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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와인 ㅣ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번역된 작품이 모두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쁘게도 민들레 와인이 나왔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초역일 겁니다.(화씨 451은 황금가지에서 곧 출간될 것 같고 화성연대기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를 화씨 451과 화성연대기를 쓴 SF 작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들레 와인은 당연히 SF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전적인 성장소설입니다. 환상적인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만, 판타지 장르에 넣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미국 중서부의 소도시에 사는 더글러스 스폴딩은 12살입니다(11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기억력이 붕어 기억력이라 돌아서면 잊습니다.^^). 세상에 눈을 떠가는 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928년의 여름, 살아 있음을 실감합니다. 1928년의 여름은 어쩐지 이때가지 살아온 여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상실을 겪으면서 삶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생각이란 게 소년을 성장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해서 그를 위험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작가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그의 분신인 더글러스 스폴딩을 통해서 달래는 것 같습니다. 서문도 그렇지만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약간은 나른하고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부는 좀 지루했습니다. 헌데 책장이 넘어가면서 작품에 빠져 들었습니다. 특히 마녀 이야기에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특별히 소제목으로 나눠져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큰 틀에서 엮이긴 합니다만) 단편집을 읽는 것 같습니다. 단편집이 흔히 그렇듯 몇몇 이야기는 재밌고 몇몇 이야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밌긴한데 지루합니다. 그리고 재미와는 무관하게 외로운 남자 이야기는 좀 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들레 와인은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입니다. 이쪽 계열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