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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8
율리 체 지음, 이재금.이준서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민음사에서 나온 모던 클래식을 몇 권 읽어봤는데 상당히 독특하면서 괜찮네요. 표지도 그렇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끝내주게 재밌다, 라는 느낌을 받은 작품은 아직 없습니다.).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은 독일 작가의 작품입니다. 율리 체라는 이름을 보니 터키계 같군요. 독일의 고도 성장기에 터키 노동자가 많이 이주했다고 들었는데, 그 2세대가 문학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같습니다.(이렇게 썼는데 터키계가 아니면......^^).
이 작품은 미스터리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만 각 잡고 쓴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두 물리학자와의 인간관계를 풀어가는데 유용해서 미스터리 형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기발하고 독특합니다.
제바스티안과 오스카는 저명한 물리학자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오스카의 천재성이 제바스티안을 뛰어넘음으로써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 균열은 물리학적 세계관의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 쪽은 시간의 상대성, 평행 우주에 심취해 있고 다른 한 쪽은 결정론적 입장을 취합니다.(제가 바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리학적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쉽지는 않아서 살짝 건너뛴 부분이 있거든요. 그냥 세계관이 다르다고 이해하면 될 듯.^^)
제바스티안은 가족, 일 양 면에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련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의 삶을 포기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리암을 캠프에 데리고 가던 중 괴상한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들을 다시 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요구에 그는 고민에 빠집니다. 고민 끝에 요구를 이행하는데 어이없게도 아들은 유괴된 적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는 이 단계에서 평행 우주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시간이 두 개로 갈라졌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넘어 SF 차원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흥미가 생긴 분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형사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진정되면서 무난하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형사 실프도 종잡기 어려운 인간이라 더 헷갈렸습니다. 이 대목에서 더 막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형사가 정리를 하네요. 여러 명의 삶을 되돌리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