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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르 소설을 싫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판타지, 무협은 허황하고 미스터리는 작위적이며 SF는 황당하다는 식의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없고 그저 오락만 추구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누가 비판하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언짢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하며 이해하는 편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와 맞지 않는 분야와 마주치게 됩니다. 장르 소설을 싫어하는 분들은 그 장르를 장르답게 만드는 요소와 맞지 않아서 즐기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이런 취향은 순문학에도 적용됩니다. 순문학을 즐기는 분들은 여기에도 장르와 비슷한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저는 순문학이 취향에 맞지 않습니다. 순문학의 진입장벽에 걸려 넘어진 사람입니다. 영화, 게임, 인터넷, TV, 만화. 세상에는 이처럼 즐길거리가 널려 있습니다. 시간과 경제력이 모자라서 전부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싫어하는 분야에 계속 매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순문학이 싫으면 그냥 안 보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저처럼 피치못할 사정이 없는 분은 계속 안 읽으면 됩니다. 읽어봐야 별 재미 없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진입장벽을 넘으면 즐거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세상의 즐거움 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으로(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잖아요.^^) 가끔 순문학을 읽습니다. 계속 읽으니 적응이 됩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장르를 읽을 때처럼 즐겁지는 않습니다. 싫다에서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까지 가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즐겁다까지 가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네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저에게 그럭저럭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제가 읽을 만하다고 느끼는 글들은 대개 개인적인 면에 집중하는 소설입니다. 거창한 주제와 사건을 다룬 글은 아직 좀 그렇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가슴에 와 닿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