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마쓰모토 세이치의 '짐승의 길'이란 책을 보면서 '짐승이 다녀서 난 좁은 길을 인간이 길로 착각할때가 있다'는 설명에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건들이 짐승이 가는 길인줄 모르는 인간들이 발을 잘못 들여 일어난 사건이란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에게 미스터리 논픽션이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번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고나서야 알게됐다.
'전골을 먹는 여자','두명의 진범','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란 일본에서 일어난 세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들과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써져있는 이야기는 물론 끔찍한 사건이기에 더 그렇겠지만 담담하게 써 간 그의 글과 함께 하기에 더 섬뜩한 느낌을 받게된다. 정신 지체라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인육을 태연히 먹는 사람들, 거기에 전장에서의 기아나 에도 시대의 기근 상황을 제외한다면 이 산촌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의붓자식을 죽여 그 고기를 먹은 예는 달리 없다는 그의 말이 이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두 명의 진범'에서는 한 건의 단독범죄에 두 명의 피의자라는 이상한 사건이야기로 공범이 아닌 것이 확실한 이들 중 드디어 한 명이 진범이라 판결을 받았음에도 검찰쪽에 의심받던 한 용의자가 반년이나 더 구류를 살아야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이미 심정적으로 범인을 정해놓은 검찰이 진범이라 고백하는 이가 나왔음에도 다른 증거를 심는다던가, 거짓 자백을 요구하면서 의심하던 이를 끝까지 풀어주지 않으려 했기에 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죄없는 이에게도 의심을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당함과 공정함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하는 법의 심판에 이제껏 단 한 명의 억울한 이가 없었을까 란 우리의 의심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나기까지는 모두 무죄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면서도 사건에 연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두고 두고 그 누군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심하게 되는 우리의 의식에게도 당신은 이런 일에 떳떳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 역시 누구나 가질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결국 어떤 일을 불러오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한된 공간, 반복적인 부딪힘으로 계속되는 욕설, 경멸, 훼방들을 받는다면 나중에는 그 일들이 쌓여 아주 작은 불꽃에도 언제든 터지게되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모멸을 참을 수 없다며 무쓰오라는 젊은이가 벌인 사건은 지금도 뉴스에서 특보로 나오고 있는 학교에서나 아는 이들 모두에게 복수를 해야만 했다는 말로 집단 보복,무차별 살인을 가하는 이들의 심정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게하는 집단 무관심, 따돌림, 의심등으로 점점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목 조목 이야기해주고 있다.
놀라운 일은 이 모든 끔찍한 사건에 저자 세이치는 담담하고 건조하게 사건이 그래서 이리 되지않았을까 하는 객관성을 잃지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후라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은 가까이에서 조사를 해갈수록 인간에 대한 더 큰 실망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는 누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이리 될수 있다는 말로 사건 전개를 해가고 있다.
이제껏 읽은 그의 책을 생각해보면(물론 몇권 안되지만..) 그는 사건을 저지른 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다른 작가들보다 더 세심히 써가고 있는 듯하다. 그럼으로 읽어가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주고 그는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결심했어!!" 라는 콩트처럼 나대신 누군가가 이 선택을 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잘못된 짐승의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지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