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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루팡의 소식은 사라진 이틀, 클라이머즈 하이로 유명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데뷔작입니다. 데뷔작이 15년 뒤에 나온 게 참 인상적입니다(15년 전에 한 번 나왔다가 나중에 전면 개작이 되어 다시 나왔는 지, 아니면 이게 처음으로 출판되는 건 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만 아무래도 후자 같습니다. 후자로 생각하는 근거는 만약 루팡의 소식이 1991년에 출간되었다면 요코야마 히데오가 7년의 무명세월을 보내지 않았을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때 나왔다면 요코야마는 바로 인기작가가 되었을 겁니다. 루팡의 소식은 그 정도로 재밌습니다. 산토리 미스터리 상 가작 수상작인데, 상이 없어진 것도 후자를 지지하는 이유가 됩니다.)
15년 뒤에 나온 데뷔작은 어쩐지 소설 속의 사건, 그러니까 살인사건 후 15년이 지나서 수사에 돌입하는 것과 묘하게 오버랩이 됩니다. 살인사건의 시효가 완성되기 하루 전입니다. 그래서 작품 전반에 긴박한 분위기가 흐릅니다. 용의자에게 자백을 받지 못하면 범인은 풀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효가 완성되면 다시는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루팡의 소식은 망년회로 시작합니다. 뺑소니 사건을 해결하고 편한 마음으로 망년회를 즐기던 고칸 서장은 본청에서 내려온 연락을 받습니다. 15년 전에 자살로 판정되어 마무리한 사건이 사실은 살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15년 전에 죽은 사람은 고등학교 여교사 미네 마이코입니다. 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불량학생 기타, 다쓰미, 다치바나입니다. 가장 먼저 기타를 연행해온 형사는 그를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기타의 입을 통해서 15년전(1975)에 있었던 사건이 조금씩 베일을 벗습니다. 다음으로 연행되어 온 다쓰미가 입을 열고, 마지막으로 다치바나까지 연행해 옵니다만 사건의 진상은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놀라운 사실들이 머리를 쳐들지만 누가 범인인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갑니다. 공소시효완료를 향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품 전반에 뿌려놓았던 단서들이 마지막에 모여서 범인을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주 잘 짜여진 소설입니다. 기타나 다쓰미가 풀어놓는 15년 전 장면들과 현재 형사들이 수사하는 장면들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도 좋았고, 반전도 좋았습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정도 좋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사회미스터리라고 적혀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것 같습니다. 범인을 궁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