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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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아나 동방신기가  오리온 차트 순위에서 몇 위를 ... 하는 말이 신기하다 싶었는데, 어느 새 소녀시대, 카라 등등의 우리가 아는 이름들이 일본에서 놀라운 활동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강남스타일로 요즘말로 대박을 친 싸이는 유트브 조회수가 세계 신기록이라는 더 놀라운 소식으로 세계인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꿈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새 우리 나라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이름을 올린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KBS 예능국장으로 일해 온 저자 전진국씨가 풀어주고 있다. 거기에 우리가 많이 보고 듣고 있는 프로그램이 어떤 형식을 취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혹은 어떤 형식이라 실패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 일들이 다른 비지니스와 어떤 점이 비슷한지를 다섯단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의외성을 포착하다의 '경험화', 생각을 건져 올리다의 '체계화',현장에 집약하다의 '제작화', 의도를 세우다의 '편집화',가치를 확장시키다의 '진화화' 그리고 그가 히든 트랙이라 부르는 K팝 월드투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꼭 비지니스가 아니더래도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많은 일들에 누구라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곳곳에 희망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누가 콘텐츠를 끌고 가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거대한 방송국에서 보여주는 대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였기에 계속 리모콘을 돌려가며  재미가 있다거나 없다거나,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등의  참여보다는 비판이 많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람과 프로그램이 만나 그 안에 들어있는 진심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새로운 콘텐츠가 되어 그 시대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는 이야기로 요즘 뜨고 있다는 아이들과 군대에 관한 프로그램, 그리고 먹방을 대세로 만든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든 놀이판위에 함께 올라와 즐기고 있는 우리들을 느끼게된다.

 

중간중간 우리가  아는 분들의 힘들거나 좋은 이야기까지 들어있어 우리의 문화가 어디까지 왔을까 하는 것과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를 새삼 들여다보게된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에게 배철수씨가 던진 "오래 해라. 그러면 다 해결된다." 라던지 "저희에게는 수만 번의 공연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팬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일 수도 있으니까요." 라는 말을 했다는 유노윤호씨의 말에서 그들의 수많은 시간으로 만들어진 노력과 땀뿐 아니라 즐기다보니 생긴 애정까지 볼 수 있어  '일만번의 법칙' 이상의 짜르르함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가능해 보이는 일은 꿈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라는 이야기처럼 꿈처럼 여겨졌던 한국에서의 작은 놀이판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누가 얼마만큼 어디에 참여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   얼마나 넓어질까 하는 기대를 재미와 함께 뿌듯함으로 느끼게 된다. 이것이 비지니스에도 물론 맞는 법칙이겠지만 읽어가는 동안 노력하는 사람들, 뭔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틈에서 재미를 찾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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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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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2편 역시 술술술  넘어가게 된다. 특히나 이제는 고우라와 시오리코가 서로를 보면 수시로 빨개지에 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덩치만 커다란 고우라, 책 이외의 것들에겐 관심도 없어보이는 시오리코가 이상스레 서로만 나타나면 눈이 반짝여지거나 볼이 빨개지기에  그들의 설렘이 이곳까지 전해져 오게된다. 2편 역시 일본에서 희귀서로 소문난 책들의 소개와 함께, 그 책이나 저자에 관한 살짝의 정보를 알수가 있는 데다가 이번엔 시오리코와 꼭 닮은 어머니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에 사라진 그녀의 어머니가 뭔가 더 커다란 비밀을 가지고 있지않을까 하는 호기심까지 주게 된다.

 

 까칠한 소녀의 독서감상문만 보고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낸 시오리코는 이번에는  '시계태엽 오렌지'나 '명언수필 샐러리맨', 그리고 '도라에몽' 작가의 만화에 관한 이야기, '크라크라 일기'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과 함께한 사람의 추억, 습관으로  읽은 사람까지 어땠을지를 추리하는 시오리코와 고우라는 이번에는 예전 그들의 과거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고우라의 예전 여자 친구, 시오리코의 어머니... 그렇게  과거를 쫓아가다  "아키호에게 ... 아비가..."라는 이름만 남아있는 편지만으로도 마음이 찡해지는 사연과 만나게도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담은 글은  길지 않더래도 언제고 받는 이의  기억속에서  두고 두고 남아 마음을 울린다는 걸 새삼 알게도 된다.

 

비블리아 고서당이 전해주는 이야기에선 좋은 글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그리고 좋은 책이란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주고 있다. 스자키라는 만화 애호가의 이야기를 보고나니,  왜  나는 만화책은 모으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버리는 것이라 여겼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권하는 만화와 함께 한 추억은 평생 웃음이 되어줄 것이 확실한데 말이다.

 

이제껏 보고  미련없이  던져버린, 그래서 잊혀진(?)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엄청난 고서의 가격에도 놀라게 되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추억을 간직한 책은 두고 두고 사랑받는다는 생각에 주변 책을 돌아보게도 된다. '저 책을 고를 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 싶은 일들이 떠오르며,  각각에 들어있는 추억이 어찌되었든 지금의 내가 생각해보니   책과 관련해 나쁜 추억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의 글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 시계 태엽 오렌지를 쓴 버지스의 이 말이 날 찔리게 하는 건 왜일까???

 

몰랐던 책과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설레임을 보여주는 비블리아 고서당 다음의 사건도 기대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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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생각 - 제로에서 시작하는 수평적 사고 입문
기무라 나오요시 지음, 박재영 옮김 / 스카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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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약아가지고..." 라는 말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게 된다. 웃으며 건넨 "약았다"는 말은 귀여운 칭찬이겠지만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던지는 "약았다"라는 말은 자기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을 뜻할때가 있기에 말이다.

  

그래도 시대가 달라진 요즘은 미련하지만 충직한 곰보다는 약간 티도 내가면서 재주를 뽐내는 약은 여우가 대세인지라 남들에게 사람이 약았네 하는 소리 들어봤으면 하는게 내 마음이고 울 아이들 역시나 미련한 곰보다는 약은 여우였으면(사람 사귀기를 좀 쉽고 자신있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 한 예능 프로에서 멤버들 각자에게 동일한 돈을 주고 정해진 시간안에  돈을 불려오는 게임이 벌어지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 돈을 불리기 위해 장사를 선택했고 종목이나 수완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에도 차이가 났지만 그 돈보다도 어떤 장사가 잘 될것이냐, 어디가 최적의 장소일거냐를 선택하는 멤버들, 그 중에서도 팔 물건을 바꿔가며 거리 역시 바꿔 선택하는 한 멤버의 탁월함에는 역시 약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저렇게 제한된 시간안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낼수 있을까란 질문을 해본적이 있었는데  답은 '그럴수 있을까?'쪽이였다.

 

이 책은  주어진 일이나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을때 똑같은 상황을 누군가는 수평적으로 또 누군가는 수직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그래서 다르게 나오는 결과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보통의 우리네가 하는 A- B -C라는 순서와 경험으로 논리에 의한 결론 혹은 정답을 이끌어내는 사고법을 수직적 사고, 그리고 A에서 Z가 바로 나와도 상관없기에 순서나 과정을 중요시 하지않는 걸 수평적 사고, 곧 약은 생각이라  부르고 있다) 그 중에 유일한 정답이라는 걸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건,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성공을 끌어당기는 '약삭빠른 사고법' 이라며 그런 융통성있고 창조적인 수평적 사고를 해내기 위한 필요한 조건들과 성공한 예를 약은 생각의 예라며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평적 사고에 필요한 힘중 세번째로 나온 '우연히 발견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 는 세렌디피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눈치가 빨라서 우연히 발견을 한 것이 아니라  " 이건 어떻게 될까 "라는 유연한 생각이 있었기에 지금껏 이야기되는 다른 결과로 만들어낼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전구 발명을 했다고만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에디슨이 사실은 더 앞을 내다보고 전구와 전력의 상관관계를 미리 따져  발전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대부분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우리는 2위입니다.'를 소리높여 말했기에 매출이 오를 수 있었던 미국 에이비스 렌터카 이야기들 역시  원하는 걸 만들어낸 이들은 대부분  '그럴수 있을까' 라며  설마 했던 부분을 '훅' 찔렀기에 공격이 혹은 시도가 성공적이였다는 이야기로 규칙이나 전통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로운 느낌을 택하라고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생각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나올 수 있다거나   생각과 다른  결과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라는 수평적 사고에 의한 배짱을 갖는 것이 약은 생각이라 하기에    처음 내가 원했던 "약은 생각을 갖는 법" 의 정석은 아니였지만  책에 나온 많은 이들의 얘기처럼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자신을 위로해가며 다른 결과도 인정할 줄 아는게 지금을 살아가는 약은 생각일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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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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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쓰모토 세이치의 '짐승의 길'이란 책을 보면서 '짐승이 다녀서 난 좁은 길을 인간이 길로 착각할때가 있다'는 설명에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건들이 짐승이 가는 길인줄 모르는 인간들이 발을 잘못 들여 일어난 사건이란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에게  미스터리 논픽션이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번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고나서야 알게됐다.

 

'전골을 먹는 여자','두명의 진범','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란  일본에서 일어난 세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들과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써져있는 이야기는 물론 끔찍한 사건이기에 더 그렇겠지만 담담하게 써 간 그의 글과 함께 하기에 더 섬뜩한 느낌을 받게된다. 정신 지체라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인육을 태연히 먹는 사람들, 거기에 전장에서의 기아나 에도 시대의 기근 상황을 제외한다면 이 산촌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의붓자식을 죽여 그 고기를 먹은 예는 달리 없다는 그의 말이 이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두 명의 진범'에서는 한 건의 단독범죄에 두 명의 피의자라는 이상한 사건이야기로  공범이 아닌 것이 확실한 이들 중 드디어 한 명이 진범이라 판결을 받았음에도 검찰쪽에 의심받던 한 용의자가 반년이나 더 구류를 살아야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이미 심정적으로 범인을 정해놓은 검찰이 진범이라 고백하는 이가 나왔음에도  다른 증거를 심는다던가, 거짓 자백을 요구하면서  의심하던 이를 끝까지 풀어주지 않으려 했기에   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죄없는 이에게도  의심을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당함과 공정함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하는 법의 심판에   이제껏 단 한 명의 억울한 이가 없었을까 란  우리의 의심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나기까지는 모두 무죄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면서도 사건에 연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두고 두고 그 누군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심하게 되는 우리의 의식에게도 당신은 이런 일에 떳떳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 역시 누구나 가질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결국 어떤 일을 불러오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한된 공간, 반복적인 부딪힘으로 계속되는 욕설, 경멸, 훼방들을 받는다면 나중에는  그 일들이 쌓여 아주 작은 불꽃에도 언제든 터지게되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모멸을 참을 수 없다며 무쓰오라는 젊은이가 벌인 사건은   지금도 뉴스에서  특보로 나오고 있는   학교에서나 아는 이들 모두에게 복수를 해야만 했다는 말로 집단 보복,무차별 살인을 가하는 이들의  심정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게하는 집단 무관심, 따돌림, 의심등으로   점점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목 조목 이야기해주고 있다.  

 

놀라운 일은 이 모든 끔찍한 사건에   저자 세이치는 담담하고 건조하게 사건이 그래서 이리 되지않았을까 하는 객관성을 잃지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후라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은 가까이에서 조사를 해갈수록  인간에 대한 더 큰 실망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는 누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이리 될수 있다는 말로 사건 전개를 해가고 있다.

 

이제껏 읽은 그의 책을 생각해보면(물론 몇권 안되지만..) 그는 사건을 저지른 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다른 작가들보다 더 세심히 써가고 있는 듯하다. 그럼으로 읽어가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주고 그는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결심했어!!" 라는 콩트처럼 나대신 누군가가 이 선택을 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잘못된 짐승의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지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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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로 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전혜선 옮김 / 모비딕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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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이름을 날린 마쓰모토 세이치는 '역로'에서도 범죄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가고 있다. '잠복'에 이어 읽게된 그의 단편소설집 '역로'는   1950년대 당시 남성중심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부인외에 여자가 있었음에도 뻔뻔하게 둘 다 자기 곁을 떠나게 둘 수 없다는 남자, 퇴직후 사라진 남자에 대해 비슷한 나이때의 자신과  비교하며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형사의 이야기등 일어난 사건 주변에 놓인 중년이라는 나이에 실패가 두려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옅은 화장을 한 남자' 편에서는 남편이자 애인이였던 남자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며 고백하는 여인의 이야기로, '역로'에서는    "그만두면서 뭔가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란 전 직장 동료의 말로  정년 퇴직한 남자가 사라진 건,   유리한 조건의 취업을 제안받았음에도 거절한 것을 보아하니 인생을 일에만 바쳐온  사람의 최후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며 이해한다거나  "고갱은 이렇게 말하더군. '인간이란 자기 자식에게 희생되는 존재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영원히 반복된다. 만약 모든 인간이 자식의 희생물이 된다면 대체 누가 예술이나 아름다운 인생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말이야.....  ...  고갱에게는 그림있었지. 하지만 고즈카에게는 없었어. 대신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을 거야." 라는 무책임할 수 있는 추측으로 ,  인생의 쓸쓸함을 터무니없는 이유와 결론으로  늘어놓는  '역로'  요부노 형사의 사건 추리를 빙자한 고백은  저자의 생각이지 않을까 할 만큼 중년의 남자들이 "왜 나만..."이라거나 "왜 나는 ...." 이라는  절규로  가끔  딴 곳을 바라봐야 살것같다는 궤변을 내놓는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다.  '오차'에서 역시 자신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남자의 고백을  '가족을 부양한 채 쉰 가까이 나이를 먹으면 투지도 체력도 없어진다.'는 해석으로,  '짝수'에서는  회사에서 자기 앞길을 막은 겐이치 부장의 앞 길을 자신이 막아버리기로 한 조노의 야심찬 계획이 짝수라는 숫자에 의해 어떻게 파헤쳐지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미운 부장의 앞길은 막는다 치지만 계획의 성공을 위해 이유도 모르고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여인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보이지 않는 그의 계획을 하늘이 알아서 막아준것이 아닐까 싶어 드러난 증거가 고마워지게 된다.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에서는   부정부패 사건은 금품을 건넨 사람도 받은 사람도 이익을 얻게 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또 책임은 말단 직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단편 8개의 이야기는 연인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그 집착으로 지쳐가는 사람들, 인생의 쓸쓸한 뒷길에  원하지 않았지만 사라지게 된 사람들, 승진과 인정에 대한 욕심, 그리고 '출세'가 유일한 보람이라는 하급 공무원들의 지금과 비슷한 상황과 죽음이 말하는 인생의 허무함과 고단함이   옷차림과 거리의 모습, 그리고 그런 시대였으니... 싶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점만 뺀다면 지금의 우리가 뉴스란에서 읽게되는 소식과 다르지 않기에 오히려 더 쓸쓸해지게 된다.

 

사건 주변에 늘 있는 남자와 여자, 거기에 인생을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중년의 나이가 주는  무게에 눌린,  고집스러움과  외로움이 ' 역로' 의 사건들을 일으킨 범인이  아닐까  싶다.  사건은 벌어지고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결국은 벌을 받게 되지만 그 사건 이면에 놓여있는 인간들의 감정이 어땠는지, 이렇게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흔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당신은 같이 휩쓸릴 것인지, 아니면  쓸쓸한 혼자라도 인생이란  길을 꿋꿋이 나아갈 것인지를  마쓰모토 세이치가 물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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