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든파티 - 영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요즘 세계문학 전집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전집의 특성상 중복되는 작품이 많기 마련인데, 요즘 나오는 전집은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서 골라 살 수 있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민음 세계문학 전집이 가장 지명도가 있어 보이는데, 어쨌든 재밌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출간 종수가 가장 많은 민음사와 장르 쪽 작품이 섞여 있는 열린책들 전집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창비는 가장 최근에 나온 전집인데 일단 1차분은 다른 전집과의 차이점이 명확합니다.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내실을 보면 특정 국가에 치중되어 있는 다른 전집과는 달리 창비는 국가를 다양하게 다뤘습니다.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남미), 프랑스, 중국, 일본, 폴란드, 러시아. 그리고 장편 위주인 다른 전집과 달리 전부 단편집입니다. 이런 단편집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맛을 보고 그 작가가 마음에 들면 다른 작품을 구해 읽으면 되는 거죠.
가든파티에는 영국 작가들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신호수-어떤 남자가 열차 신호수와 만나서 겪은 일을 그리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봤을 때 낡은 느낌이 드는 단편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글을 많이 읽었습니다.
토머스 하디-오그라든 팔-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되어 있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지프 콘래드-진보의 전초기지-수록 단편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아프리카 식민지 교역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식민주의, 야성과 문명이 부딪쳐서 벌어지는 타락, 갈등, 파국이 감정을 건드립니다.
제임스 조이스-에러비-풋사랑을 겪고 있는 소년의 심정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단편입니다.
구름 한 점-이것저것 다 떨쳐버리고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은 있을 겁니다. 예전에 알던 사람이, 특히 나보다 뛰어난 것도 없었던 사람이 잘 나가는 경우를 보면 특히 그런데 보통 생각은 생각으로 끝나죠. 챈들러처럼 허망하게 말입니다.
버지니아 울프-큐 가든-어떤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이런 유형의 글을 좋아하지 않아서 지루했습니다.
유품-아내 입장에서 보면 사회제도에 부딪쳐 일어난 비극이지만, 남편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일입니다.
D. H. 로런스-차표 주세요-바람둥이 검표원과 차장 아가씨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말장수의 딸-감정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져서 납득이 가지 않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캐서린 맨스필드-수록 작품 중 두 번째로 좋았습니다. 순수한 아가씨가 빈부격차, 계급 같은 사회 문제에 부딪쳐서 겪게 되는 심적 변화를 그렸는데, 마음에 와 닿네요. 작품 해설에 열린 결말, 모호한 결말이란 언급이 나오는데 저에게는 결말이 명확해 보였습니다.
도리스 레씽-지붕 위의 여자-여자 쿨 하네요. 그에 비해 남자는 찌질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