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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의 음모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항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소설은 무겁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는데, 요즘 번역되어 나오는 쟝르소설 쪽은 영미계의 쟝르소설과 별 차이가 없네요. 옮긴이의 후기를 보니 소련 해체 이후 본격문학이 쇠퇴하고 대중문학이 급부상 했다는데, 그런가 봅니다.
아자젤의 음모는 러시아에서 1,200만 부 팔렸다는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애송이 경찰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하면서 온갖 모험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제 몫을 다하는 수사관으로 성장한다는 성장소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말입니다.^^
1876년 봄날의 모스크바, 한 청년이 공원에서 젊은 아가씨를 희롱하다가 자살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됩니다. 사건에 흥미를 느낀 그루신은 막 경찰이 된 햇병아리 판도린에게 사건을 조사해보라고 시킵니다. 판도린은 자살을 조사하다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고, 단서를 추적합니다. 그리고 아주 매력적이지만, 위험해 보이는 여자와 마주치게 됩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음모 추리 소설이라고 불렀다는데, 음모가 꽤나 거창합니다. 헌데 미스터리를 많이 읽었더니 음모가 대강 예상이 되는군요. 이 사건 때문에 상관의 말에 뺨을 붉히던 순진한 청년 판도린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렸는데, 그 계기가 된 사건의 냉혹함이 쓴 맛을 남게 합니다.
총에 총알을 하나 장전하고 번갈아 가면서 자기 머리에 쏘는 것을 아메리칸 룰렛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본문에 나옵니다. 보통은 러시안 룰렛으로 알려진 행동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