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든다.

   평소 시각이건 감정이건 어느 한 부분이라도 휘어잡고 시작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지라

   서서히 잠식하듯 퍼져가는 영화의 흐름이 좋다고 하기에도 무언가 미진한 것 같고

   그렇다고 이 영화 별론데 라며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는 느낌


2. 문화컨텐츠에서 내가 선호하는 감정은 극과 극이다.

   아예 닦고 닦아 투명해지거나 혹은 아예 극으로 치닫거나.

   사랑으로 치환한다면 너 때문에 죽어버리겠어. 혹은 내 마음에서 너를 지우겠어. 이려나.

   사실 감정과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인간인지라

   극단적인 것을 좋아하게 된 경향도 있다.

   아예 없거나 너 때문에 죽겠어 거나.


3. 하여 두 사람의 행동과 대처가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낯설었던 것은 떠남과 멀어짐이 일상적으로 그려졌다는 것.

   사실 영화 전반이 일상적이었음이 놀라운 거지만.


4.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대할 때의 곤혹스러움이 있다.

   (굳이 성정체성이 아니더라도)

   난 널 이해한다는 명분 아래

   일상적 관계에서라면 보이지 않을 듯한 관대함까지 오버해서 보인다거나

   혹은 반대로 꺼리거나 싫은 기색을 너무 드러내는 경우

   나의 말이나 행동이 조금만 엇나가도

   이 둘 중 한 곳에 떨어지리란 아슬아슬함이 있다.

   하여 불편해진다.


5. 그런데 생각해보면 평범이란 말도 사전적인 정의일 뿐.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마다 다르고 어째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생각만 많아진 나는

   (생각이 많아진 것과 별개로 입은 필터가 사라지는 것이 기이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점점 대화가 피곤해지고 관계가 버거워지는 거다

   몇 시간 대화해놓고 집에 와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는 격


6.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그러니 일상 외의 무언가를 만나면 오죽하겠는가.

 

7. 또 얘기를 하다 옆길로 샌 듯한데

   아무튼 이 영화의 놀라움이자 장점은 일상적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

   아 제발 남의 인생 고나리 좀 그만.


8. 케이트 블란쳇. 이렇게 우아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9. 이 영화가 거론될 때마다 나오는 '시선의 마주침' 은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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