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의 대면
조셉 그레니 외 지음, 김경섭 옮김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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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 상대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일이 훨씬 더 힘들다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에겐 그렇습니다. 특히 협상을 하는 게 힘든데,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겠어요. 대놓고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힘듭니다. 그때 확실하게 의사를 밝혔어야하는데 하고 나중에 후회합니다만, 버스 떠난 후죠.

결정적 순간에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요. 상대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화가 나 있을 때 말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저의 행동을 오해하고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질책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이럴 때 얼굴이 빨개지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불리한 처지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기 할 말 따박따박 하는 사람 부러워요. 그러면서도 사이가 나빠지지 않고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분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결정적 순간의 대면은 제목 그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저자들의 주장이죠.

저자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습니다. 책임추궁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성공적인 대면을 하려면 신경써야 할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와 피해야 할 문제를 구별해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동기와 능력, 타인의 동기와 능력을 알아야 하며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지적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해야 하며 상대를 궁지에 몰아서도 안 됩니다.

결정적 순간의 대면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맞아, 이러면 되겠군,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무척 힘이 듭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부딪치게 되는 근본문제가 이거죠. 실천이 쉽지 않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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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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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면 전환이 좀 불친절하네요. 영화를(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가 주연을 맡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적역을 맡은 것 같더군요. 영화 참 재밌게 봤습니다.) 미리 보지 않았다면 몇 장면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이 고스란히 보이더군요. 즐거운 반면 아쉽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반전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테고 더 재미를 느꼈을 텐데 말입니다.

파이트 클럽은 30채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지 않고, 화제 중심으로 짤막짤막하게 서술되는 바람에 앞서 말했듯 정신이 좀 없습니다. 내용 자체도 정신(?)이 약간 없는 듯 합니다. 심하게 반사회적이지는 않은데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언짢아 할 구석이 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분도 많을 겁니다.

잭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회사원입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불치병 환자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위안을 얻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사내 타일러 더든을 만납니다. 타일러 더든은 그에게 최대한 세게 때려달라고 요구하고, 그 결과 파이트 클럽이 탄생합니다.

파이트 클럽의 첫 번째 룰, 절대 파이트 클럽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파이트 클럽의 두 번째 룰, 절대 파이트 클럽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소설 파이트 클럽의 매력은 파이크 클럽 그 자체에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 체면 등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버리고 맨몸으로 부딪쳐 싸우고, 그 싸움을 통해서 자신과 대면한다고 것, 그것이 파이트 클럽의 의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이트 클럽을 읽고 나서 부작용이 좀 생겼는데 식당에 가기가 겁나요.^^
책을 읽은 분은 공감하실겁니다. 앞으로는 종업원들에게 불평도 못하겠더군요. 그냥 주는 대로 먹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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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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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시작부터 누가 어떻게 죽는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 모두 보여줍니다. 그런 면에서 누가 범인일까, 범행 수법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본격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흉기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집중하는 스릴러입니다.

선수시절 잘 나갔던 선수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센도 고레노리의 집에 숨어듭니다. 불리한 자료를 훔쳐서 폐기할 목적인데 감시 카메라 때문에 들통이 납니다. 그들을 몰아내려는 센도와 자료 없이는 물러날 수 없는 절박한 입장에 몰린 은퇴선수들의 갈등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집니다. 의도하지 않은 살인에 선수들은 당황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안고 물러납니다.

그들은 살인 장면을 목격한 사람, 키가 190센지미터에 달하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여자 타란툴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타란툴라는 복수를 다짐하고 그들을 쫓습니다. 그녀는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듭니다. 복수를 위해서 머리를 굴리지도, 음모를 꾸미지도 않습니다. 가진 힘을 사용해서 우직하게 밀고 나갑니다. 제목의 아름다운 흉기는 괴력을 발휘하는 타란툴라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말 그대로 흉기네요.

복수를 위해 달려가는 그녀와 반대로 그녀를 막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은퇴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타란툴라를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번갈이 비춰지면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이야기가 복수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쪽이라 중반부까지 구성이 단순한 편인데 뒤쪽으로 가면서 사건이 조금씩 복잡해지고 반전도 튀어나옵니다.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들이 후반부에 모두 올라오는데, 절반은 맞췄는데 절반은 놓쳤네요.

글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서 책장도 빠르게 넘어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팬이라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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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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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픕니다. 그래서 데이빗은 매사에 조심합니다. 자신이 나쁜 행동을 하면 엄마가 죽을 것 같아서 규칙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합니다. 왼발을 먼저 디딘다거나, 짝수로 물건을 만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규칙입니다. 이런 규칙을 지킨다고 병이 낫지는 않습니다. 결국 엄마는 죽고 데이빗은 남겨집니다.

아버지를 의지해서 살아가던 데이빗에서 새로운 가족이 생깁니다. 새어머니 로즈와 이복동생 조지, 데이빗에게 이런 변화는 충격입니다. 소년은 새로운 가족과 적응하지 못하고 겉돕니다. 어머니가 투병중일 때 책으로 위안을 삼았던 데이빗은 이번에도 책으로 도피합니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상한 세계가 보이면서 도피처는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이쯤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대강 짐작이 됩니다. 예상대로 데이빗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 놓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성장 동화입니다. 데이빗은 모험을 통해 소년의 탈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주 접했던 익숙한 동화들이 비틀린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백설공주, 빨간모자, 헨젤과 그레텔, 그 외에도 다양한 동화들이 녹아들어 있는데 부록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편하게 읽히는 편인데, 아이들이 읽기에 버거워 보이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아이들보다는 어른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작가 존 코넬리는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작가라는데, 그렇다면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상당히 이질적인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그의 스릴러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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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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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라 료 작품이 예전에 한 번 나온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내가 죽인 소녀라는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팬들이 이 작품 구하려고 노력하는 걸 보고 호들갑떤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읽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와자키는 도쿄에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라는 파트너와 같이 일을 했었는데, 그는 모종의 사고를 치고 5년째 잠적중입니다. 덕분에 사와자키는 경찰과 야쿠자에게 한 동안 시달렸습니다.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는 모습이 어째 외로워보입니다. 하긴 하드보일드 탐정은 외로운 게 제격이죠.^^

글은 오른 손을 숨긴 사나이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기괴한 의뢰인의 등장 말입니다.^^ 그는 르포라이터인 사에키를 찾습니다. 여기 왔을 거라고 주장하는데, 사와자키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오른 손을 숨긴 사나이는 이름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의뢰비 20만 엔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의뢰인이 등장하는데 그도 사에키를 언급합니다.

흥미로운 시작, 증폭되는 사건, 얽히는 사람들, 복잡한 일들이 연결되면서 결말로 돌진!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니컬 하면서도 유머가 느껴지는 대사가 좋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사족- 레이먼드 챈들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데, 그런 점을 잘 못느끼는 제가 보기에도 냄새가 짙게 납니다.
        탐정 이름이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하라 료가 훨씬 탐정틱합니다.^^
        비채에서 하라 료 작품을 다 내줄 것 같은데, 반갑네요.(워낙 과작이라 전부라고 해봐야 6권 밖에 안 되는군요.)


주의-스포일러 나옵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 나니 우연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의 발단이 되는 오른 손 숨긴 사나이의 사연, 르포라이터와 그의 우연한 만남, 고야가 전화 통화를 엿듣는 대목 같은 것 말이죠.
흠을 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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