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1
미하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모모>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미하엘 엔데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손에 잡은 것이 <끝없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본문이 두 개의 색깔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환상계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 다른 색으로 쓰여진 이 둘은 절묘하게 연결이 되면서 끝없는 이야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주인공 바스티안은 고서점에서 끝없는 이야기란 책을 훔쳐 읽은 후 이야기 속으로 깊이 몰입합니다. 그의 또 다른 자아로 믿어지는 아트레유는 멸망해가는 환상계를 구원하고자 모험을 떠나고 바스티안은 책을 읽으므로 해서 그 여정에 동참합니다. 결국 바스티안이 환상계로 들어가면서 멸망은 피할 수 있게 되고 이야기는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미하엘 엔데의 절묘한 솜씨가 발휘됩니다. 끝이 났다고 여기는 순간 시작되는 또 다른 긴 이야기. 바스티안이 직접 겪게 되는 그 여정은 소년의 성장담인 동시에 꿈이란 무엇인가? 소망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모모>를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동화집
헤르만 헤세 지음, 정서웅 외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 환상이 붙어 있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안에 적혀 있는 단편들 거의 전부가 삶을 관조하고, 잊어버린 꿈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논하고, 문명비판적인 성향을 풍기는 것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동화의 해피엔딩적인 구성은 거의 없습니다. 세속적인 눈으로 보면 예술적 성취를 이룬 것도 덧없고 불행한 삶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동화적인 구성, 이야기적인 구성을 갖춘 단편은 '난쟁이.' 같습니다. 어찌할 수 없이 비극으로 치닫는 삶의 형태가 생각할 꺼리를 던져줍니다. '그림자 놀이.' 에서는 삶의 의외성을 느꼈고 '도시.'에서는 문명비판을 '아름다운 꿈.' 에서는 죽음 전의 깨달음을, '피리의 꿈.'에서는 예술의 덧없음을, '아우구스투스.' 에서는 소원의 무게를 '시인.' 에서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애절함을 느꼈습니다.

'숲사람.' 에서는 사회를 얽매는 기존 관습의 무가치함을 '다른 별에서 온 놀라운 소식.' 은 전쟁에 대한 비판을 '팔둠.'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험한 길.' 에서는 삶의 험난함을 '유럽인.' 에서는 유럽 백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느꼈습니다. 전 이렇게 느꼈지만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감상은 모두 다를 겁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곱씹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앰버 연대기 1 - 앰버의 아홉 왕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예문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엠버연대기의 일권 엠버의 아홉왕자를 읽었습니다. 오권 중 일권이니 도입부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책을 덮은 감상은 일단 흥미롭다는 것과 스케일이 무지하게 크다는 것. 허풍을 떨려면 이 정도로 크게 떨어야 오히려 현실감이 산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주인공 코윈이 기억을 잃고 깨어난 지구를 비롯한 모든 세상은 허상이며, 진정한 세계 엠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설정은 너무 허황해서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엠버의 왕자인 코윈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가는 과정은 한 편의 하드보일드 소설 같았고, 그 이후 엠버로의 여정과 싸움은 판타지소설의 새로운 전범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엠버연대기는 하나하나가 독립된 이야기라고 써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일권을 읽으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계속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를 다 읽을 것이 아니라면 손대지 않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고전이라는 딱지가 붙은 책들을 잘 읽지 않습니다. 대개 고루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습니다. 밤에 잠 안 올때 수면제 대용으로나 쓰이거나 장을 장식하는 하나의 장식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고전의 딱지가 붙어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볼 지 몰라도 내게는 데미안의 내용이 좀 환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판타지 소설같다고나 할까요. 데미안과의 만남이나 에바부인과의 교감 같은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어쩌구 하는 대단히 유명한 구절들은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뭘 어쩌라구, 하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이끌어 낸다던가 하는 것도 그저 그랬구요. 전 그냥 쟝르소설처럼 읽었고, 그 쪽이 제 취향에는 딱 맞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간비행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4
생 텍쥐페리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야간비행에는 작가의 실체험이 짙게 배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자신 비행사로서 우편항공기도 몰아보고 세계대전에도 참전해서 정찰기도 몰아 본 경험이 야간비행에 잘 녹아있다. 책을 읽어 보면 비행사들의 하늘에 대한 동경과 정복욕, 그리고 폭풍에 대한 공포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라비에르가 나온다. 그는 일과 조직을 위해 자신의 감정에다 두꺼운 외피를 두르고 산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동정심과 우정,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철저하게 사무적으로 행동한다. 그는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차가운 인간으로 보인다. 남들은 그런 그를 훌륭한 인간으로, 대단한 상사로, 볼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차가운 인간일 뿐이다. 조직을 위해서라는 것은 웃기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60,70년 대를 거쳐 8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런 저런 핑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왔던가. 라비에르가 야간비행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