향은 다양하기 마련이라, 다른 분들의 재미순서는 이와 다른 경우가 많은데 공통적인 것은 시리즈가 재밌다는 것.

가끔 재밌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소리를 듣는데, 테메레르를 자주 추천하는 편이다. 나도 재밌게 읽었고, 다른 분들도 대개 재밌게 읽었다고 하셔서 추천하는데 부담이 없다. 아직 테메레르를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2007년이 가기 전에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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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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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은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90살 혹은 93살의 노인입니다. 그는 간호사들을 애먹이는 꽤나 까다로운 노인입니다. 어느날 양로원 앞에 서커스 천막이 섭니다. 그걸 보면서 제이곱은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 서커스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입니다.

코끼리에게 물을은 이십대 초반의 젊은 시절과 구십대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진행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단연 서커스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분위기 참 좋네요. 대공황기의 배고픈 시절 서커스는 한때나마 고달픈 현실을 잊게 하는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서커스가 들어서면 온 가족이 서커스를 보러 오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환상을 봅니다. 물론 서커스가 떠나고 나면 다시 현실의 삶 속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즐거움이 무가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삶을 살아갈 힘을 주니까요.

주인공 제이콥도 서커스를 통해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구경꾼들처럼 환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현실을 통해서 힘을 얻는게 독특하지만 말입니다. 역시 현실은 고달픈 겁니다^^

제이콥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 코넬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졸업을 할테고 아버지의 병원에서 같이 일을 할 겁니다. 안정되고 보장된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동시에 사망하면서 그의 삶은 뿌리채 흔들립니다. 병원은 은행에 넘어가고 그는 무일푼이 됩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충동적으로 기차에 올라타는데 그 기차가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이라는 순회 서커스 기차입니다. 무일푼에 갈 곳이 없었던 제이콥은 서커스단에서 잡역부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일생의 사랑을 만납니다.

코끼리에게 물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당들입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잘 잡힌 확실한 악당은 드물게 보는 것 같습니다. 마누라 두들겨 패고 제이콥을 괴롭히는 오거스트도 강력합니다만 최고는 서커스단의 단장 엉클 앨입니다. 단장은 벼룩의 간도 꺼내 먹을 것 같은 가차없는 인간입니다. 빨간불 입니다. 빨간불(이게 뭔지는 책을 읽으면 알게 됩니다.).

저런 악당들 밑에서 일하게 됐으니 제이콥의 생활이 순탄치 못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더하여 오귀스트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할 나위도 없겠죠.

서커스단 내부의 갈등과 동료간의 우정, 그리고 제이콥의 연애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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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역사 뫼비우스 서재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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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띠지에 적혀있는 말은 절반 정도 낮춰서 받아들입니다. 출판사 홍보문구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주 재밌다 그러면 조금 재밌겠구나, 하는 식으로 좀 깎아서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십년간 발표된 미스터리 중 최고의 작품이다." 라고 스티븐 킹이 말했다는 살인의 역사 띠지 문구에는 혹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스티븐 킹이 그런 격찬을 했을까. 기대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었습니다. 그런 평을 들을만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10년 중 최고는 아닙니다^^

살인의 역사 앞부분에는 예전의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의문의 살인, 사고, 실종입니다. 최소 9년 이상의 텀을 두고 일어난 사건들이라, 저 사건들을 어떤 식으로 연결할 지 초반부터 궁금했습니다. 접점이 별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저 사건들을 연결하는 건 사립탐정 잭슨입니다.

살인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보통 피살당하는 사람만 피해자로 생각하는데, 어쩌면 살아남아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가족들이 더한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의 역사는 그런 강력 범죄가 남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지 잘 보여줍니다.

살인의 역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심각합니다. 살인, 실종, 성적인 학대. 꽤나 격렬한 사건인데 분위기는 차분합니다. 담담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돕니다. 잭슨이 수사를 하는 과정도 그렇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폭력이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을 위협하는데 그런 폭력까지도 어째 담담하게 느껴집니다. 진행이 긴박하지 않다거나, 흥미롭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뒤가 궁금해서 책장이 계속 넘어가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은 담담해요. 마지막은 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담담합니다.

미스터리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탐정이 트릭을 밝혀내서 범인을 잡아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쾌감입니다. 저는 그 순간의 쾌감 때문에 추리 소설을 읽습니다. 보통 그런 장면들은 격렬하기 마련입니다. 탐정이 범인을 손가락질하면서 네 놈이 범인이다, 라고 소리치면 일대 소동이 벌어지는 식이죠. 쓰고 보니 좀 유치해 보이네요^^ 요즘의 미스터리는 이런 식의 우당탕 쿵쾅은 아니어서 세련돼 보이지만, 그 세련된 포장을 벗기고 나면 기본 속살은 보통 저렇습니다.

그런데 살인의 역사는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도 그렇고 그 후의 일들도 그렇고 담담한 편입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왜 그럴까 한 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담담한게 작가의 의도라고 가정하고 그 이유에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상처 받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담담한 분위기가 도움이 되겠죠.

살인의 역사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잔잔한 분위기입니다. 잔잔한 가운데 몰려오는 서글픈 느낌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서 여운을 줍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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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1> 서평단 알림
마녀 1 마녀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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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평단에 선정되어 쓴 서평입니다.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여자 얼굴을 꽉 차게 그려놓았는데 마녀라는 제목과 어울립니다. 그런데 띠지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네요. 앞 표지가 아니라 뒷 표지에 띠지를 둘렀으면 어땠을까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흠, 이상하려나.

장편인 줄 알았는데 단편집이군요. 마녀 1권에는 한 편의 긴 이야기와 한 편의 짧은 이야기, 그리고 아주 짧은 이야기. 이렇게 총 세 편이 실려 있습니다. 긴 이야기는 긴 이야기대로 짧은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림도 마음에 들고 오랜만에 본 만화여서 그런지 즐거웠습니다.

1장 스핀들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사랑을 얻지 못해서 삐뚫어진 마음이 여자를 마녀로 만든 듯 보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데에는 남자의 잘못도 크게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남자가 거절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했으면 여자가 저렇게까지 나올까 싶었습니다. 삐딱하게 보면 무뚝뚝하고 무정한 남자에게 걸려서 착하고 예쁜 여자가 독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듯. 그런 대접 받으면 열 받기 마련이죠^^

2장 첫번째 이야기 쿠아루프는 환경파괴에 대한 반대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외국 자본과 결탁한 부패한 정부가 밀림을 개발하려고 하자 원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섭니다. 당연한 일이죠. 씁쓸한 건 백인들이 앞잡이로 세우는 인물이 같은 원주민 주술사라는 것. 그래서 원주민은 위기에 몰립니다.
총, 폭탄 등 첨단 무기를 앞세운 백인들에 맞서는 원주민의 무기는 주술입니다. 몇 번의 공격을 막아내자 침략자들은 대대적인 반격을 가합니다. 마지막 그림이 섬뜩했습니다.

2장 두 번째 이야기 새를 탄 마녀는 아주 짧습니다. 짧지만 반전 때문에 강렬한 인상이 남습니다. 쿠아루프와는 다른 의미에서 마지막 그림이 강렬합니다. 쿠아루프가 끔찍했다면 새를 탄 마녀는 귀엽습니다.

소박한 듯 화려한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 또 마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만간 2권을 읽을 예정인데, 2권에서 완결이 나는 것도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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