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란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공중그네를 통해서이다. 일본소설은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만 읽었었는데, 이 작품 때문에 읽는 폭이 넓어졌다. 공중 그네 이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많이 읽었고 그 연장선에서 오 수다를 읽게 되었다.

오 수다는 항구도시를 주제로 해서 쓴 여행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잡지사 기획으로 쓴 글이라 편집장, 편집자, 사진기사와 함께 다닌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듯하다. 방에서 느긋하게 뒹구는 타입같다. 그래서 그런지 동행자의 요구에(잡지에 연재되는 기행문이니 당연히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툴툴 거리는 장면이 꽤 나온다. 제목과 달리 수다스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먹는 장면이 아주 많이 나온다. 항구도시 방문기가 아니라 식도락 방문기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항구도시니 만큼 해산물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입에 침이 고인다.

유머스런 글을 잘 쓰는 작가답게 웃기는 대목이 꽤 나온다. 

20대의 젊은이들이 계속 회사돈으로 접대를 하다보면 거만하게 '저 가게의 00, 00이 맜있지.' 라고 떠벌리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유카 편집장이 받아친다.
"그럼 다음은 좀 더 싼 식당으로 하겠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은가.

지난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체중이 2킬로그램이나 늘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괜찮다. 집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사놓은 각종 운동기구가 있으니까.

종종 등장하는 이런 구절들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했다. 두번째 단락의 인용문은 상상이 가서 더 웃긴다. 홈쇼핑에서 구입한 런닝 머신을 운동이 아니라 빨래 건조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되는데, 오쿠다 선생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글을 통해서 상상한 작가의 인상은 어째 운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쿠다 히데오가 방문한 항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론 부산이다. 다른 챕터와 마찬가지로 먹는 대목이 많이 나오는데 불고기, 부침개, 삼계탕, 비빔밥 등 익숙한 음식이 나와서 정감이 갔다.
나오키 상을 탔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공중그네로 나오키상을 수상한게 2004년이니 오 수다는 2004년 전후의 여행기를 모아서 펴낸 것이 된다. 상을 탄 이후에도 대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농담 비슷하게 털어놓고 있는 게 재밌다.

덧1. 전문사진사와 같이 다녔으니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을 텐데 사진이 한 장도 실려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덧2. 거슬리는 구절이 두어 구절 있었다.
덧3. 스낵바에 가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어떤 형태의 술집인지 궁금하다. 일본 가면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트 모양 상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0
조 힐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하트 모양 상자의 조 힐은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의 아들이다. 조 힐이란 이름이 작가의 본명인지, 아니면 필명인지 정확한 건 모르겠다. 어쨌든 작가명을 조 힐이라고 한 걸 보면 작가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소문이 안 날 수는 없었을 거다. 이건 내 짐작인데 아마 출판사에서 정보를 흘렸을 것이다. 그러니 태평양 건너 내 귀에까지 들어왔겠지. 처음 조 힐의 부친 이름을 들었을 때, 아버지 덕을 조금은 봤겠거니 했는데 책을 읽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트 모양 상자는 끝내준다. 끝내주게 재밌는 스릴러 소설이다.
아버지의 후광을 입을 필요가 없다.

유령이 나오는 공포물의 경우, 영화든 소설이든 유령은 대개 후반부에 등장한다. 초반은 맛배기로 조금씩만 보여주는 걸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마지막에 터트려서 충격을 준다. 물론 유령이 처음부터 등장하는 작품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정체와 목적은 마지막까지 숨긴다. 헌데 하트 모양 상자는 다르다. 하트 모양 상자는 처음부터 유령이 등장하고, 그 유령의 정체와 목적을 아주 분명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초장부터 널 죽일 거라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파멸시킬 거라고 유령은 당당하게 선언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과 스릴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김이 샐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일을 작가는 훌륭하게 해치웠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과 스릴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록스타 주드는(데스메탈 종류의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죽은 아버지의 양복을 판다는 게시글을 본다. 놀랍게도 양복을 사면 덤으로 아버지의 유령까지 얹어준단다. 그런 종류의 물건에 열광하는 주드는 당장 양복을 사들인다. 그때부터 그의 악몽이 시작된다.

양복은 함정이었다. 양복과 함께 배달된 유령은 주드를 죽이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들어내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까지 해치려고 든다. 주드를 죽이려 드는 유령과 유령에게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주드의 대결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초반에는 주드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적은 유령이니까.
주드는 유령을 어떻게 처치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주변인들이 언제 어떻게 죽을 지 모르는 상황은 주드를 극한 공포상태로 몰아넣는다.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가 하는 회의가 주드를 옥죄고, 사랑하는 조지아에 대한 걱정이 그를 몰아세운다.

주드의 애인 조지아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나 같으면 무서워서라도 유령 붙은 주드를 떠날 텐데 그녀는 마지막까지 주드 곁에 남는다.

글의 전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 최후의 대결 장면은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멋있었다.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에필로그 격인 마지막 장의 따뜻한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졸였는데, 그 대가로 포상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낮에 읽길  잘 했다. 밤에 읽었으면 한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다.
자신있게 추천한다. 꼭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포의 마지막 5일 간의 행적은 미국문학사상 가장 큰 수수께끼의 하나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단테 클럽의 작가 매튜 펄은 그 5일간의 행적을 상상으로 채워넣었다.

볼티모어의 변혼사 클라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초라하게 진행되는 장례식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초라한 장례식에 알 수 없는 애잔함을 느꼈던 그는 나중에 그 장례식의 주인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 에드거 엘런 포임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더하여 언론에서 포를 주정뱅이로 묘사하고 폄하하는 데 분노한 그는 포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클라크가 포의 죽음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건 두 가지다.

이 친구 추리에는 재주가 없구나.
클라크의 재주로 범인을(만약 범인이 있다면 말이다) 잡거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지는 못하겠구나.

포가 소설에서 창조한 명탐정 뒤팽의 실제 모델이 프랑스에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클라크가 사건을 의뢰하려고 프랑스로 떠나는 장면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탐정 역할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이제 진짜 주인공이 등장하겠지.

클라크가 뒤팽을 찾아 파리로 떠난 후의 이야기는 상당히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오귀스트 뒤퐁트를 갖은 노력 끝에 겨우 설득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오는 클라크의 모습이나, 그 이후 사건 추적 과정에서 보여주는 둘의 관계는 전형적인 탐정과 조수의 관계 같았다. 조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다.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언제나 천재 탐정인 것이다.
클라크가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추적을 하지만 성과가 없는 걸 보고 이 쪽도 그런 전형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라이벌 탐정까지 등장하는 걸 보고 확신했는데, 아니었다. 클라크와 뒤퐁트의 관계는 고전적인 탐정과 조수의 관계가 아니었다. 클라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수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주변과의 갈등 속에서 흔들리고, 제대로 핵심을 짚지 못해 좌충우돌 하지만 결국 사건에 근접해가는 것은 클라크다. 숨겨진 일들을 밝혀내는 것도 물론 그다. 그가 밝혀내는 모든 것들이 포의 죽음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포의 행적을 밝혀내는 건 결국 뒤퐁트였지만 어쨌든 클라크는 진실을 알게 됐고 인간적으로 성장했다. 그걸로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론
리사 가드너 지음, 박태선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초반은 좀 어수선하다고 느꼈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좋아지네요. 후반부는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바비는 주경찰의 저격수입니다. 퇴근 후에 콜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비상소집이 떨어집니다. 현장으로 달려간 바비는 남편이 총으로 아내와 아들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비는 협상팀이 오기를 기다리며 소총의 조준경으로 그를 지켜봅니다. 부부싸움은 더욱 격화되고 분위기는 험악해집니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바비는 남편이 아내를 쏜다고 확신하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 후로 그의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집니다.

바비가 쏘아 죽인 지미의 아버지는 부유한 고등법원 판사입니다. 판사는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바비를 살인 협으로 고발하고 숨통을 조입니다. 바비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집니다. 자신이 판단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계속 회의가 들고 과거의 어두운 기억도 그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바비가 구해준 여자, 지미의 아내 캐서린도 바비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캐서린도 바비처럼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그녀는 12살 때 납치되어 한 달동안 강금당한 채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습니다. 바비는 그녀가 안쓰러운 동시에 두렵습니다. 목을 조르는 판사나 동료 경찰을 감안하면 만나서는 안 되는데 계속 만나게 됩니다. 갈수록 괴이쩍은 정황들이 드러나고 바비는 흔들립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습니다.

그녀는 희생자이기만 한 걸까요?
과연 그날 밤의 진실은?

캐서린은 팜므파탈 같습니다. 약하고 안쓰럽지만 치명적인 독을 뿜어서 주위를 파멸시키는 여자 말입니다. 그녀는 팜므파탈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어쨌든 전형적인 팜므파탈은 아닌 듯 보입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의 이야기에 만족했습니다.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타지 소설을  좋아합니다. 용이 나오는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문학 관련 상 중에서 휴고 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데메레르는 휴고상에 노미네이트(아직 수상작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된 용이 나오는 환타지 소설입니다. 그러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영국 해군 렐리언트 호의 함장 윌리엄 로렌스는 프랑스 함선 아미티지 호를 나포합니다. 그 배에서 곧 부화할 것 같은 용의 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용의 알은 아주 귀해서 엄청난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헌데 문제가 있습니다. 용이 부화할 때 안장을 얹여야 하는데, 그 사람은 용의 비행사가 되어 평생 용에게 매이게 됩니다. 파티 같은 사교생활은 포기해야 하고 어쩌면 결혼생활도 포기해야 합니다. 함장 로렌스는 물론 선원들까지도 사생활에 치명적인 피해가 오는 용의 비행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제비뽑기를 하게 되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불쌍한 카버 생도가 당첨이 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비행사라니.

불쌍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제비는 공정하게 뽑았고, 비행사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죠.
긴장 속에서 용이 알을 깨고 나옵니다. 그리고 로렌스 함장을 비행사로 선택합니다.
로렌스는 별안간 떨어진 재앙에 기겁을 합니다. 하지만 영국군인으로서, 국가와 국왕에 충성을 맹세한 군인으로서 비행사를 받아들입니다.

공군을, 용을, 비행사를 꺼려하던 로렌스가 훌륭한 비행사로, 용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해군과 공군의 문화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감정의 대립과 혼란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구요. 기존 비행사들과 로렌스 사이의 신경전이 훈련과 전투를 거치면서 친분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용 데메레르의 성장과 용들의 전쟁입니다. 특히 나폴레옹의 용들과 벌이는 결말부의 공중전이 훌륭했습니다. 단숨에 읽어치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데메레르가 시리즈의 첫권이라는 사실입니다. 시리즈 물의 첫권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그를 설명하고, 배경을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뒷권보다 재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헌데 데메레르는 첫권도 아주 재밌었습니다. 그러니 뒷권은 얼마나 재밌겠습니까?

멍석을 깔았으니 이제 그 위에서 노는 일만 남은 거죠. 얼마나 신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책 날개에 후속권 출간일정이 나와 있는데, 뒷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