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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포의 마지막 5일 간의 행적은 미국문학사상 가장 큰 수수께끼의 하나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단테 클럽의 작가 매튜 펄은 그 5일간의 행적을 상상으로 채워넣었다.
볼티모어의 변혼사 클라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초라하게 진행되는 장례식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초라한 장례식에 알 수 없는 애잔함을 느꼈던 그는 나중에 그 장례식의 주인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 에드거 엘런 포임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더하여 언론에서 포를 주정뱅이로 묘사하고 폄하하는 데 분노한 그는 포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클라크가 포의 죽음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건 두 가지다.
이 친구 추리에는 재주가 없구나.
클라크의 재주로 범인을(만약 범인이 있다면 말이다) 잡거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지는 못하겠구나.
포가 소설에서 창조한 명탐정 뒤팽의 실제 모델이 프랑스에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클라크가 사건을 의뢰하려고 프랑스로 떠나는 장면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탐정 역할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이제 진짜 주인공이 등장하겠지.
클라크가 뒤팽을 찾아 파리로 떠난 후의 이야기는 상당히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오귀스트 뒤퐁트를 갖은 노력 끝에 겨우 설득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오는 클라크의 모습이나, 그 이후 사건 추적 과정에서 보여주는 둘의 관계는 전형적인 탐정과 조수의 관계 같았다. 조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다.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언제나 천재 탐정인 것이다.
클라크가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추적을 하지만 성과가 없는 걸 보고 이 쪽도 그런 전형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라이벌 탐정까지 등장하는 걸 보고 확신했는데, 아니었다. 클라크와 뒤퐁트의 관계는 고전적인 탐정과 조수의 관계가 아니었다. 클라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수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주변과의 갈등 속에서 흔들리고, 제대로 핵심을 짚지 못해 좌충우돌 하지만 결국 사건에 근접해가는 것은 클라크다. 숨겨진 일들을 밝혀내는 것도 물론 그다. 그가 밝혀내는 모든 것들이 포의 죽음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포의 행적을 밝혀내는 건 결국 뒤퐁트였지만 어쨌든 클라크는 진실을 알게 됐고 인간적으로 성장했다. 그걸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