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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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세 가지였다. 우선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거듭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차모니아는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이다. 수많은 종족이 등장하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작가 발터 뫼르스의 묘사를 읽고 있으면 진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를 타면 놀러갈 수 있는 세상 같다. 두번째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주인공에게 종속되지 않고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주인공만의 이야기가 아닌 글이 되었고 작품이 풍성해졌다. 주인공 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스마이크와 째각째각 장군이었다. 째각째각 장군은 살인기계다. 살육만을 원하는 미치광이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다. 선인만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악인도 사랑을 한다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스마이크는 군사전력가이자 도박꾼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일을 했다. 그의 숨겨진 기억이 떠오르는 장소와 그 내용의 의외성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밖에도 비존재의 미세존재나, 점쟁이들, 루모의 라이벌 롤프, 최고의 검객 우샤 등 인상깊은 인물이 많이 나온다. 세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삽화가 정말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 나는 원래 소설 속에 삽화가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그림이 상상력을 제약해서 글로 묘사한 것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작가의 그림이 상상력을 더욱 더 자극한다. 종이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발터 뫼르스가 만화가로 먼저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글의 주인공 루머는 볼퍼팅어다. 볼퍼팅어는 아이를 낳으면 야생에 버리는 게 풍습인 모양이다. 루모도 어린 시절에 버려졌다. 표지에 등장하는 그 장난기 어리면서도 순진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조심스럽게 커튼을 젖히고 고개를 내미는 순진한 모습의 표지만 봤을 때는 아름다운 동화로 예상했었다. 착각이었다. 행복했던 루모의 어린 시절은 외눈박이에게 잡혀 떠돌아다니는 악마바위에 갖히면서 극적으로 변화한다.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이다. 외눈박이는 잡아온 생물을 산채로 잡아먹는다.  그러한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루모는 스마이크를 만나 위안을 얻고 그의 이야기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조금씩 강해진다. 알고 봤더니 볼퍼텅어는 타고난 전사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전사. 개와 노루의 후손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눈부신 성장을 한 그는 외눈박이를 처치하고 감금된 사람들을 풀어주면서 영웅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다. 루모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데 사랑을 찾아 위험한 지하세계로 내려가면서 진정한 영웅이 된다. 글에서 영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시 영웅을 만드는데는 사랑만한 것이 없다.

발터 뫼르스의 글을 읽은 것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이어 두번째다. 둘 다 차모니아 연작의 일부인데 공히 강렬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작가, 편집자, 비평가, 출판업자 등 출판과 관련된 사람들이 읽으면 아주 재밌게 읽을만한 책이다. 그에 비해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은 훨씬 대중적이다. 재미있는 모험소설이며 훌륭한 성장소설이다.

작가가 쓴 차모니아 연작은 모두 네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언급한 두 개가 들녁에서 나왔고 푸른곰선장의 13과 1/2인생은 문학수첩 리틀북스에서 나왔다. 나머지 하나가 번역되지 않았는데 엔젤과 크레테다. 들녁에서 마저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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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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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우에하라 지로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젊었을 적에 학생운동을 했다는 아버지는 소설을 쓴다면서 집에서 빈둥거린다. 그냥 조용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공무원과 부딪치고 정부 비난이나 해댄다. 아버지와 부대끼면서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던 지로는 불량학생들과 얽히면서 생활이 점점 괴로워진다. 집으로 아버지의 후배라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생활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런 고통스런 사건들을 하나하나 겪고 해결해 나가면서 지로는 성장해 나간다.

어른은 어린이 시절을 헤쳐나왔으면서도  어린이 세계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이 너무 격변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세상이 변해서인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그 때는 국민학교라 했었다.)만 해도 학교폭력이 없었다. 아니 정정하자.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노골적인 왕따도 없었다. 놀이를 할 때도 깍두기라고 미숙한 아이도 따돌리지 않고 끼워서 놀았다. 이런 걸 보면 세상이 좋은 쪽으로만 변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이 책에는 이런 쪽과 관련해서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어린이로 사는 것은 정말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라는 구절에 특히 공감했다. 그렇다. 선생님한테 신고하면 뭐 하나. 더 얻어터지고 더 괴롭힘 당하기나 하지. 전교조에서 반대를 하는 모양인데 학교폭력에 대처하려면 결국 경찰력이 투입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정 꺼림칙하면 은행처럼 청원경찰을 쓰던가. 반대로 어른이 아이의 세계에 무력하듯이 아이가 어른의 세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구절도 공감이 간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그저 어른이 일으킨 파고에 그대로 휩쓸릴 수 밖에 없는게 세상사이다.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다. 훌륭한 사회비판소설이고, 훌륭한 성장소설이다. 순문학적 냄새가 약간 나긴 하는데 가볍다.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처럼 한없이 가벼운 건 아니고 적당히, 무겁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등장하는데 코미디로서의 소설적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적당히 진지한 소설이고 적당히 가벼운 소설이다. 읽는 내내 키득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말부 쪽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변해간다. 작위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뭏든 섬에서의 생활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그것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소설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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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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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 1권 하드 굿바이. 우리 말로 옮기면 힘든 작별 혹은 힘든 이별 쯤 될까? 영화 씬 시티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마브의 이야기이다. 힘이 철철 넘치는, 고대에 태어났으면 영웅으로 불리웠을 전사가 마브다. 영화에서 가장 재밌게 본 에피소드이고 만화도 역시 재밌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 골디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기다렸다는 듯이 들이닥치는 경찰. 마브는 경찰을 때려눕히고 탈출한다. 그는 골디의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을 추적하고 범죄의 도시, 죄악의 도시 씬 시티의 검은 세력과 만나게 된다. 그는 거대한 악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부패한 경찰도 그를 막을 수는 없다. 흉한 얼굴 속에는 정에 굶주린 여린 심성이 있다. 그래서 하룻밤 인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어머니를 위해 목숨을 건다.

씬 시티를 영화화 한 로드리게스가 나는 한 게 없다, 만화를 영화로 옮겼을 뿐이다, 라고 했을 때 나는 의례히 하는 말인줄 알았다. 원작자 프랭크 밀즈를 공동감독에 앉힌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존경의 표시려니 했다. 헌데 만화를 보고서 알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만화의 빛과 어둠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봐서, 그 때문에 줄거리를 모두 알게 되어서, 솔직히 만화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냥 재밌게 본 영화의 원작만화를 읽어 본다는 가벼운 마음에서 책을 구입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영화도 훌륭하지만 만화는 더 훌륭하다는 것을.

미국은 이런 만화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게 만화라고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이 책의 장르적 정의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영상소설이고 빛과 어둠의 마법이다. 격렬하게 부딪치는 힘들이, 선과 악이 흑백의 그림으로 폭발한다. 씬 시티는 흰 색과 검은 색 두 색 밖에 없다. 그 단순한 색깔로 읽는 이에게 이토록 현란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다니, 작가는 천재다.

훌륭한 그래픽 노블이다. 자신있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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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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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작 탈선도 그렇더니 이 작품도 교도소에서 시작한다.

수감된 킬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연방검사 스콧 덩컨의 삶을 흔들어버린다. 그리고 삼개월 후,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그레이스 로슨은 심심하지만 평온하고 안정된 교외의 삶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 물처럼 흘러갈 것 같던 그녀의 행복한 삶은 사진 현상소에서 가져온 한 장의 사진으로 뿌리채 흔들린다. 잘못 섞여 들어온 것 같은 오래된 사진. 놀랍게도 그 사진 속에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다. 퇴근한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남편은 놀라는 기색이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라며 부인하다가 잠시 후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연락이 없다.

남편의 실종. 그리고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실종. 이런 사건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가는 솜씨가 매끄럽다.

중요한 캐릭터로 북한 출신의 에릭 우가 등장하는데 007어나더데이에서 나왔던 살인기계와 캐릭터가 아주 흡사하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인들에게 그런 쪽의 악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듯. 어쨌든 좀 전형적인 캐릭터 같아서 아쉬웠다. 핵개발하고 미사일 쏴대서 요즘 안 좋은 쪽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미국 작품에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무시당하는 것 보다는 왜곡적이더라도 관심을 받는게 나을 수도.

할렌 코벤의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듯 이 작품도 반전이 훌륭하다. 반전이 몇 번 나오는데 마지막의 반전은 알아 맞혔는데 중간의 반전은 대부분 알아채지 못했다.

재밌는 소설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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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외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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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서 펴낸, 이른바 기획 도서는 그 장단이 분명하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걸작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특정 주제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진짜 쓰고 싶어서 쓰는 작품에서 나올 수 있는 아우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책 <비밀>은 일본의 유명작가 12명의 단편이 들어 있다. 한 명이 두 편씩 단편을 썼는데 그 두 개의 단편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 점이 아주 독특한데 그게 이 책의 기획의도인 것 같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비밀이라든가 문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사람의 사연이라든가, 아니면 주인 잃은 개를 찾아주려는 사람이나 그 개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의 관계 같은 것 말이다. 밀접한 관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한 매개를 사이에 둔 사이일 수도 있다. 혹은 아주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대부분 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유명작가 단편을 모았는데, 지명도 있는 작가이다 보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읽을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기타무라 가오루의 유리코 히메, 괴팍한 입담의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아베 가즈시게의 감시자-나와 피감시자-나가 괜찮았다. 이 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24편의 단편을 읽다가 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것도 괜찮을 듯. 이것도 여러 명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의 장점이다.

책이 비교적 싸고, 작은 사이즈여서 들도 다니면서 읽기 편하다. 지하철이나 버스 기다리면서 한 편씩 읽으면 딱 좋을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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