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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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우에하라 지로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젊었을 적에 학생운동을 했다는 아버지는 소설을 쓴다면서 집에서 빈둥거린다. 그냥 조용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공무원과 부딪치고 정부 비난이나 해댄다. 아버지와 부대끼면서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던 지로는 불량학생들과 얽히면서 생활이 점점 괴로워진다. 집으로 아버지의 후배라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생활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런 고통스런 사건들을 하나하나 겪고 해결해 나가면서 지로는 성장해 나간다.

어른은 어린이 시절을 헤쳐나왔으면서도  어린이 세계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이 너무 격변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세상이 변해서인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그 때는 국민학교라 했었다.)만 해도 학교폭력이 없었다. 아니 정정하자.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노골적인 왕따도 없었다. 놀이를 할 때도 깍두기라고 미숙한 아이도 따돌리지 않고 끼워서 놀았다. 이런 걸 보면 세상이 좋은 쪽으로만 변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이 책에는 이런 쪽과 관련해서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어린이로 사는 것은 정말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라는 구절에 특히 공감했다. 그렇다. 선생님한테 신고하면 뭐 하나. 더 얻어터지고 더 괴롭힘 당하기나 하지. 전교조에서 반대를 하는 모양인데 학교폭력에 대처하려면 결국 경찰력이 투입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정 꺼림칙하면 은행처럼 청원경찰을 쓰던가. 반대로 어른이 아이의 세계에 무력하듯이 아이가 어른의 세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구절도 공감이 간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그저 어른이 일으킨 파고에 그대로 휩쓸릴 수 밖에 없는게 세상사이다.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다. 훌륭한 사회비판소설이고, 훌륭한 성장소설이다. 순문학적 냄새가 약간 나긴 하는데 가볍다.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처럼 한없이 가벼운 건 아니고 적당히, 무겁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등장하는데 코미디로서의 소설적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적당히 진지한 소설이고 적당히 가벼운 소설이다. 읽는 내내 키득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말부 쪽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변해간다. 작위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뭏든 섬에서의 생활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그것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소설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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