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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ㅣ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1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기프트는 잘못된 재능을 타고난 소년 오렉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의 아버지 카녹은 카스프로 일족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입니다. 영주라고 할 수 있는데 거창한 권력이나 부를 누리고 있지는 못합니다. 가난한 농가 30호 정도를 다스리는, 역시 마찬가지로 가난한 시골 영주입니다.
별 볼릴 없는 가난한 시골 영주. 겉으로 보면 카녹은 그리 보입니다. 사실도 그렇구요. 그러나 그에게는 무서운 힘이 있습니다. 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마법적인 재능. 바로 사물과 사람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되돌림 능력입니다. 그런 마법적 능력을 가진 자를 브랜터라고 부르는데, 카스프로 일족이 사는 고원지대에는 카녹 말고도 브랜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족의 우두머리 브랜터는 대개 영주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들은 동물을 부른다거나, 보이지 않는 칼날을 날린다거나, 눈을 멀게 한다거나, 농작물을 시들게 하는 등의 특별한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이 척박하다보니 브랜터 사이에서 종종 갈등이 발생합니다. 욕심 많은 자들은 다른 브랜터의 영지를 습격해서 농작물, 가축, 농노를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터는 영지민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렉은 아버지에게 복종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오렉의 재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오렉의 신분을 보면 그는 잘못된 재능을 타고 난 게 맞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잘못된 재능은 아닙니다. 사람은 이런 재능도 타고 나고, 저런 재능도 타고 나는 법이죠.
카녹에 대한 오렉의 비난은 정당해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열망이 지나쳐서 자신도 모르게 그리 행동했는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비난할 행동이냐고 정색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또 어렵겠네요. 카녹은 영주로서, 일족의 우두머리로서 재능을 이어가야 할 처지였으니까요.
후반부에 오렉과 여자친구 그라이가 재능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 시각으로 본 재능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습니다.
표지에 관해서 말이 많던데, 저도 썩 마음에 드는 표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시도해 볼만한 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기프트는 르귄의 책입니다. 어차피 살 사람은 다 사겠죠. 저변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일러스트 풍 표지를 선택한 것은 괜찮은 시도로 보여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