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시월의 밤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로저 젤라즈니가 살아생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장르는 판타지인데 추리소설의 냄새가 풍깁니다. 고딕 소설의 향기도 나고요.
동물 소설 같기도 합니다.^^

어떤 마을에 전체 불명의 괴상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으스스하고 수상쩍습니다.
그들에게는 심복 역할을 하는 동물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개, 고양이, 뱀, 쥐, 박쥐, 등등.
이들 동물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을 염탐하고 정체를 탐색합니다.
어디 사는지, 내 편인지 아니면 반대 편인지, 동물은 주인을 대신해서 관찰하고 감시합니다.
때로는 정보도 교환하고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비중이 큰데다 분량도 많아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동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스너프는 잭이라는 사람이 키우는 개입니다.
잭의 집에는 수상쩍은 괴물들이 살고 있는데 스너프는 그것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마을을 염탐합니다.
그래서 몹시 바쁩니다. 어떤 날은 고양이하고, 어떤 날은 뱀하고, 어떤 날은 다람쥐하고 돌아다닙니다.

도대체 얘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모였을까, 궁금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다른 작가의 유명한 캐릭터가 무더기로 등장하더군요.(몇 개는 알아차렸는데 몇 개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젤라즈니가 이것저것 가져다가 흥겹게 쓴 느낌이 듭니다.

후기 대표작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가 보기에 대표작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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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SF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보르 게임,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히페리온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많이 번역되면 좋을 텐데 감질이 날 정도로 띄엄띄엄 번역되고 있습니다.

휴고 상을 수상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에 당장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제 취향이 이쪽이라 웬만하면 즐겁게 읽긴 합니다만, 기준을 빡빡하게 적용하더라도 심연 위의 불길은 재밌는 책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장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읽을 때마다 이 점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우주가 배경인데 무슨 제약이 있어? 라고 말할 분도 있겠지만 우주는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제한을 받습니다.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려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주선의 속도 같은 문제 말입니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우주선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더군요. 광속을 돌파하려면 작가가 설득력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스타 트렉처럼 워프, 이렇게 해결해 버리면 현대 독자들은 비웃는다고 하더군요.^^ ),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깁니다.
인류, 혹은 외계인이 거주할 만한 행성은 자주 눈에 띄는 게 아닙니다. 그런 행성은 대개 몇 천 광년이 떨어져 있습니다.
인류가 천 광년 떨어진 행성을 개척해서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외계인이 침공을 합니다. 식민지 주민이 도와달라고 모성에 통신을 보내면 도달하는데 천 년이 걸립니다. 구조대가 식민지에 가는데 또 천 년이 걸리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르귄 여사님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통신이 가능한 엔서블을 만들어 냈습니다. 유용한 도구라서 다른 작가들이 많이 차용했는데, 좀 그렇죠. 너무 작가 편의적이랄까.^^

심연 위의 불길은 독특한 설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우주를 네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서 역외권 이상에서는 초광속 통신과 초광속 비행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역외권은 컴퓨터 연산이 빛보다 빨라지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능한 권역입니다. 인류는 지구가 외치한 저속권을 떠나 역외권으로 올라왔고, 역외권 여기저기 흩어져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지구는 잊힌 것으로 보입니다.).

역외권 바깥에는 초월계가 있습니다. 역외권의 주민 혹은 인공지능이 초월화를 통해서 진화하면 가는 공간인데 거의 신적인 능력을 가집니다. 아스 클라크 식으로 말하자면 오버 마인드입니다. 역자는 이 존재를 신선이라고 번역했습니다.(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자꾸 읽다보니 어울리는 역어 선택 같습니다.)

스트롬의 일부 개척자들이 초월계에 위치한 하이랩을 발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초월자들이 남겨 놓은 아카이브는 대단히 매혹적인 유적입니다. 앞선 과학문명을 가지고 있어서 제대로 발굴하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위험성도 큽니다. 본문에 불을 가지고 놀다가 불에 데인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하이랩이 그 꼴이 됩니다. 그들은 불 정도가 아니라 핵폭탄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하이랩에서 대단히 위험한 지성체가 눈을 떠 버렸습니다.

개척자들은 하이랩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일부는 성공합니다만 과학 기술이 뒤떨어진 행성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특한 외계 생물과 마주칩니다. 두 무리가 조우하는 부분에서 좀 놀랐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예상 외였거든요. 저는 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때부터 스토리는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불시착한 사람들의 모험담(고생담)과 그들을 구출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로. 여기에 다양한 존재들이 섞여들면서 이야기가 풍부해집니다.

보르 게임과 비교하면 하드한 편입니다.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권말의 용어 해설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이랩의 진정한 정체가 뭔지 몹시 궁금하네요.
2권에서 의문이 풀리겠죠. 2권이 빨라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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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숲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근래에 이름을 자주 접한 작가입니다.
작년에 나온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기대작이라 맛있는 음식 아껴 먹는 심정으로 책장에 모셔뒀다가 이제야 읽었습니다.
잘 쓴 글입니다.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글 솜씨가 좋습니다.

살인의 숲은 유명 미스터리 상을(신인상 부문) 네 개나 수상한 작품입니다.
간혹 왜 이 책이 상을 받았을까, 의아한 작품이 있는데 살인의 숲은 충분히 자격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좀 지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심리 묘사와 상황 묘사가 꼼꼼한데 저한테는 이런 부분들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주변 사람들까지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흐름이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인데 제 취향과 살짝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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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38
율리 체 지음, 이재금.이준서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민음사에서 나온 모던 클래식을 몇 권 읽어봤는데 상당히 독특하면서 괜찮네요. 표지도 그렇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끝내주게 재밌다, 라는 느낌을 받은 작품은 아직 없습니다.).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은 독일 작가의 작품입니다. 율리 체라는 이름을 보니 터키계 같군요. 독일의 고도 성장기에 터키 노동자가 많이 이주했다고 들었는데, 그 2세대가 문학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같습니다.(이렇게 썼는데 터키계가 아니면......^^).

이 작품은 미스터리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만 각 잡고 쓴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두 물리학자와의 인간관계를 풀어가는데 유용해서 미스터리 형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기발하고 독특합니다.

제바스티안과 오스카는 저명한 물리학자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오스카의 천재성이 제바스티안을 뛰어넘음으로써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 균열은 물리학적 세계관의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 쪽은 시간의 상대성, 평행 우주에 심취해 있고 다른 한 쪽은 결정론적 입장을 취합니다.(제가 바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리학적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쉽지는 않아서 살짝 건너뛴 부분이 있거든요. 그냥 세계관이 다르다고 이해하면 될 듯.^^)

제바스티안은 가족, 일 양 면에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련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의 삶을 포기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리암을 캠프에 데리고 가던 중 괴상한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들을 다시 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요구에 그는 고민에 빠집니다. 고민 끝에 요구를 이행하는데 어이없게도 아들은 유괴된 적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는 이 단계에서 평행 우주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시간이 두 개로 갈라졌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넘어 SF 차원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흥미가 생긴 분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형사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진정되면서 무난하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형사 실프도 종잡기 어려운 인간이라 더 헷갈렸습니다. 이 대목에서 더 막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형사가 정리를 하네요. 여러 명의 삶을 되돌리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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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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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색을 겸비한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반해서 휘둘리다가 결국은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진행은 다분히 로맨스 장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런 특색 때문인지 시점도 1인칭 여성 시점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오토네는 이모부의 집에 들어가서 생활합니다.(작품 속에서는 백부라고 부릅니다. 정식으로 호적에 올린 건 아닙니다만 양녀나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먼 친척이 결혼을 전제로 100억 엔에 달하는 엄청난 유산을 남기면서 평온한 그녀의 삶은 뿌리째 흔들립니다.(제가 읽은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거액의 유산이 나온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70억 정도 되는데 작품 배경이 50년대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거액이네요.)

돈이 이 정도 걸리면 악당이 꼬이지 않을 도리가 없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작품답게 여러 사람 죽어나가는데 역시 그가 나온 작품답게 살인을 막지는 못합니다. 꽤 열심히 쫓아다니는데 말이죠.^^

오토네가 남자 주인공을 만나고 그에게 반하는 과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꽤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 지위가 낮고 책이 나온 연도가1955년임을 감안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깔끔하지는 않죠. 여성분이라면 불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점을 눈 감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치밀한 본격 미스터리를 원하는 분이라면 다른 책을 먼저 읽으라고-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 권하고 싶습니다. 삼수탑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삼수탑은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단서는 아쉬운 구석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상해주는 장점도 많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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