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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스티븐 킹은 피의 책을 읽고 클라이브 바커를 호러의 미래라고 격찬했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평이 좋아서 예전부터 피의 책 읽고 싶었는데 구할 길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헌데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피의 책 안에 원작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덕분인지 끌림에서 번역되어 나왔네요.
피의 책은 단편집으로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래 피의 책은 6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책은 그중에서 먼저 나온 3권에서 재밌는 단편을 골라 수록한 베스트 단편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편의 질이 좋습니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질이 떨어지는 단편이 한, 두 편 씩은 있기 마련인데 이책은 전반적으로 질이 고릅니다.
표제작인 첫 번째 단편, 피의 책은 작품의 서문에 해당하는 단편입니다. 책에 실린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명확하게 밝혀줍니다. 그러니까 책 속의 단편은 피의 기록이고 유령의 기록입니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마틴 스콜시지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이 떠오르는 단편이었습니다. 갱스 오브 뉴욕을 보면 뉴욕을 세운 건 폭력이라고 나오죠. 이 단편에서는 뉴욕이 어떤 토대 위에서 세워졌는지 나옵니다. 바로 살육이죠. 더 이상 쓰면 스포일러가 나올것 같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야터링과 잭-책 속의 단편 중에서 유일하게 유머러스한 이야기였습니다. 가볍고 귀여운 작품입니다. 야터링은 하급악마입니다. 그는 잭을 타락시키기 위해서 상부의(악마의 주군) 명령으로 파견됩니다. 그런데 잭은 너무 무미건조합니다.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마누라가 바람을 피워도 기르는 고양이가 죽어도 심드렁합니다. 그를 타락시켜서 영혼을 훔쳐야 하는 야터링은 미칠 것 같습니다. 지치고 약이 올라서 다 때려치우고 그냥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잭의 딸이 돌아오고 야터링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합니다. 피의 책 단편 중에서 유일하게 편한 마음으로 읽은 것 같습니다.
피그 블러드 블루스-의외인 단편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상상을 벗어났다는 게 아니라 공포를 주는 존재가 돼지였다는 게 의외였다는 말입니다. 친숙한 돼지를 이렇게 만들어버리니 좀 무섭네요.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연극을 공연하면서 벌어지는 악몽같은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언덕에, 두 도시에-좀 지루했습니다. 그리고 초반부 두 남자의 애정 묘사에 놀랐습니다.
드레드-책의 단편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대학 초년병이 또라이 선배 만나서 직사게 고생하는 이야기인데 뒷부분이 화끈합니다. 이 맛에 호러를 보는 거죠.
로헤드 렉스-헐리우드 괴물영화, 재난영화의 원작으로 쓰이면 좋을 듯한 단편입니다. 괴물이 나오고, 살육이 나오고, 거기에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스케이프 고트-요트가 섬에 좌초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도 좀 지루했습니다.
피의 책을 총평하면 아주 호러스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뜩하고 으스스한 이야기, 특히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슬래셔 무비 같은 성향이 높습니다. 호러 쟝르를 싫어하거나 피가 튀는 장면을 싫어하는 분은 피하시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