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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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라이트 노벨을 통해서 입니다. 일단 한 장르의 작가로 낙인(?) 찍히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쿠라바 가즈키가 쓴 미스터리가 번역되어 나왔을 때 저도 어느 정도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입견을 가지고 읽은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의외로 좋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그 이후 들리는 소식이 대단하더군요.

아카쿠치바 전설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더니 내 남자로 나오키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꼽을 겁니다.(아쿠타가와상은 순문학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고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을 대상으로 합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장마철의 눅눅하고 끈끈한 느낌이 들어서 당황했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 가끔 느끼게 되는 꿉꿉한 느낌을 싫어하거든요. 보통 이런 경우 그만 읽는데 내 남자는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은근하면서도 끈질기게 시선을 잡아끕니다.

독자는 1장을 읽는 순간 이야기가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다 알게 됩니다. 내 남자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결말이 나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2장을 펼칩니다. 2장에서 화자가 바뀝니다. 이런 식으로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독자는 과거에 접근합니다.

다 읽은 후 뒷맛이 좋지 않아서 책을 밀쳐놓았습니다.
흠, 단순한 소설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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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를 든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4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김민석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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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이 눈에 익어서 잠깐 의아했는데 스켈리그를 쓴 작가군요. 그린이 이름도 어디선가 본 것 같더니 코랄린 삽화 그린 사람이네요.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림 비중이 높아서 그림책을 보는 듯했습니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린 덕에 만족하면서 읽었습니다.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책날개로 가려놓은 칼이 후덜덜 하네요. 제목과 표지를 보면 잔인한 내용이 나올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네요. 하긴 어린이 대상 책에서 심한 내용이 나오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아동 대상 책 치고는 수위가 높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는 좀 그래 보이는군요.

사실 읽으면서 더 막나가기를 바랐는데, 작가가 지킬 건 지키는군요.^^

블루 베이커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상실감에 시달립니다. 몰리 선생님은 생각과 기분을 적어보라고 하시는데 시키는 대로 해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게다가 호퍼가 괴롭히기까지 합니다.

급우 혹은 동네에 한 둘은 꼭 있는 껄렁한 형이 괴롭히면 대응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보복이 무서워서 부모나 선생님에게 고자질하기도 어렵고, 만약 하더라도 뾰족하게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괴롭히는 사람 자체가 어른들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몇 대 쥐어박고 협박 좀 했다고, 아이를 교도소에 보낼 수는 없는 일이죠. 선생님의 눈에는 껄렁한 호퍼도 보듬어야 하는 학생으로 보일 겁니다.

블루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호퍼에 대한 분노를 담아 손도끼를 든 아이, 라는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선생님이 쓰라는 글과는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블루는 글을 쓰면서 슴픔을 딛고 일어섭니다.

책의 그림 대부분은 블루가 쓴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 겁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그림책인 것이죠. 저에게는 블루 이야기보다는 블루가 창작한 이야기가 더 재밌게 다가왔습니다. 캐릭터도 블루보다는 도끼든 아이가 더 마음에 들었구요. 여기에는 못 그린듯하면서 마음을 파고드는 그림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여러 모로 인상적인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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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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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에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이 언급되는데, 설정상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롱 워크(십대들의 걷기 대회 이야기인데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걷습니다. 대회는 생중계되는데 탈락한 아이는 즉석에서 총살당합니다.)와 헌터를(아놀드 아저씨(이 사람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가 주연한 영화 런닝 맨의 원작소설입니다.) 떠올렸습니다.

소설은 어떤 이유에선지(아마 전쟁 때문이겠죠) 폐허가 된 미래의 북미를 배경으로 합니다. 북미에 건설된 판엠은 독재국가 입니다. 수도인 캐피톨이 모든 것을 가진 가운데 주변의 12개 구역을 철권으로 통치합니다. 그 정도가 심해서 12개 구역은 마치 식민지처럼 보입니다.

캐피톨은 매년 헝거 게임이라는 쇼를 개최합니다. 주변주 12개 구역에서 소년 소녀를 강제로 한 명씩, 총 24명을 뽑아 서로 죽이게 하는 잔혹한 게임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최후의 생존자가 나올 때까지 서로를 죽여야 합니다.

캣니스는 12개 구역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12구역에 삽니다. 소녀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사냥과 채집을 하고 그것으로 가족을 부양합니다. 힘겨운 삶이지만 여동생을 돌보는 즐거움에 고통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헝거 게임입니다. 게임 참가자를 추첨하는 날 그녀는 옷을 빼입고 광장으로 나갑니다. 모든 구역민들이 자기 자식, 형제자매가 뽑히지 않도록 간절히 기원하는 동안 추첨인 에피가 공 속에서 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습니다.

거기에 적힌 이름은......(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그만 적겠습니다.^^)

추첨을 하는 과정과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도 재밌지만 헝게 게임의 진짜 재미는 게임이 시작된 후부터 시작됩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누구를 죽이고, 마지막에 누가 살아남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해서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올해의 재밌는 책 후보에 올릴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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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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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 대상 순위에 오른 작품은 대중적인 재미를 갖춘 작품이 많은데 독자 반응을 직접 체험하는 서점 직원이 뽑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2009년 대상 수상작인 고백도 그런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소년범 문제와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그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면책 받는 게 과연 타당한가. 일반인의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제 입장을 말하자면, 성인보다는 관대한 잣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소년범도 처벌하자는 쪽입니다.

고백의 경우를 보면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에게 딸이 살해당하는 교사가 나옵니다. 목숨보다 사랑하던 외동딸이 죽었습니다. 그녀는 누가 딸을 죽였는지 뻔히 알지만 처벌할 수 없습니다. 신고해 봐야 형사미성년자인 제자는 몇 년 교육받다가 풀려날 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유코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고백을 합니다.

고백은 등장인물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킵니다. 안에 등장하는 사건은 심각한데 목소리는 의외로 낮습니다. 감정이 절제되어 있어서 사건의 충격이, 잔혹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고백은 여섯 챕터로 나누어지는데 각 챕터는 화자가 전부 달라서 하나의 단편처럼 읽힙니다. 이 여섯 챕터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구성의 절묘함이 인상적입니다.

첫 번째 화자는 유코선생으로 피해자의 어머니입니다. 그녀는 종업식 날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반 학생들에게 고백합니다. 유코가 반이라는 우물에 던진 돌멩이는 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후 파문을 일으킵니다. 이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두 번째 화자는 학급의 반장입니다. 그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반에서 일어난 일을 기술하고 중요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세 번째 화자도 관찰자입니다만 반장처럼 직접 체험하지는 않고 간접적인 체험 형식을 기술합니다. 파국이 일부 일어나면서 다음 이야기에 그림자를 던집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화자는 범인들입니다. 범죄의 속사정과 범인의 심정이 까발려지면서 긴장이 고조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까 두근두근 합니다.

여섯 번째 화자는 첫 번째 화자인 유코 선생입니다. 그녀의 진술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책을 읽으면서 쌓인 답답함이 한 방에 날아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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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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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정보 없이 코맥 매카시 글이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다. 서지정보도 표지의 소개글도 읽어보지 않았다.

소년과 아버지가 늑대 잡으러 다닐 때, 흠 무뚝뚝한 부자지간이군. 겉으로는 저래 보여도 속정이 깊을 테고 갈등 끝에 화해하는 이야기일 거리고 예상했다. 잡은 늑대를 멕시코에 풀어주기 위해서 소년이 멕시코로 갈 때는 아, 이거 성장소설이군. 소년은 모험 끝에 무사히 늑대를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와 악수, 혹은 포옹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늑대가 죽었다.
이런, 생각이 틀렸네. 뭐 그럴 수도 있지. 소년은 성장했고 이제 돌아가서 즐겁게 살겠구나 싶었다. 아니었다. 소년은 차가운 현실에 내동댕이쳐진다.

소년은 도둑맞은 말을 찾기 위해서 또 다시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전과 다른 점은 있다면 이번에는 늑대가 아니라 동생이 동행하고 있다. 늑대가 동생으로 바뀐 점이 나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머리 한구석으로 밀쳐두고 글을 계속 읽었다.
나는 이 순간에도 낙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았다. 한 번 호되게 걷어차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제는 용감했다, 유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형제는 모험 끝에 원수를 갚고 말을 되찾아 귀향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렇게 끝나겠지.

나는 또 한 번 걷어차였다. 현실은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은 형제 앞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는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 선의와 호의를 품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형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이다. 형제가 뭘 하든 어떻게 되든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형제는 자기들의 힘으로 세상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소년들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소수이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람은 힘, 그게 폭력이 되었든, 권력이 되었든, 자본이 되었든, 형제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중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보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화끈한 총격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적의 심장에 총탄을 박아넣고 총구의 연기를 후 부는 장면을 기대했다. 국경을 넘어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예상을 걷어차버렸고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소년과 비슷한 심정으로 먹먹함을 느꼈다. 쿵 하고 심장을 때리는 느낌이 들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중소설은 독자에게 쾌락을 주고 순문한은 고통을 준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표현은 아니었는데 왜 그런지 내 머릿속에는 이런 뉘앙스로 남아있다. 이런 식의 구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걸 기준으로 하면 국경을 넘어는 순문학이다. 국경을 넘어가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다만 그렇다고 신나는 모험담은 분명 아니니까.

책장을 덮은 후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분명히 사전정보 없이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왜 내가 많이 접했던 수많은 대중소설들처럼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고 기대했을까. 코맥 매카시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명이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가가 아닌가. 오락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볼 수 없는데 왜 그랬을까.
한참 만에 해답이 떠올랐다. 예전에 읽었던, 코맥 매카시는 서부 소설의 전통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뛰어넘었다, 라는 구절이 기억에 박혀서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헐리우드 서부극의 화끈한 총격전을 기대한 건 그 때문인 듯하다.
서부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코맥 매카시는 글을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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