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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SF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보르 게임,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히페리온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많이 번역되면 좋을 텐데 감질이 날 정도로 띄엄띄엄 번역되고 있습니다.
휴고 상을 수상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에 당장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제 취향이 이쪽이라 웬만하면 즐겁게 읽긴 합니다만, 기준을 빡빡하게 적용하더라도 심연 위의 불길은 재밌는 책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장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읽을 때마다 이 점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우주가 배경인데 무슨 제약이 있어? 라고 말할 분도 있겠지만 우주는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제한을 받습니다.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려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주선의 속도 같은 문제 말입니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우주선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더군요. 광속을 돌파하려면 작가가 설득력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스타 트렉처럼 워프, 이렇게 해결해 버리면 현대 독자들은 비웃는다고 하더군요.^^ ),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깁니다.
인류, 혹은 외계인이 거주할 만한 행성은 자주 눈에 띄는 게 아닙니다. 그런 행성은 대개 몇 천 광년이 떨어져 있습니다.
인류가 천 광년 떨어진 행성을 개척해서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외계인이 침공을 합니다. 식민지 주민이 도와달라고 모성에 통신을 보내면 도달하는데 천 년이 걸립니다. 구조대가 식민지에 가는데 또 천 년이 걸리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르귄 여사님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통신이 가능한 엔서블을 만들어 냈습니다. 유용한 도구라서 다른 작가들이 많이 차용했는데, 좀 그렇죠. 너무 작가 편의적이랄까.^^
심연 위의 불길은 독특한 설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우주를 네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서 역외권 이상에서는 초광속 통신과 초광속 비행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역외권은 컴퓨터 연산이 빛보다 빨라지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능한 권역입니다. 인류는 지구가 외치한 저속권을 떠나 역외권으로 올라왔고, 역외권 여기저기 흩어져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지구는 잊힌 것으로 보입니다.).
역외권 바깥에는 초월계가 있습니다. 역외권의 주민 혹은 인공지능이 초월화를 통해서 진화하면 가는 공간인데 거의 신적인 능력을 가집니다. 아스 클라크 식으로 말하자면 오버 마인드입니다. 역자는 이 존재를 신선이라고 번역했습니다.(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자꾸 읽다보니 어울리는 역어 선택 같습니다.)
스트롬의 일부 개척자들이 초월계에 위치한 하이랩을 발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초월자들이 남겨 놓은 아카이브는 대단히 매혹적인 유적입니다. 앞선 과학문명을 가지고 있어서 제대로 발굴하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위험성도 큽니다. 본문에 불을 가지고 놀다가 불에 데인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하이랩이 그 꼴이 됩니다. 그들은 불 정도가 아니라 핵폭탄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하이랩에서 대단히 위험한 지성체가 눈을 떠 버렸습니다.
개척자들은 하이랩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일부는 성공합니다만 과학 기술이 뒤떨어진 행성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특한 외계 생물과 마주칩니다. 두 무리가 조우하는 부분에서 좀 놀랐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예상 외였거든요. 저는 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때부터 스토리는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불시착한 사람들의 모험담(고생담)과 그들을 구출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로. 여기에 다양한 존재들이 섞여들면서 이야기가 풍부해집니다.
보르 게임과 비교하면 하드한 편입니다.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권말의 용어 해설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이랩의 진정한 정체가 뭔지 몹시 궁금하네요.
2권에서 의문이 풀리겠죠. 2권이 빨라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