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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재색을 겸비한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반해서 휘둘리다가 결국은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진행은 다분히 로맨스 장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런 특색 때문인지 시점도 1인칭 여성 시점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오토네는 이모부의 집에 들어가서 생활합니다.(작품 속에서는 백부라고 부릅니다. 정식으로 호적에 올린 건 아닙니다만 양녀나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먼 친척이 결혼을 전제로 100억 엔에 달하는 엄청난 유산을 남기면서 평온한 그녀의 삶은 뿌리째 흔들립니다.(제가 읽은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거액의 유산이 나온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70억 정도 되는데 작품 배경이 50년대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거액이네요.)
돈이 이 정도 걸리면 악당이 꼬이지 않을 도리가 없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작품답게 여러 사람 죽어나가는데 역시 그가 나온 작품답게 살인을 막지는 못합니다. 꽤 열심히 쫓아다니는데 말이죠.^^
오토네가 남자 주인공을 만나고 그에게 반하는 과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꽤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 지위가 낮고 책이 나온 연도가1955년임을 감안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깔끔하지는 않죠. 여성분이라면 불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점을 눈 감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치밀한 본격 미스터리를 원하는 분이라면 다른 책을 먼저 읽으라고-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 권하고 싶습니다. 삼수탑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삼수탑은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단서는 아쉬운 구석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상해주는 장점도 많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