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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제이콥은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90살 혹은 93살의 노인입니다. 그는 간호사들을 애먹이는 꽤나 까다로운 노인입니다. 어느날 양로원 앞에 서커스 천막이 섭니다. 그걸 보면서 제이곱은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 서커스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입니다.
코끼리에게 물을은 이십대 초반의 젊은 시절과 구십대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진행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단연 서커스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분위기 참 좋네요. 대공황기의 배고픈 시절 서커스는 한때나마 고달픈 현실을 잊게 하는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서커스가 들어서면 온 가족이 서커스를 보러 오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환상을 봅니다. 물론 서커스가 떠나고 나면 다시 현실의 삶 속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즐거움이 무가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삶을 살아갈 힘을 주니까요.
주인공 제이콥도 서커스를 통해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구경꾼들처럼 환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현실을 통해서 힘을 얻는게 독특하지만 말입니다. 역시 현실은 고달픈 겁니다^^
제이콥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 코넬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졸업을 할테고 아버지의 병원에서 같이 일을 할 겁니다. 안정되고 보장된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동시에 사망하면서 그의 삶은 뿌리채 흔들립니다. 병원은 은행에 넘어가고 그는 무일푼이 됩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충동적으로 기차에 올라타는데 그 기차가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이라는 순회 서커스 기차입니다. 무일푼에 갈 곳이 없었던 제이콥은 서커스단에서 잡역부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일생의 사랑을 만납니다.
코끼리에게 물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당들입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잘 잡힌 확실한 악당은 드물게 보는 것 같습니다. 마누라 두들겨 패고 제이콥을 괴롭히는 오거스트도 강력합니다만 최고는 서커스단의 단장 엉클 앨입니다. 단장은 벼룩의 간도 꺼내 먹을 것 같은 가차없는 인간입니다. 빨간불 입니다. 빨간불(이게 뭔지는 책을 읽으면 알게 됩니다.).
저런 악당들 밑에서 일하게 됐으니 제이콥의 생활이 순탄치 못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더하여 오귀스트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할 나위도 없겠죠.
서커스단 내부의 갈등과 동료간의 우정, 그리고 제이콥의 연애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