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안의 살인마는 주인공이 범인이고,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도서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인이 처음부터 드러나면 긴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합니다. 작가가 솜씨 좋게 글을 진행시킨 덕분입니다. 뒷표지에 고품격 클래식 서스펜스라고 적혀 있는데 고품격까지는 모르겠고 클래식한 느낌은 납니다.

재밌게 읽었는데, 뒷맛이 개운한 편은 아닙니다. 이건 제 독서 취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읽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주인공을 응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루 포드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부 보안관입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그림자가 깃들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루 포드가 악질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어떤 점에서는 동정의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받기에는 하는 행동이 과합니다.


스포일러 나옵니다.



동기는 납득할 만합니다. 소설 속에서 복수는 충분히 용납가능한 일이니까요. 루 포드가 콘웨이 사장을 죽여 버렸더라면 그를 응원하면서 글을 읽었을 겁니다. 멍청이로 묘사되는 콘웨이의 아들까지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순간 루를 지지하는 마음은 사라져버렸습니다. 특히 약혼녀 문제는 더 그렇습니다.

처음 계획이 꼬인 다음부터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그 결과 파국이 닥쳐온다는 사실이 뻔히 눈에 보입니다. 작가도 숨기지 않고 그런 느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 책을 더 읽기 싫어지는데 내 안의 살인마는 파국이 예상되는데도 읽어나가는 느낌이 괜찮습니다.

파국이 닥쳐왔을 때 루가 자살하거나 사살당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잡힌 이후에도 팽팽하게 대립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비장미 흐르는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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