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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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집을 읽은 지 10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IMF 이후에 시를 읽지 않은 것 같네요.
세상에, 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각박한 현실에 부딪쳐서 감성이 말라버린 탓이라고 슬쩍 세상을 원망해 봅니다.

유치환의 유명한 시 행복에서 따온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시집,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에는 50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14명의 시인들이 추천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입니다.

오랜만에 읽었더니 좋네요.
가끔 떠오르는 시를 골라서 읽던 것과 달리 1권에 실린 50편을 죽 달아서 읽으니
감성이 막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해설을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읽어도 건성으로 읽습니다.
나와 생각이 아주 다른 해설을 읽으면 묘하게 불쾌감이 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해설을 건성으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좋아서 나중에는 정독을 했습니다.
해설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점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점은 시, 혹은 시인과 관련된 일화입니다. 
몇몇 일화는 아주 유쾌했습니다.
마치...처음을 쓴 김민정 시인이 선 본 남자와 헤어진 이야기가 특히 재밌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오늘의 예술가상과 얽힌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1998년에 상을 탔는데 마침 그 해에만 상금이 없어지는 바람에 트로피만 받았다고 합니다.
가난한 시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500만원인데 말입니다.

어떤 시와 해설은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납니다.
어디서 읽었더라 생각해보니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블로그에서 본 모양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문구, 퍼가요, ㅋㅋ이 그 밑에 주렁주렁 달려있었죠.

마지막으로 해설에 실린 함민복 시인의 시 일부를 옮겨봤습니다.
작가의 품성이 잘 드러난 명시라고 생각합니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긍정적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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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여신 - 오드 토머스 두 번째 이야기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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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토머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죽음의 여신에는 올해의 악당상에 어울리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제목 그대로네요. 죽음의 여신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살인예언자의, 그 일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났습니다. 토머스는 여전히 그 때의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식당에도 나가지 않고 슬픔에 잠겨 있는 그에게 제섭 박사가 찾아옵니다. 그는 절친한 친구 대니의 의붓아버지인데, 애석하게도 유령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친구 대니는 골성형부전증을 앓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집니다. 제섭 박사는 대니의 어머니 캐럴과 재혼해서 그녀를 불행한 결혼에서 건져낸 것은 물론 대니에게 훌륭한 생활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가 유령으로 찾아왔다는 것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친구 대니에게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토머스는 유령의 안내에 따라 친구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박사의 시체를 발견하고, 대니의 실종과 직면하게 됩니다. 4개월 전에 감옥에서 나온 캐럴의 전남편이자 대니의 생부인 사이먼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토머스는 사이먼 이상의 뭔가가 실종에 얽혀있다고 직감하고,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대니를 추적합니다.

오드 토머스 시리즈에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토머스가 유령을 본다는 것부터 초자연적이죠. 그런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령은 인간에게 말을 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 자체가 미스터리 형식을 띠는데 도움을 줍니다. 만약 그런 제약이 없다면, 토머스는 모든 일을 쉽게 알게 되고 또 쉽게 해결해 버릴 겁니다. 긴장감 자체가 생길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이게 초자연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게 됩니다. 살인 예언자에서도 그랬죠. 토머스는 그 이야기에서 초반에 범인을 알고 그가 살인을 저지를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막으려고 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죽음의 여신도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됩니다. 토머스의 대적자도 그 쪽 방면에 조예가 깊어서(?) 친구를 구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소설의 기초가 초자연적인 요소 위에 서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재미와는 별개로 저는 그게 달갑지 않았습니다. 미스터리(스릴러 성향의) 구조와 충돌하는 것 같았거든요. 미스터리로 읽으며 즐겼는데 갑자기 판타지와 부딪친 기분입니다.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죽음의 여신은 친구의 실종부터 시작해서 그 해결까지 일직선으로 내달리는데, 흡입력이 강해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를 몰입시키는 점이 딘 쿤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딘 쿤츠의 오드 토머스 시리즈는 재밌습니다.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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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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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은 나무 위의 남작, 우주 만화로 나름 유명한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입니다. 배경은 2차 대전의 이탈리아입니다. 칼비노의 데뷔작이라고 하는군요.

이탈리아 역사를 알면 이해가 쉬울 텐데, 잘 몰라서 생소한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는 몰라도 현대 이탈리아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제가 아는 상식을 말하자면 이탈리아는 독일, 일본과 힘을 합쳐 싸웠죠. 열세를 느껴서 중간에 연합군에게 항복을 했는데(이때 무솔리니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지식이 짧아서.), 같이 싸우기 위해서 이탈리아에 들어와 있던 독일이 반발해서 이탈리아를 점령하게 됩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이 즈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내부사정이 참 복잡합니다. 파시스트, 공산주의자, 독일군, 독일 편에 붙은 민병대, 레지스탕스 등등 여러 편으로 쪼개져있습니다. 소년 핀은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갑니다. 부모는 안 계시고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누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나이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발랑  까진 악동같다고나 할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핀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어른의 세계를 기웃거립니다. 그렇게 기웃거려도 어른의 세계에 녹아들 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까졌어도 아이는 아이니까요. 핀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어떤 때는 한 편처럼 굴다가도 어느 순간 선을 그어 내치는 어른의 모습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배신감도 느껴지고요.

동네의 비밀을 폭로하고 술집에서 어른들을 놀리며 살던 핀은 어느 날 술집에서 총을 훔쳐내라는 강요를 받게 됩니다. 총을 훔치면 어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핀은 누나의 손님으로 온 독일 해병의 총을 훔칩니다. 그게 원인이 되어서 핀은 독일의 반대편에 서서 모험을 하게 됩니다.

우주만화를 읽은 영향으로 환상적인 요소가 섞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내용이 사실적입니다. 2차 대전의 한 때를 잘라서 들여다본다는 느낌이 듭니다. 핀이 어서 자라서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상태를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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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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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자정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원래 삼분의 일 정도만 읽고 나머지는 다음 날 읽으려고 했는데 결말이 궁금해서 내쳐 읽었더니 머리가 무겁네요. 보통 이 정도 분량이면 3시간에서 4시간이 걸리는데, 도착의 론도는 2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빨리 읽은 데다 잠이 와서 이해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단순한 듯 하면서 복잡한 트릭도 영향을 많이 미쳤습니다. 꼬인 부분도 좀 있었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리송해서 뒷부분을 두 번 더 읽으니 이해가 되는군요. 간만에 머리를 쓰게 만드는 미스터리를 읽었습니다.

야마모토 야쓰오는 일을 그만 두고 몇 년 째 미스터리 소설의 집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목표는 상금이 1천만 엔인 월간추리 신인상.(에드가와 란포 상을 모델로 한 상입니다.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이 소설 도착의 론도로 에드가와 란포상에 응모했는데 최종심사에 올라갔지만 안타깝게 수상에는 실패하고 다음 해에 고단샤에서 출간되어 성공을 거둡니다. 점성술 살인 사건의 저자 시마다 소지가 경탄할 만한 걸작이라고 격찬을 했다고 합니다.)

야스오는 계획을 꼼꼼하게 짜서 집필에 들어가는데, 글이 써지지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시간만 갑니다. 이런 경험 모두 해봤을 겁니다. 방학 때 공부계획 짰다가 실천하지는 않는 거. 내일은 해야지가 방학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경험 말입니다. 시험칠 때도 그렇죠.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새 시험전날이 되고 밤샘하고.^^

글은 안 쓰고 시간만 죽이는 게 한심해 보여서 야스오에게 정이 안 갔는데, 왠걸 아이디어가 떠오르니 일사천리로 쓰는군요. 넉넉한 시간을 남겨두고 탈고를 합니다. 친구인 기도에게 보여줬더니 걸작이라며 분명히 상을 탈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이제 야스오의 삶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원고에 사고가 생기면서 일이 꼬입니다.

도착의 론도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대결구도로 글이 진행됩니다. 두 사람의 심리 상태와 머리싸움이 볼만 합니다. 그리고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깜빡 속았습니다.

서술트릭을 잘못 쓰면 사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도착의 론도는 트릭이 좋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 특히 트릭에 열광하시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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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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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쓰고 싶은 글이 무척 많은가 봅니다. 미스터리, 판타지, SF,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빠른 속도로 토해냅니다. 어떤 작품은 복합장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걸 어느 장르에 넣어야 할 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온다 리쿠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미스터리입니다. 어떤 장르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래서 온다 리쿠가 본격 미스터리를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습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유지니아가 나왔을 때 드디어 온다 리쿠의 본격 미스터리를 보게 되는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본격이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약간 달랐습니다. 글은 재밌었는데, 완전한 본격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약간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온다 리쿠가 쓴 본격 미스터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코끼리와 귀울음을, 이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코끼리와 귀울음이 장편인줄 알았습니다. 책을 보니 단편집이군요. 확실히 온다 리쿠는 할 말이 많은 작가인 듯합니다. 어떤 단편은 장편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빨리 쓰고 다른 글 써야지, 하는 마음이 느껴진달까요.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글은 좋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수수께끼 풀이를 한다는 점에서 본격은 본격입니다. 그런데 정말 본격인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온다 리쿠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 것도 같고, 제가 본격이라는 말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용의자, 누가 범인인가, 범인이 만든 트릭을 푸는 탐정, 마지막에 용의자 불러 모아서 네가 범인이렸다라고 선언하는 탐정, 그리고 사건이 해결된 뒤 관련인사에게 상황설명을 하는 탐정,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코끼리와 귀울음에는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탐정이 이야기를 듣고 추론에 의해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형식을 취한 단편이 많습니다.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은퇴한 판사 세키네 다카오입니다. 온다 리쿠의 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 주인공 아버지로 나왔다는데 저는 읽은 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 나네요. 검사인 큰아들 슈운과 변호사인 딸 나쓰도 중요한 조연으로 나옵니다. 흠, 법조인 가족이군요.^^

단편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추리가 가능한, 그러니까 진상이 어느 정도 열려있는 단편이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급수탑, 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마술사, 같은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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