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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우선 표지에 대해서 몇 마디.
마네의 유명한 그림 올랭피아를 표지로 썼는데 인상적입니다. 여성의 전신 누드거든요. 유명한 명화고(저는 잘 모르지만 그렇다는군요.) 선정적인 느낌이 들지도 않아서 괜찮다 싶은데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어렵겠더군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집에서만 읽어야 했습니다. 표지 보고 이상한 책 읽는다고 오해하실까 걱정이 돼서요.
표지에 사용된 마네의 그림 제목이 올랭피아입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이 이 여성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모델이자 뮤즈였던 이 여인과 그 당시 유명했던 코르티잔(고급 창부) 여성을 섞어서 빅토린 로랑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역사에 상상을 불어넣어 쓴 팩션입니다.
빅토린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파리가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표지 때문에 공감하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제 눈에는 표지의 여인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요. 1860년대 파리의 미적 기준과 제 미적 기준이 다른 탓일까요. 보는 남자마다 반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빅토린의 직업은 발레리나인데, 실질적으로는 매춘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매춘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책에서는 밝게 그려지는 편입니다. 코르티잔(고급매춘부)은 유명인사입니다. 고관, 귀족, 상인과 염문을 뿌리고 그 대가로 귀부인에게 씹을거리를 제공합니다. 일반인들도 유흥거리 삼아 떠들어 댑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처럼 느껴져요. 어떤 때는 선망의 시선도 느낄 수 있습니다.
빅토린이 그런 직업을 가지게 된 건 그녀 탓만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이모들 사이를 천덕꾸러기로 오가다가 질 나쁜 자에게 팔려가게 되고 결국 그 쪽 길로 들어선 겁니다. 책에서 좋았던 점은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사연들이 아주 간략하게 처리했다는 겁니다. 여자 주인공이 고통 받는 장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그저 그런 발레리나 빅토린은 시대를 앞서갔던 화가 마네의 모델이 되면서 유명해집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요소는 화가 마네와 모델 빅토린의 교감입니다. 둘의 만남은 좋은 효과를 낳아서 빅토린은 그토록 원하던 부와 명성을 손에 넣습니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게 뭔지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이 그렇죠. 시행착오를 거치게 마련입니다.
취향을 빗겨가 있는 책이라 재밌다 재미없다 말하기가 어렵네요. 빅토린이 팜므 파탈로 나오는 추리 계열의 책이라면 제 취향에 맞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