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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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티븐 킹은 서문을 대신한 글에서 시인의 첫 문장에 홀딱 반했다고 썼다. 동감이다.
시인의 첫 문장은 이렇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

마이클 코넬리 글이 재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그렇네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도 그렇고 글을 재밌게 씁니다. 두 권을 비교하면 제 취향은 링컨 차 쪽입니다. 유머가 있는 글을 더 좋아하거든요. 시인이 링컨 차보다 떨어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스릴러 쪽이 취향인 분은 시인 쪽이 더 낫다고 할 겁니다.

잭 매커보이는 흥미 있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아 기획기사를 쓰는 나름 잘나가는 신문기자입니다. 희생자의 가족에게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다가 욕을 먹기도 하고 한 대 맞기도 하는데, 어이없게도 그가 그런 처지에 몰립니다. 유능한 형사인 쌍둥이 형 숀이 죽은 채로 발견된 겁니다.

미해결 살인사건에 집착하다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점, 그리고 현장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경찰은 숀의 죽음을 자살로  판정합니다. 잭은 형의 자살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객관적인 사실 앞에 어쩔 수 없이 인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미심쩍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형의 죽음을 추적해 나갑니다.

사건 규모가 전국적으로 커지는 걸 보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흥미가 생겼습니다. FBI를 등장시켜서 해결을 하는군요. 신문기자인 잭이 그 직업적 특성 때문에 FBI와 밀고 당기며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데 사건 외적인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6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한 자리에서 읽게 만드는 건 보통 실력으로는 어려운 일이죠. 

스티븐 킹은 훌륭한 첫 문장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합니다. 괜찮은 취미다 싶어서 한 번 따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시인의 '나는 죽음 담당이다.'를 쓰고, 그 다음으로 노인의 전쟁 첫 문장인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를 쓰면 어떨까 하다가 귀찮아서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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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와인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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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번역된 작품이 모두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쁘게도 민들레 와인이 나왔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초역일 겁니다.(화씨 451은 황금가지에서 곧 출간될 것 같고 화성연대기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를 화씨 451과 화성연대기를 쓴 SF 작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들레 와인은 당연히 SF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전적인 성장소설입니다. 환상적인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만, 판타지 장르에 넣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미국 중서부의 소도시에 사는 더글러스 스폴딩은 12살입니다(11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기억력이 붕어 기억력이라 돌아서면 잊습니다.^^). 세상에 눈을 떠가는 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928년의 여름, 살아 있음을 실감합니다. 1928년의 여름은 어쩐지 이때가지 살아온 여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상실을 겪으면서 삶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생각이란 게 소년을 성장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해서 그를 위험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작가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그의 분신인 더글러스 스폴딩을 통해서 달래는 것 같습니다. 서문도 그렇지만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약간은 나른하고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부는 좀 지루했습니다. 헌데 책장이 넘어가면서 작품에 빠져 들었습니다. 특히 마녀 이야기에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특별히 소제목으로 나눠져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큰 틀에서 엮이긴 합니다만) 단편집을 읽는 것 같습니다. 단편집이 흔히 그렇듯 몇몇 이야기는 재밌고 몇몇 이야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밌긴한데 지루합니다. 그리고 재미와는 무관하게 외로운 남자 이야기는 좀 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들레 와인은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입니다. 이쪽 계열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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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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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에 대해서 몇 마디.
마네의 유명한 그림 올랭피아를 표지로 썼는데 인상적입니다. 여성의 전신 누드거든요. 유명한 명화고(저는 잘 모르지만 그렇다는군요.) 선정적인 느낌이 들지도 않아서 괜찮다 싶은데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어렵겠더군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집에서만 읽어야 했습니다. 표지 보고 이상한 책 읽는다고 오해하실까 걱정이 돼서요.

표지에 사용된 마네의 그림 제목이 올랭피아입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이 이 여성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모델이자 뮤즈였던 이 여인과 그 당시 유명했던 코르티잔(고급 창부) 여성을 섞어서 빅토린 로랑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역사에 상상을 불어넣어 쓴 팩션입니다.

빅토린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파리가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표지 때문에 공감하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제 눈에는 표지의 여인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요. 1860년대 파리의 미적 기준과 제 미적 기준이 다른 탓일까요. 보는 남자마다 반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빅토린의 직업은 발레리나인데, 실질적으로는 매춘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매춘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책에서는 밝게 그려지는 편입니다. 코르티잔(고급매춘부)은 유명인사입니다. 고관, 귀족, 상인과 염문을 뿌리고 그 대가로 귀부인에게 씹을거리를 제공합니다. 일반인들도 유흥거리 삼아 떠들어 댑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처럼 느껴져요. 어떤 때는 선망의 시선도 느낄 수 있습니다.

빅토린이 그런 직업을 가지게 된 건 그녀 탓만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이모들 사이를 천덕꾸러기로 오가다가 질 나쁜 자에게 팔려가게 되고 결국 그 쪽 길로 들어선 겁니다. 책에서 좋았던 점은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사연들이 아주 간략하게 처리했다는 겁니다. 여자 주인공이 고통 받는 장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그저 그런 발레리나 빅토린은 시대를 앞서갔던 화가 마네의 모델이 되면서 유명해집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요소는 화가 마네와 모델 빅토린의 교감입니다. 둘의 만남은 좋은 효과를 낳아서 빅토린은 그토록 원하던 부와 명성을 손에 넣습니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게 뭔지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이 그렇죠. 시행착오를 거치게 마련입니다.

취향을 빗겨가 있는 책이라 재밌다 재미없다 말하기가 어렵네요. 빅토린이 팜므 파탈로 나오는 추리 계열의 책이라면 제 취향에 맞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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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1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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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는 잘못된 재능을 타고난 소년 오렉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의 아버지 카녹은 카스프로 일족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입니다. 영주라고 할 수 있는데 거창한 권력이나 부를 누리고 있지는 못합니다. 가난한 농가 30호 정도를 다스리는, 역시 마찬가지로 가난한 시골 영주입니다.

별 볼릴 없는 가난한 시골 영주. 겉으로 보면 카녹은 그리 보입니다. 사실도 그렇구요. 그러나 그에게는 무서운 힘이 있습니다. 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마법적인 재능. 바로 사물과 사람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되돌림 능력입니다. 그런 마법적 능력을 가진 자를 브랜터라고 부르는데, 카스프로 일족이 사는 고원지대에는 카녹 말고도 브랜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족의 우두머리 브랜터는 대개 영주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들은 동물을 부른다거나, 보이지 않는 칼날을 날린다거나, 눈을 멀게 한다거나, 농작물을 시들게 하는 등의 특별한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이 척박하다보니 브랜터 사이에서 종종 갈등이 발생합니다. 욕심 많은 자들은 다른 브랜터의 영지를 습격해서 농작물, 가축, 농노를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터는 영지민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렉은 아버지에게 복종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오렉의 재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오렉의 신분을 보면 그는 잘못된 재능을 타고 난 게 맞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잘못된 재능은 아닙니다. 사람은 이런 재능도 타고 나고, 저런 재능도 타고 나는 법이죠.

카녹에 대한 오렉의 비난은 정당해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열망이 지나쳐서 자신도 모르게 그리 행동했는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비난할 행동이냐고 정색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또 어렵겠네요. 카녹은 영주로서, 일족의 우두머리로서 재능을 이어가야 할 처지였으니까요.

후반부에 오렉과 여자친구 그라이가 재능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 시각으로 본 재능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습니다.

표지에 관해서 말이 많던데, 저도 썩 마음에 드는 표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시도해 볼만한 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기프트는 르귄의 책입니다. 어차피 살 사람은 다 사겠죠. 저변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일러스트 풍 표지를 선택한 것은 괜찮은 시도로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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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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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뒷표지에 스포일러로 볼 수 있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평을 본 기억이 나서 표지를 읽지 않으려고 조심했습니다. 신경을 쓰니 더 읽고 싶어져서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스포일러로 볼 수 있겠더군요. 안 읽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경고-책 뒷표지는 가급적 읽지 말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심각한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이 정도는 알아도 즐기는데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만 민감한 분은 피하는 게 좋겠죠.

글을 가장 재밌게 읽는 방법은 뭘까요?
제 경우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책을 읽었을 때 가장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이 영화는 반전이 대단합니다, 라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말도 재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스 센스 생각이 나네요. 저는 이 영화가 반전이 대단하다는 평을 듣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반전이 뭔지 영화를 보는 중에 알아차렸습니다. 반전이 있다고 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바람에 알아챈 거지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전혀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훨씬 재밌게 감상을 했겠죠.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스터리 장르가 대표적인데 반전이 있다는 말이 재미를 줄이듯 사전정보는 재미를 줄입니다. 물론 좋은 글은 스토리를 알고 봐도, 심지어 여러 번 읽어도 재밌습니다. 트릭이나 반전에 가장 크게 기대고 있는 장르인 미스터리조차 그렇죠. 범인을 알고 트릭을 알아도 다시 읽으면 재밌습니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위트 있는 대사, 진상에 다가가는 과정의 즐거움, 정밀한 배경 등등, 걸작은 즐길꺼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걸작인 것은 아니고 걸작도 모르고 접했을 때의 재미가 가장 큰 법이죠.

두서없이 적었는데, 어쨌든 모르고 읽는 게 가장 좋다는 말입니다. 서지정보를 읽지 않고, 서평도 읽지 않고 그냥 읽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으면 재밌는 책을 고르기가 어렵게 된다는 문제 말입니다.
이 책이 과연 재밌느냐, 재미없느냐.
운에 맡겨야 되겠죠. 거의 폭탄 고르기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특정 상의 수상작은 믿고 고를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의 경우에는 서평을, 블로그의 평을, 서점이 제공하는 정보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 과다한 정보를 접하게 될까봐 조심하면서 말이죠.

해서 요즘은 서평을 쓸 때 가급적 즐거리 나열을 피하고, 스포일러를 피하고, 반전이 있다는 식의 평도 피하는 편입니다. 그 결과 서평 쓰기가 어려워졌어요. 가장 형편없는 서평이 줄거리 나열하는 서평이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쪽이 제일 쓰기 편하죠.

그래서 우선 이 말부터 하겠습니다. 노인의 전쟁은 재밌습니다. 어느 정도 재밌냐구요? 2008년과 올해 읽은 쟝르 소설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노인과 전쟁을 재밌게 읽고 싶다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다른 정보는 읽지 말고 구해 읽으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서평 씁니다.

노인의 전쟁을 읽다보면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원한 전쟁도 조금 생각나고 말이죠. 노인의 전쟁이 아류작 수준에 머문다는 말은 아닙니다. 노인의 전쟁은 두 작품이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유머네요. 책을 읽으면서 크게 웃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요새 웃을 일이 없어서 그랬는데, 덕분에 웃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설정도 인상적입니다. 75세 노인만이 우주방위개척군에 입대할 수 있습니다. 개척민은 사정이 달라서 젊은이도 나갈 수 있지만 인도, 파키스탄 같이 인구 문제에 시달리는 가난한 국가의 국민만 개척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같은 강대국 국민은 우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인공 존 페리처럼 75세 노인이 되어 입대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입대한 존 페리는 훈련을 받고 외계인과의 전투에 투입됩니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작가는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과 유머로 글을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서두에 잡설을 풀었더니 그만 쓰고 싶어져서 서평은 여기서 줄입니다.

재밌는 이야기가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던 독서였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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