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난 내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그리고 다음 든 생각은 지금껏 내 생활에서 몇 차례의 죽음이 있었는가
처음 기억나는 죽음은 할머니의 죽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병에 걸렸고 병에 걸린 상태로 오랜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말도 못 하게 피폐해졌다
두 번째 죽음은 외할머니의 죽음
할머니와 달리 정정하신 분이었다.
근육과 관절의 노화로 약간의 불편함이야 있었겠지만
기억도 흐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추스를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은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세 번째 죽음은 학창시절 같은 반 아이의 자살.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할머니의 죽음보다도 앞에 있을 터지만
그 아이에 대해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한 번인가 짝을 했을 뿐 유별나게 친한 것도 유별나게 사이 안 좋은 것도 아닌
만나면 안녕 하고 마는 그런 정도의 사이였다.
해서 그 아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왜 자살을 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좀 더 친했었다면 무엇 때문이었겠구나 하고 추측할 수 있었겠다만
아무 것도 모르는 사이였기에 아직도 의문인 채로 남아있는 듯 싶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힘들만한 무엇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 이다.
청소년보호법이 막 시행된 시기였고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보다 비디오 대여점이 많던 시기였다.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었다고는 하지만
알음알음 찾아가면 신경쓰지 않고 비디오를 빌릴 수 있었고
아마 그 때의 난 그 영화의 ost까지 샀던 듯 싶다.
당시 해피투게더 ost 에는 영화의 장면이 들어있는 엽서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영화가 좋다고 말하던 그 아이에게 엽서 한 장을 준 기억이 있기에.
장국영과 양조위가 춤추는 모습이 담긴 엽서였다.
네 번째로 떠오르는 죽음은 조카의 죽음이다.
마음에 남은 흔적의 크기로는 아마 제일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두 번째 이직한 직장(성남에 있었다) 에서 근무를 시작하던 쯤
오빠한테서 조카가 죽었다며 연락이 왔다.
조카는 갓난아기 시절 뇌수막염에 걸렸었고 그 후유증으로 계속 치료를 받던 아이였다.
물론 나처럼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친척이 보기엔 멀쩡했다.
허나 언니 말에 의하면 또래보다 오른손과 다리의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듯 했고
TV에 나오는 이들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언어와 판단이 미숙한 듯 싶었다.
당시 언니는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조카가 떠날 당시 언니는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해있었고
화상통화를 하고 밤에 잠든 사이 그렇게 하늘로 간 거다.
본인도 입원해있느라 며칠 못 본 아이가 수술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마음
심지어 상을 치르느라 수술받은 부위가 터져 다시 봉합하기 위해
아이가 누워있던 그 수술실로 들어갔어야 했던 그 마음
아마 난 백년이 지나도 이해하지 못 할 거다
그리고 아직 남은 죽음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와 오빠, 어쩌면 내가 먼저.
지금 이 풍경이 영원치 않으리란 걸 계속 되뇌이는 편이다
그렇다고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합 빡세게 넣고 재미나게 살자 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 바라는 것은
생의 마지막의 몇 년쯤은 나도 작가란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죽음이 오고 슬픔도 올 테지만
슬픔은 슬픔인 채로 놔둔채 평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우리 가족 행복하게. 보다는 우리 가족 부디 평안하길.
이뤄지리란 확신은 없지만 부디 바래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