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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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씨의 글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흔들리는 바위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흔들리는 바위는 좀 불편하네요.

그 놈에게 동정의 여지가 있나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또라이가 사고 친 거잖아요.
등장인물이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에도 시대는 민주주의 시대는 아닙니다. 당연히 불합리한 면이 아주 많을 테고, 그런 제도 때문에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처럼 몹쓸 짓을 하면 쌍욕을 먹어 마땅하지요. 동정적인 시선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불편한 구석만 빼면 이야기 자체는 재밌습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여자 주인공 오하쓰 캐릭터가 마음에 드네요. 초반에 얼빵하게 등장하는 우쿄노스케도 좋았는데 후반에 똑똑해지니까 이상하게 매력이 떨어지네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 님의 글은 네 편이 번역되었습니다.
재미 순으로 나열하자면 외딴집이 가장 좋았고, 흔들리는 바위, 괴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순입니다. 단편보다 장편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간 순위입니다.

오하쓰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있고, 북스피어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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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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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어라, 뭐지, 왜 이렇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르 소설 좋아하는 분들은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잘 알겁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많이 내는 걸로 유명한데 그 외에도 좋은 소설 많이 냈습니다. 작지만 똘똘한 출판사 북스피어에서 최근 미스터리 전문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했습니다. 221B, 라고 셜록 홈즈가 하숙한 집의 주소에서 따온 이름인데, 그 첫작품으로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을 냈습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221B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당연히 미스터리 소설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그냥 연애소설인 겁니다.

띠지에 마지막 세 줄로 모든 것이 뒤바뀐다고 써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세 줄을 정독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연애소설입니다. 미스터리 소설 많이 읽어서 요즘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짐작을 하기도 하고 범인도 종종 맞히는데 도무지 모르겠어요. 살짝 약이 오른 상태에서 해설을 읽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되더군요.

이상하다고 느꼈던 상황과 대사가 하나 둘 떠오르면서 작가가 복선 참 많이 깔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에는 어려운 복선입니다.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거의 맞히지 못했어요. 

다 알고나니 분명 미스터리가 맞습니다. 헌데 성향이 약하긴 합니다. 진실을 알기 전에는 그냥 연애소설로 느꼈을 정도니까요.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일이겠지만, 구경꾼 입장에서는 심각하지 않죠.^^

스포일러를 배제한 상태에서 등장인물에 대해서 몇 마디 하자면, 걔는 못됐고 싸가지가 없네요. 그 아이는 순한 듯 한데 의외의 면이 있구요.

흠, 묘한 맛이 나는 소설입니다.

덧. 책을 다 읽기 전에 해설은 들춰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트릭을 맞힐 수 있는 지 한 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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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크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92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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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나이트 워치, 데이 워치를 재밌게 읽어서 삼부작의 마지막인 더스크 워치를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기대한 대로 재밌네요. 훌륭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트 워치는 빛의 마법 세력이 어둠의 마법 세력을 감시하는 내용이었고, 데이 워치에서는 그 반대편의 입장을 다루었습니다. 더스크 워치를 읽기 전에 3부는 뭘 다뤘을까 짐작해 봤는데, 답이 바로 나오더군요. 야간 경비대와 주간 경비대를 다뤘으니 이번에는 선과 악의 중립지대, 재판소를 다룰 것이다.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예상은 틀렸습니다. 재판소가 중요하게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야간 경비대의 안톤입니다. 경험이 많아지면, 다르게 표현하면 마법이 높아지면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모양입니다. 안톤은 야간 경비대로 활동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야간 경비대의 활동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더스크 워치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각각 독립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등장인물이나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보면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야간 경비대와 주간경비대 그리고 재판소에 투서가 날아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야간 경비대의 누군가가 인간을 다른 존재로 만들려고 한다는 겁니다. 흡혈귀나 변신자같이 원시적 수준의 힘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마법사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안톤은 투서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의심합니다. 안톤은 투서를 추적하면서 그 이면의 목적과 부딪치게 됩니다. 그 결과 첫 번째 사건은 일단 일단락이 되는데, 그 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서 안톤은 전설 속에서나 떠돌던 엄청난 마법서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스포일러 배제하면서 쓰려니 힘드네요.^^)

최근에 번역되는 러시아 쟝르 소설을 보면 영미계 쟝르 소설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나름의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루키야넨코의 워치 시리즈를 보면서 느낀 건데, 최초의 공산화가 일어난 나라답게 스케일이 큽니다. 아니 스케일이 크다기보다는 사회를 거시적이라고 본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스크 워치도 그러네요.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그런 느낌이 더 듭니다.

다른 존재가 평범한 인간과 달리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이유가 더스크 워치에서 나오는데 시각이 새롭네요. 다른 판타지 소설의 마법사가 능력을 얻는 원인과는 양상이 사뭇 다릅니다. 흥미롭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사족-원래 삼부작 완결이라고 알고 있고, 내용도 완결인데 러시아에서 4편 라스트 워치가 나왔다는군요. 인기가 많아서 뒷 권이 나온 모양입니다. 재밌는 시리즈라 계속 나와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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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의 땅 Medusa Collection 5
니키 프렌치 지음, 노진선 옮김 / 시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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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의 땅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납치당한 여성이 자유로운 바깥 세상에 대해서 한 표현이군요. 납치당한 그녀는 죽은자의 땅에 묶여 있고 말이죠.

애비 데브로가 납치당한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녀는 누가,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암흑의 공간에 홀로 던져져 있고 납치 과정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초반부의 상당한 분량을 그녀의 심리적 갈등과 고통에 할애하고 있는데, 인상적이네요. 표지와 띠지에 심리 미스터리의 걸작,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애비는 죽음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그런데 범인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보니 납치범을 잡기가 힘듭니다. 경찰은 과연 그게 있었던 일인지 의심하게 되고, 애비는 납치범이 다시 나타나서 날 해치는 게 아닌지 공포에 떨게 됩니다.

애비의 삶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납치범이 잡혀야 합니다. 반대로 납치범은 경찰에 잡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그녀를 처리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애비와 납치범이 다시 부딪치게 되는 건 필연이죠. 그녀가 범인에게 다가가는 과정과 범인이 그녀의 삶을 파고드는 과정을 읽어가면서 마지막 대결을 기대했습니다.



밑의 내용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안 될 수도 있구요.^^)




그 순간까지 오는데 호흡이 길었는데 의외로 마지막 대면은 짧게 끝나네요. 그런데 폭발력이 상당합니다. 눌러놓았던 그녀의 분노, 공포, 증오가 동작으로 표출되는데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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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의 음모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항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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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은 무겁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는데, 요즘 번역되어 나오는 쟝르소설 쪽은 영미계의 쟝르소설과 별 차이가 없네요. 옮긴이의 후기를 보니 소련 해체 이후 본격문학이 쇠퇴하고 대중문학이 급부상 했다는데, 그런가 봅니다.

아자젤의 음모는 러시아에서 1,200만 부 팔렸다는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애송이 경찰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하면서 온갖 모험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제 몫을 다하는 수사관으로 성장한다는 성장소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말입니다.^^

1876년 봄날의 모스크바, 한 청년이 공원에서 젊은 아가씨를 희롱하다가 자살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됩니다. 사건에 흥미를 느낀 그루신은 막 경찰이 된 햇병아리 판도린에게 사건을 조사해보라고 시킵니다. 판도린은 자살을 조사하다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고, 단서를 추적합니다. 그리고 아주 매력적이지만, 위험해 보이는 여자와 마주치게 됩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음모 추리 소설이라고 불렀다는데, 음모가 꽤나 거창합니다. 헌데 미스터리를 많이 읽었더니 음모가 대강 예상이 되는군요. 이 사건 때문에 상관의 말에 뺨을 붉히던 순진한 청년 판도린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렸는데, 그 계기가 된 사건의 냉혹함이 쓴 맛을 남게 합니다.

총에 총알을 하나 장전하고 번갈아 가면서 자기 머리에 쏘는 것을 아메리칸 룰렛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본문에 나옵니다. 보통은 러시안 룰렛으로 알려진 행동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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