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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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는 호러 미스터리 계열의 단편집입니다. 제 취향에 어긋나는 음습한 느낌이 드는 단편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읽을 만했습니다. 아니, 읽을 만하다보다는 낫습니다. 서늘한 느낌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꽤 높을 겁니다.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좋습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는데 교묘한 서술로 독자를 속입니다.(서술 트릭이라 라고 부를 정도는 아닙니다.) 아 저래서 저 문장이 등장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단편이 몇 편 있었습니다.

술래의 발소리에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차례로 살펴보면,

방울벌레- 초반부 불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반부를 넘어갈 때까지도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종반부에서 느낌이 뒤집어졌습니다. 끝까지 읽은 후에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작가의 서술이 교묘합니다. 반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페어플레이도 아니네요.^^

짐승-가장 오싹한 단편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나올 것 같아서 자세한 감상은 생략.

요이기츠네-모종의 사건 뒤 고향 마을을 떠난 주인공은 일 때문에 20년 만에 마을로 돌아옵니다. 얼른 일을 끝내놓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목을 잡습니다. 수록 단편 중에서 유일하게 재미없었습니다. 이런 식의 결말을 싫어합니다.

통에 담긴 글자-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소설가인 주인공을 찾아와서 대뜸 사과부터 합니다. 물건을 훔쳤다는데 소설가는 물건을 도난당한 적이 없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게 인상적이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겨울의 술래-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일기 형식의 글입니다.

악의의 얼굴-이런 종류의 일본 단편집을 보면 학원폭력을 다룬 단편이 하나 정도는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악의이 얼굴이 이런 종류의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시원한 해결책이 제시되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에(가해자와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학원폭력을 소재로 다룬 글을 꺼려하는 편입니다. 이 작품은 무난합니다.

국내에 번역된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네 권 모두 기본은 합니다. 걸작이다, 끝내 준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은 없었지만 실망스런 작품도 없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싫어할 수도 있는데 한 권 정도는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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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 납치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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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을 보고 주인공이 여자 아이인줄 알았는데(제 눈에는 여자처럼 보였습니다.), 사내아이군요. 표지 그림처럼 시릴은 작고 깡마른 소년입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가출해서 거리를 전전하다가 시릴을 낳았고, 거친 생활 끝에 지금은 생활이 안정된 상태입니다.

정신을 차린 어머니는 법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견습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번듯한 직장이 있고 집도 있습니다. 시릴은 지금 상황이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엄마의 잔소리와 참견이 귀찮지만 충분히 참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량하게 보이는 남자가 집에 찾아오면서 삶에 균열이 생깁니다.

시릴은 자기 방을 빼앗은 남자가 꼴보기 싫습니다. 엄마가 이 남자와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고, 혹시 저놈과 연애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시릴은 그 남자를 감시하고 그러다 엄마가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글에서 불길한 예감은 대개 현실로 나타납니다. 예감대로 엄마가 납치당합니다. 소년이 납치당한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사건에 뛰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사건의 전개 과정이나 해결이 밍밍한 편입니다. 청소년 소설임을 감안해서 작가가 수위를 조절한 느낌이 듭니다.(청소년 중에서도 연배가 높은 쪽보다는 낮은 쪽을 대상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달리기를, 잔인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피는 좀 튀겼으면 좋겠다는 분은 심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자극적이지 않고 훈훈해서 자녀에게 권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 속의 목차가 전부 법률용어로 되어 있습니다. 소제목과 내용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것도 있고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드는 것도 있는데 흥미롭기는 하네요.

아서 엘리스 상 수상작품입니다. 뒤표지에는 영미권 최고의 추리문학상이라고 적혀 있는데 조금 과장된 겁니다. 미국 쪽은 에드거 상이 유명하고(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것 같네요), 영국 쪽은 영국추리작가협회상이(골든 대거, 던컨 로리 대거)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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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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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이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구입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로 접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데 글로 읽으니 새로운 맛이 나네요.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수록된 작품은 전부 지루했습니다.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었을 뿐 나머지 에세이와 단편은 재미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때문에 구입했고 또 만족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만 좀 아쉽긴 하네요. 덤으로 받은 사과가 모두 볼품이 없더라, 같은 기분이랄까.^^

크리스마스 캐럴은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했습니다. 스크루지가 집으로 돌아와서 말리의 유령을 보는 과정, 유령의 모습, 그리고 스크루지의 반응에 관한 묘사가 뛰어납니다. 찰스 디킨스가 세월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스크루지가 회개하는 과정은 전형적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1842년에 처음 나온 책임을 감안하면 흠 잡을 거리는 아닙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다음으로 볼만했던 것은 작품해설이었습니다. 단편이 나오는데 영향을 미쳤던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거꾸로 단편 출간 이후 단편이 크리스마스 풍습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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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6-18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편에서 대충 지나가거나 잘 몰랐던 부분을 작품해설이나 후기에서 제대로 알아듣게 되는, 유용한 경우가 있지요^^

보물상자 2010-06-19 09:46   좋아요 0 | URL
예, 펭귄 북스는 충실한 해설이 돋보이더군요.
 
쌍두의 악마 2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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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엘러리 퀸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책 중간에 독자에게 도전을, 그것도 무려 세 번씩이나 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같이 즐기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도전을 받아들여서 추리를 해 봤습니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는 작가가 워낙 단서를 공정하게 제공해서 겨우 맞출 수 있었습니다. 사실 두 번째 도전은 좀 쉽습니다. 첫 번째를 알게 되면 그가 범인일 수밖에 없거든요. 세 번째는 별로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범인을 보면 추리했더라도 맞췄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800쪽이 넘는 분량에 걸맞게 추리해야 할 게 꽤 많은데, 마지막의 트릭은 다른 소설에서 몇 번 본 트릭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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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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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화자로 등장하는 마리아의 성격 변화가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월광 게임, 외딴섬 퍼즐에서 능동적이고 밝은 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여기서는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거든요.(전작을 읽은 지 오래됐고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잘못 기억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쌍두의 악마에서는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게 그려집니다.)

왜 캐릭터가 변했을까? 아니, 왜 변해야 했을까?
작품을 읽은 후 결론을 내렸습니다.쌍두의 악마는 트릭을 즐겨 사용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집필한 신본격 미스터리입니다. 그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무대가 갖춰져야 합니다. 월광 게임의 화산폭발로 고립된 산, 외딴섬 퍼즐의 절해고도처럼 외부와 고립된 환경이 필요했던 겁니다.

마리아가 전처럼 능동적이고 밝았다면 그곳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거고, 설사 들어갔다 하더라도 밖으로 나오기가 싫어서 몇 개월 동안 죽치고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가족과 친구가 걱정하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살인사건에 휘말릴 일도 그녀를 찾아나선 추리소설 동호회가 사건에 휘말릴 일도 없었겠죠.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녀는 성격이 변해야만 했던 겁니다.(그녀 입장에서 본다면 외딴섬 퍼즐의 사건이 충격적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부모, 형제, 애인이 죽은 건 아닙니다. 그렇게 오래 방황할 일은 아니죠.)

이런 면을 지적하며 일본의 신본격을 비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트릭을 위해서 사건을 몰아간다,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다. 뭐 이렇게요.^^ 

스포일러가 나오기 전에 간단히 총평하자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위에는 불만이 있는 것처럼 적었지만(마리아의 성격 변화가 아쉬워서 주절거리다가 글이 길어진 것일 뿐) 저런 식의 설정에 대해서 관대하게 바라보는 편입니다. 작가의 설정을 받아들이면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는데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 같은 작품도 그래서 재밌게 읽었구요.

쌍두의 악마를 읽을 때 포르투갈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월드컵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지는,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과 성향이 비슷합니다.(대다수라는 글자에 반감을 가질 분도 있을 것 같은데 국내 프로리그의 텅 빈 관중석과 거의 중계를 해주지 않는 방송국의 푸대접을 감안했을 때 그다지 무리한 표현이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호날두라는 유명한 축구선수가 나온다기에 포르투갈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책에 빠져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읽을 정도로 글의 흡입력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닙니다.(축구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쪽을 빗대 설명하자면 한국 경기를 포기하고 읽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는 여행을 통해서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다가 세상과 단절된 채 창작에만 몰두하는 예술가들의 마을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흥미가 동한 그녀는 기사라 마을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지내게 됩니다. 마을에 들어간 딸이 좀체 귀가하지 않자 걱정이 된 부모는 그녀가 속한 추리 소설 동호회를 찾아가서 기사라 마을에 칩거 중인 딸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탐정 에가미 지로를 필두로 네 명의 회원이 마을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로써 사건의 무대가 갖춰집니다. 



주의-스포일러 나옵니다.




기사라 마을에 대한 묘사가 나왔을 때 느꼈습니다. 아, 외부와 마을을 연결하는 저 다리 끊어지겠구나. 예상대로 다리는 끊어지고 고립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폐쇄된 환경, 한정된 용의자, 경찰의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 가운데 범인 찾기가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저런 설정을 만드는데 용이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 자체가 바다로 격리되어 있습니다. 외딴섬 퍼즐처럼 바다 한가운데 섬을 배경으로 삼으면 훌륭한 클로즈드 써클이 만들어집니다. 지진이나 화산활동도 비교적 활발해서 월광 게임처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장마가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전력과 통신을 끊고 도로를 유실해버리면 그럴싸한 배경이 만들어집니다.(요즘은 휴대폰 때문에 통신을 끊기는 좀 어렵겠군요. 산골짜기 구석구석까지 중계기가 들어가 있는 시절이라. 현대 기술의 발달이 추리소설의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흥미롭습니다.) 좀 더 박력을 넣고 싶다면 태풍을 동원하면 됩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니 폭설로 고립시켜 버려도 좋구요.

어쨌든 기사라 마을과 아리스 일행이 묵는 나쓰모리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가 끊어지면서 각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양 마을의 사람들은 다른 마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모르고 따라서 상의를 할 수 없습니다. 추리에 장벽이 생긴 셈입니다.
쌍두의 악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태반은 이런 분리에서 발생합니다. 개인적으로 나쓰모리 쪽 사건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기사라 쪽은 에가미 지로라는 유능한 탐정이 있어서 어련히 잘 알아서 할 거야,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만  나쓰모리 쪽 멤버는 추리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어떻게 해결하나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작가는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독자에게 도전을 합니다. 그것도 무려 세 번씩이나.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맞추려고 머리를 굴리는 편은 아닌데 직접적으로 도발을 하니까 추리를 해보게 되네요. 첫 번째 문제는 실패했습니다만 작가가 단서를 공정하게 흘려줘서 두 번째 도전은 겨우 맞출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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