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르네상스인 中人 - 누추한 골목에서 시대의 큰길을 연 사람들의 곡진한 이야기
허경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등장인물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인물 10명 정도 추려서 소개할 줄 알았는데 50명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중인 중에서 아는 인물이라고는 국사 교과서에 조선후기실학과 관련되어 언급되었던 몇 명뿐이라 다양한 사람을 알게 된 게 좋았고, 아쉬운 점은 분량이 적어서 관심이 가는 인물에 대한 정보량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등장인물 중에서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인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능력있는 중인들은 신분의 제약 때문에 참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골동품을 모으는데 빠진 것 같습니다. 본업에서 능력 발휘가 제약되면 다른 쪽으로 재능이 튀어나가기 마련이죠.

등장인물 중에서 화가들이 대체적으로 인상적이네요. 달마도로 유명한 김명국이 일본에 팔려고 인삼을 숨겨가다가 걸려서 압수당했다는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처자식이 굶주리는데 청빈이 좋다며 시나 짓는 일부 등장인물에 비하면 훨씬 나아 보이네요. 싫은데 억지로 그림을 그리라고 강요하자 자기 눈을 찔러버린 최북도 인상적입니다.

중인은 현대로 치면 의사, 외교관 등 전문직업인입니다. 요즘 태어났다면 전문가로 각광을 받았을 텐데 시대를 잘못 타고 나서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네요. 지금 잣대로 예전의 신분제도 같은 걸 비판하는 건 무의미하긴 합니다만 많이 아쉽네요.

1장에 보면 인왕산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읽다보니 가고 싶어지네요. 옛날 풍경 묘사라 요즘에 가보면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서울에 가게 되면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 글을 무척 읽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좋네요. 그의 명성에 걸맞은 재밌는 글입니다.

미국 변호사 중에 엠블란서 체이서라 불리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사고가 나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환자에게 접근, 고소를 하라고 부추겨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를 말합니다. 저질 변호사의 대명사 같은 존재입니다.

주인공 미키 할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훌륭한 변호사라고 부를 수는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보석보증인에게 돈을 뿌리고, 구치소에 명함을 돌리고, 교도소에서 잘 보이는 건물에 광고를 해서 고객을 모집하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입니다. 

할러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란 제목 그대로 링컨 차를 탑니다. 타고 다니다가 낡으면 차고에 세워두고 새 링컨 차를 뽑아서 타고 다닙니다. 차가 많이 모이면 리무진 서비스 회사를 차릴 모양입니다. 그는 링컨을 타고 법원, 경찰서, 구치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그 안에서 의뢰를 받고 변호전략도 짭니다.

형사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범인을 풀어준다는 이유로 형사변호사를 싫어합니다. 변호사는 법의 한 축을 이루는 구성요소이고 범죄자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할러는 그들의 비난을 일축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걸리는 부분은 있어 보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변호사가 싫어하는 의뢰인은 무고한 의뢰인이다, 라는 부분입니다. 결백한 피고인은 검찰측과 협상을 하지 않습니다. 무죄니까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승소하면 좋겠지만 패소하면 오랜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합니다. 형량협상을 한 경우보다 훨씬 길며,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판결이 나면 변호사는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순진한 의뢰인은 무섭다는 말도 나옵니다.

말이 저렇다는 거지 할러가 무고한 의뢰인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무고한 의뢰인을 기다립니다. 지금까지는 죄를 지은 범죄자만 변호해왔지만, 언젠가는 무고한 의뢰인이 찾아올 거라고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무고해 보이는 피의자가 사건을 의뢰해 옵니다. 진짜 무고하다면 첫 번째 비범죄자 의뢰인이 되는 겁니다.

루이스 룰레는 술집에서 만난 여자의 집을 밤 10시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문에 들어선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합니다. 깨어나 보니 경찰이 자신을 잡고 있습니다. 그는 가중폭행, 강간미수, 더하여 살인미수의 혐의까지 받습니다. 그는 할러를 변호사로 선임하고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합니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 판 여자의 함정에 빠졌다는 겁니다.

그는 정말 무죄일까요. 할러의 생각대로 첫 번째 무고한 의뢰인일까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스트 폴리오 1 - 피와 죽음을 부르는 책
제니퍼 리 카렐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는 영미문학계의 영원한 떡밥 같군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 숨겨진 일화, 등등 그를 소재로 한 책이 종종 나옵니다. 퍼스트 폴리오도 셰익스피어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케이트는 하버드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다가 관두고 연극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다른 나라의 연출가들에게 인색한 영국 런던에서 햄릿을 연출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대학에서 연구를 할 때 지도교수였던 로즈가 방문합니다. 학문의 세계를 떠나 연극에 투신할 때 로즈와 크게 다툰 적이 있기 때문에 케이트는 껄끄럽습니다. 그런 케이트에게 로즈는 상자를 하나 건네주면서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케이트는 그 동안의 감정도 있고, 연출도 해야 되기 때문에 거절하지만 로즈는 중요한 것을 찾았다면서 재차 도움을 청합니다. 케이트는 결국 9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약속장소에 가지만 극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극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살해당한 로즈를 발견하게 됩니다.

케이트는 그녀가 맡긴 상자를 경찰에게 숨기고, 로즈의 말대로 상자에서 나온 물건이 이끄는 데로 따라가면서 그녀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추적합니다.

지인이 도와달라면서 물건을 맡긴 후 죽습니다. 그러면 주인공은 물건을 단서로 추적에 나서고 결국 진실을 발견합니다. 이런 유형의 미스터리는 익숙합니다. 경찰을 따돌리고 혼자 혹은 동료와 진상을 추적한다. 그 와중에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도와주는 사람, 동료, 후원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나중에 지인 혹은 동료 혹은 후원자가 나쁜 놈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반대로 의심했지만 진실한 사람이었다. 경찰이 나쁜 놈 같은데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다, 경찰이 나쁜 놈이었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1권만 읽어서 뒤가 저렇게 진행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대충 저 중의 하나일거라고 예상합니다.^^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고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공통의 코드가 들어있는 장르 문학은 더 이상 읽히지 않겠죠. 중요한 것은 비슷한 구조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입니다. 퍼스트 폴리오의 작가는 셰익스피어 시대에 있었던 일을 상상해서 책 속에 채워 넣었습니다. 다빈치 코드가 성배로 독자의 흥미를 끌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라, 시티의 매력은 설정에서 나옵니다. 책 앞머리에 아프리카 공동체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아니면 이것도 작가가 창작해서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독특합니다.

이 책의 설정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 죽었으면서도 산사람이 되어 시티라는 곳에 머물게 됩니다. 즉 살아있는 죽은 자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사람이 다 죽으면 진짜 죽어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 설정.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습니다. 초기에 북적거리던 시티는 현실에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급속도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로라가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라는 코카콜라 소속 회사원으로 남극에 연구를 하기 위해 파견됩니다. 그래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 고립됩니다. 어쩌면 시티에 사는 사람들도 고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이 두 곳을 번갈아 비추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로라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시티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사연을 쌓아 가는데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스쳐가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네요. 예를 들면 현실에서 자살한 아버지가 시티에서 딸을 보게 되는데, 아는 척을 못하고 도망칩니다. 자살을 하면 끝나는 줄 알았을 텐데, 딸을 만나게 되니 당황했겠지요. 이런 사연들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결말입니다.
로라는 어떻게 되나? 만약 세상의 사람들이 다 죽으면 시티는 어떻게 되나? 시티에 사는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끝이 날까 궁금해서 급히 해야 할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결말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쓰지 않겠습니다. 관심이 가는 분들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존 (양장, 한정판)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 이 책의 주인공 존은 이상합니다. 일반인이 보기에 말입니다. 저 일반인이란 말 속에는 저를 비롯한 모든 독자가 포함됩니다. 존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지성체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설마 독자 중에 초지성체가 있지는 않겠죠.^^

이 책의 화자는 존의 추종자입니다. 부하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그는 존의 본질은 알지 못하지만 존의 독특한 경력을 둘러싼 진실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 그의 일대기를 기록한다고 했습니다. 책은 그 기록입니다.

꽤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그런데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존이 초지성체라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천재라는 설정이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책에 나온 묘사로는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묘사한 발명품 같은 것들은 별로 천재스럽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뭉뚱그려서 그냥 넘어가기도 하구요.

어쩌면 화자가 처음부터 존의 본질을 잘 모른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점에 대한 면피, 혹은 변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또 주인공 존이 재수없어 보이는 것도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읽는 재미는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다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게 이해가 됩니다.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과 같은 작품은 직접적인 영향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특정 쟝르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임은 못집니다.^^

이상한 존은 오멜라스에서 나온 세 번째 SF입니다. 오멜라스는 책을 참 공들여 만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양장본이 예쁘고 튼튼해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