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스 - 21세기 코믹 잔혹 일러스트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하나자와 겐고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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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사카 고타로 소설을 읽다보면 다른 작품에 나왔던 등장인물이 스쳐 지나가듯, 혹은 조연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가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재미 삼아, 혹은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등장시키는 것 같은데 모던 타임즈는 약간 다르네요.

모던 타임즈는 마왕, 골든 슬럼버와 배경을 같이 하는데, 시간은 훨씬 이후라서 21세기 중반입니다..
마왕에서 중요하게 등장했던 사람들이 나오는데(주인공은 아닙니다) 한 명은 늙어서 죽었고 한 명은 노인이 되어 있네요. 은퇴한 사람도 있고, 여전히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세작품은 공히 거대 권력과 부딪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읽다보니 상당히 체제 순응적입니다. 주인공들이 거기에 대항해서 노력을 하기는 합니다. 일정 부분 성과도 거두고, 나름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은 거기에 이기지 못합니다.

스포일러가 약간 나옵니다.

그저 개인이 할 수 있을 한다는 식으로, 주변에 대한 친절, 혹은 눈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식으로 나가버리고 체제를 뒤엎거나 하는 결말로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집단 혹은 권력을 쥔 세력에 패배하는 식입니다. 현실적으로 개인들이 거대 권력에 대항해서 이기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체념은 김이 빠지네요.

재미는 좋습니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거대 권력과 부딪치는 이런 이야기 보다는 오듀본의 기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같은 작품이 더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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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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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을 싫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판타지, 무협은 허황하고 미스터리는 작위적이며 SF는 황당하다는 식의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없고 그저 오락만 추구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누가 비판하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언짢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하며 이해하는 편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와 맞지 않는 분야와 마주치게 됩니다. 장르 소설을 싫어하는 분들은 그 장르를 장르답게 만드는 요소와 맞지 않아서 즐기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이런 취향은 순문학에도 적용됩니다. 순문학을 즐기는 분들은 여기에도 장르와 비슷한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저는 순문학이 취향에 맞지 않습니다. 순문학의 진입장벽에 걸려 넘어진 사람입니다. 영화, 게임, 인터넷, TV, 만화. 세상에는 이처럼 즐길거리가 널려 있습니다. 시간과 경제력이 모자라서 전부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싫어하는 분야에 계속 매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순문학이 싫으면 그냥 안 보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저처럼 피치못할 사정이 없는 분은 계속 안 읽으면 됩니다. 읽어봐야 별 재미 없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진입장벽을 넘으면 즐거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세상의 즐거움 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으로(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잖아요.^^) 가끔 순문학을 읽습니다. 계속 읽으니 적응이 됩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장르를 읽을 때처럼 즐겁지는 않습니다. 싫다에서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까지 가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즐겁다까지 가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네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저에게 그럭저럭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제가 읽을 만하다고 느끼는 글들은 대개 개인적인 면에 집중하는 소설입니다. 거창한 주제와 사건을 다룬 글은 아직 좀 그렇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가슴에 와 닿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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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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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는 테크노 스릴러 장르의 글입니다. 테크노 스릴러 하면 좀 생소한데, 작년에 작고하신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였죠. 책 내지의 작가소개 글을 보니 마이클 크라이튼의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는,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심정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총평하자면 글은 매끄럽게 나온 편입니다. 과학적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이 좀 지루하긴 한데 이런 종류의 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흠을 잡고 싶지는 않습니다.(이런 장면을 좋아하는 분도 계시겠죠.)

프롤로그 글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저자가 쓴 글은 아니고 다른 책의 서문을 작가 허락하에 발췌해서 실은 글입니다. 프롤로그는 외래종이 토착종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걸 읽고 있자니 황소개구리 생각이 나더군요. 그때 토종 생물 다 잡아먹는다고 난리가 났었죠. 소나무를 작살내는 솔잎흑파리도 외국에서 들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립된 환경에 새로운 종이 들어가면 대개 토착종이 밀려나게 마련이죠. 치열한 경쟁을 거친 외래종에 비해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일 겁니다. 프래그먼트는 정반대의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억 년을 고립된 섬이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통해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 라이프 출연자들은 조난 신호를 받고 섬에 상륙합니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생물들의 기습에 학살당합니다. 그들이 죽는 장면이 생중계를 통해서 전세계로 방영되고 위험을 감지한 미국 정부는 군사를 섬에 파견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감이 왔고, 후반부의 신기한 생물을 제외하면 대강 맞아 들어간 편인데 액션 장면이 좋네요. 토착종이 인간을 죽이는 장면과 인간의 반격이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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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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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은 국내에 두 편이 소개되었다. 전작인(번역 기준입니다.) 새도우(7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수상작)도 화자가 어린이인데 이 글도 어린이가 화자이다.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글의 어린이 화자를 두 부류로 나누면, 하나는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어른과 사회를 바라보는 경우인데 이때는 세상의 추함이 크게 다가온다. 다른 하나는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즉 애어른이어서 어른 뺨칠 정도로 나오는 경우인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이 경우에 속한다. 직접 사건을 추리해서 진상에 접근하는 게 직업 형사 못지않다.

미치오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날 선생님의 신부름으로 결석생의 집을 찾아간다. 하굣길에 유인물과 숙제를 전해주러 들른 그는 시체를 발견하고 놀라서 학교로 되돌아간다. 선생님에게 발견을 신고하고 집으로 돌아간 아이는 나중에 찾아온 경찰에게서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했다며 아이를 은근히 비난하고, 혼란에 휩싸인 미치오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독자의 흥미를 강하게 자극하는 도입부이다. 이때부터 시체가 어디로 사라졌고 누가 살인을 했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이 글은 본격 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는데 분위기가 기괴하다. 작가가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궁금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부분이 나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잘 수습했다.

스포일러 나오기 전에 총평하자면 재밌게 읽었다. 가끔 습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주의-스포일러 나옵니다.



글이 본격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미치오가 어떤 상태인지는 대강 눈치를 채고 있었다. 죽은 친구가 거미로 환생해서 나오는 걸 보고 바로 알았다. 이런 종류의 미스터리에서 판타지가 나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생의 상태도 짐작이 갔다.
내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숨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걸로 트릭을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미치오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사연에 관해서는 그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대신 노인의 상태와 미치오가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은 매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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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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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는 주인공이 범인이고,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도서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인이 처음부터 드러나면 긴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합니다. 작가가 솜씨 좋게 글을 진행시킨 덕분입니다. 뒷표지에 고품격 클래식 서스펜스라고 적혀 있는데 고품격까지는 모르겠고 클래식한 느낌은 납니다.

재밌게 읽었는데, 뒷맛이 개운한 편은 아닙니다. 이건 제 독서 취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읽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주인공을 응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루 포드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부 보안관입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그림자가 깃들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루 포드가 악질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어떤 점에서는 동정의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받기에는 하는 행동이 과합니다.


스포일러 나옵니다.



동기는 납득할 만합니다. 소설 속에서 복수는 충분히 용납가능한 일이니까요. 루 포드가 콘웨이 사장을 죽여 버렸더라면 그를 응원하면서 글을 읽었을 겁니다. 멍청이로 묘사되는 콘웨이의 아들까지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순간 루를 지지하는 마음은 사라져버렸습니다. 특히 약혼녀 문제는 더 그렇습니다.

처음 계획이 꼬인 다음부터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그 결과 파국이 닥쳐온다는 사실이 뻔히 눈에 보입니다. 작가도 숨기지 않고 그런 느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 책을 더 읽기 싫어지는데 내 안의 살인마는 파국이 예상되는데도 읽어나가는 느낌이 괜찮습니다.

파국이 닥쳐왔을 때 루가 자살하거나 사살당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잡힌 이후에도 팽팽하게 대립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비장미 흐르는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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