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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조엘 샐러틴 지음, 유영훈 옮김, 방원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소고기 미역국을 무지 좋아하던 나지만 어느 날부턴가는 종류를 바꾸어가며 끓이고 있다. 조개로, 들깨로,멸치로 내용물을 바꿔가며 끓여보지만 아무래도 입맛에 익숙한 미역국이 더 좋은 걸 보면, 어렸을 적 가지고 있던 입맛 바꾸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와는 입맛이 다른 아이들이였음 싶어서 (나이가 들면 어느정도는 저절로 입맛이 바뀌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 내가 싫어하는 나물이나 야채라는 여러가지 재료에 이런 저런 요리도 해보긴 하지만 입에 거친 음식에 맛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다.
원래 오래 씹어야 하는 푸른 빛깔 채소들은 싫어하기 쉬운데다가 학교에서 급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먹고, 집에 오는 길에 아이들이랑 간식도 골라 먹을 나이가 되고 보니 입맛을 집안에서 길들이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이들 간식이래야 라면에, 햄버거, 특히나 출처를 더 알수 없는 고기 성분이 영 찝찝하지만 집에서보다 맛있었다고 하니 어쩌다 먹는 것에 매번 브레이크를 걸기도 뭐하다는 생각에 주의만으로 넘어가게되는데다가, 어느 날 부턴가는 내가 차리는 밥상이나 매일 먹는 간식거리에서도 관심갖고 뒷면에 쓰인 성분을 읽다보면 내가 도대체 뭘 들고 있는 건지 앞 그림을 보지않고서는 알수가 없는게 종종 있으니... 건강한 먹거리, 재료 그 자체만의 맛을 알게 하기가 어려워진 세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이란, 소에게 풀이라는 당연히 먹어야 하는 것만을 먹이는, 사실은 그게 정상이지만 어느 날부터는 고집스런이 되버린, 농부의 건강한 소 이야기쯤 아닐까 생각했지만 스스로 미친 농부라 자신을 칭하는 '조엘 샐러틴'은 가금류라 이름 붙여진 소,돼지, 양, 닭 들이 먹어야 하는 것만을 먹이고 있는데도 받아야 하는 제약이라던가, 최상품이라 생각되는 고기나 계란등을 주변에 팔려할때 받게되는 생각지 못한 냉대와 공장식 축사가 싫다면서도 거기에서 나오는 것의 모양이나 저가에 익숙해진 우리의 편견, 그리고 제대로 된 것을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제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폴리페이스라는 농장을 아버지께 물려받아 2대째에, 아들까지 농장 운영에 함께 하는지라 이제 수십년으로 강의까지 나가는 유명인의 건강한 농장 음식은 맛이 어떻까 라는 호기심이 생기지만, 방목생활로 유난히 움직임이 많아 붉어진 고기와 질긴 근육이 있는 농장의 고기를 싫어한다는 이들의 반응이 보통 먹던 것과 비교해 '너무 붉은 고기가, 왠지 ..'라는 시쿤둥한 반응이라하니, 다른 것보다 붉은 고기를 손에 잡기가 꺼려지기는 나도 마찬가지인지라 그 마음을 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조엘이라는 농부만큼 크지는 않더래도 시골에서 작게 농사를 짓는 울 시댁의 농산물들도 울퉁불퉁한 모양에, 벌레나 동물들에 의해 찍힌 모습에 '먹어도 되나?' 싶어 돈 주고는 절대 안 고를 모습만 보면 손이 안갈듯하지만, 햇빛에서 바르게 자란 후 따자마자 먹는 토마토의 신선함, 방금 찐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의 맛이 어떤지 알고 있는 지금은 다르지 싶다. 아마 설탕에 흠뻑 담궜다 나왔다 하더라도 가질수 없는 달고 단, 질리지 않는 맛과 벌레가 훑고 갔기에 더 건강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햇볕을 보고 많이 움직인 동물과 농약이나 영양제없이 퇴비와 땀, 정성이라는 전통의 방식으로 농작물을 기른다는 분들이 아직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른 먹거리에 쓸 걸 아껴서라도, 알레르기나 고콜레스테롤 수치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땅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란 달걀과 고기를 기꺼이 사게되지않을까 한다.
그는 자신의 방목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다른 곳보다 더 건강하게 무수한 세월을 견딜수있었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며 '더 크게 더 많이 더 빠르게' 라는 올림픽 구호같은 것이 식품계 뿐 아니라 온 세상 모든, 그것이 동물이건 물건이건, 사람이건간에 무조건이 되버린 지금 세상의 눈과 입에게 무엇이, 어떻게 잘못인지를 목청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오직 좋은 성장만이 좋은 것이라는 그의 확고한 이야기는 우리를 공장식 농장에 갇히다시피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비참함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 곳에 있는 동물들과 자신이 기르고 있는 동물들의 차이를 말하는 부분에서도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고기나 농산물이 자연의 힘을 얼마나 받고 있었을까 하는 걱정을 다시 하게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제대로 살고 싶다면..
이라는 건강하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거스르는 현실이 다 식품업계와 정부의 책임이라 하기에는 우선한것이 소비자의 바르지못한 선택이었음을 이야기하는 '나는 개인의 책임을 믿는 사람이다.' 라는 그의 말에서 조금 더 싼 물건을 고르는 우리들에게서 어쩔수 없다며 빨리 커야 관리나 판매에서의 이익이 높아지는 거라는, 호르몬제나 농약에 관한 판매업자들의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었을 나의 행동도 돌아보게된다. 한끼를 편하게 때우자라는 생각으로 불편하지만 쉽게 차려지고 있는 우리의 밥상은 내 손으로 선택한 먹거리였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미래 지구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아이들과 우리들의 먹거리와 진짜 잆맛에 다시금 눈을 돌리게 하는, 제대로 일하는 '농부'의 강경한 이야기에 그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그리고 아슬아슬해진 우리의 밥상을 돌아보게된다.
"기억하라. 만약에 악취가 나거나 보기에 좋지않다면 그것은 좋은 농업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