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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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쩌면 이것은 순간에 대한 글이 아닐까 싶은 것


간혹 어쩌다가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난 지금 어느 순간에 와 있는 걸까

혹은 지금 이 순간은 어떤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걸까.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

혹은 그저 지나가다 예년보다 너무 뜨거워진 태양을 봤을 때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가게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이것은 다가올 무언가를 암시하는 걸까

혹은 아무 것도 암시하지 않는 걸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그 시점

혹은 무언가 좀 더 나아지기 시작하는 출발

어떤 지점에 선 사람들. 그 순간을 포착한 그림.


그 그림 같은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의 마지막 장면을 연작으로 그려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일단 나는 못 하겠고 실사풍의 유화 잘 그리는 누군가가 그려주지 않으려나??


...이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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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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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저런 심리학 서적들을 많이 읽는 편인데

지금 구상 중인 이야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고

전문용어를 알아먹지 못 하는 스스로 때문에 꾸벅꾸벅 졸면서 읽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 한 행동이었다.

뭐. 어쨌든. 한 가지 얻은 결론이 있다면 아마도 난 생체반응성이 높은 축인 사람이 아닐까 싶은 것.

(...생체반응이 아니라 생리반응이었던가. 아무튼 그 비슷한 느낌의 단어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은 내가 타인에 비해 상황이나 사건을 파악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게 아닐까 하는 것. 

설령 그것이 나한테 일어난 일이나 상황이라 할지라도

혹은 나한테 일어난 일이나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의도를 가진 말과 행동들이 오갔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작용을 해서

나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에 대한 파악이 느리게 되는 편이다.

실례로 우울증이 가장 심했던 시기의 상황이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파악이 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나 자체가 굉장히 느린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것.


스스로가 느리다는 자각을 하게 되면서 생긴 부작용은 

자꾸 사람 표정을 살피고 사람 말을 의심하는 습관이 생긴 거다.

눈치를 본다기 보다는 자꾸 저 사람이 무슨 의도로 저 말을 저 말투로 했을까 따지게 된다는 것.

사람과 대거리를 싫어하는 타입이라 다행이지 만약 대거리를 피하지 않는 유형이었다면 꽤나 진상이었을 거다.

말 끝마다 '너 지금 그거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냐' 며 따지고 들었을테니


사람 말을 의심하고 자꾸 숨겨진 의도를 찾으려는 습관이 발현된 원인에는

스스로가 느리다는 자각을 해서 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짜고 있다는 창작행위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냥 발랄하고 즐거운 코믹일상물을 그리면 좋겠지만

결국 자기가 알 수 있는 걸 표현하게 된다고 말 한 마디에 상황 하나로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다 보니

생각에 생각을 더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이를테면 이 사람이 이렇게 말했을 때 이 사람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 생각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 심리작용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스스로 느리다는 자각에 의해 숨겨진 의도를 찾으려는 증상(?)이 발현되었다면 

이야기 구상한답시고 화자와 청자의 심리를 유추하는 과정에서 그 증상이 더 심화된 듯 싶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대하기 편치 않은 사람' 을 상대로 나타나곤 한다.

편하지 않은 사람. 눈치보게 만드는 사람. 권위적인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 그리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

언성을 쉽게 높이는 신경질적인 사람(혹은 다혈질적인 사람) 에 대한 거부반응 혹은 공포는

어린 시절부터 끊이지 않고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유에는 이런저런 환경적 요인이 있을테고.


소리. 특히 고성에 대한 불안 혹은 공포

내게 새겨진 불안 상황 중 가장 오래 된 것을 들자면 아마 이것일 거다.

집에서 나는 고성은 싸움 이라는 특정상황에서 시작되고 그 끝은 폭력이거나 파손이었으니까.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증상들이 평소 우울 기질이 있거나 혹은 그럴만한 환경에 있어서 발현되었다 친다면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다른 불안증세들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것일까.


최근 난 

가뭄이 들지 않을까 -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는 불안을 갖고 있으며

늘 일찍 일어나는 편인 아버지가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을 때

                -무슨 일이 생겼나(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는 불안 또한 갖고 있다.

문제는 우리 집은 여름에 단수된 적이 없으며(아직까진)

아버지 역시 심장에 무리가 생긴 적이 없다(아직까지는)


이것 역시 평소 내가 우울 기질이 있는 인간인 탓에 생긴 불안인 건지

아니면 지나치게 많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 탓에 나타난 불안인 건지.

근데 뉴스를 본 사람이 모두 같은 정도의 불안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면

역시 개인의 특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sns를 줄여야겠어'

이러한 스스로의 특징을 잘 안다면 

그 불안이 오는 통로를 피해 차단하는 것도 방법일 텐데

그 통로가 어디인지 뻔히 알면서도 매번 열어 확인하고 또다른 불안요소를 얻어 불안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자학으로 이어지곤 한다.

'아니 나란 인간은 대체 뭐가 문제라서 안 좋은 걸 알면서 하고 있는 건데!'


결국 불안을 없애는 것도 그것이 유입되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도 무리라면

어떻게든 타협해서 살아가는 것밖에 없는가 싶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고.


이러한 우울이나 불안에 대한 책들의 결말이 다 비슷한 것도 결국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결국 개인의 문제. 그 많은 경우에 다 맞아 떨어지는 절대적인 해결책이 있을리가 없잖아.

어떻게든 잘 아울러서 타협해서 산다 고 할 수 밖에.


해서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해결책을 얻으려는 생각보다는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난 어떤 경우에 속하는 사람인가 정리해보자 는 정도의 생각으로 

읽는 게 편할 것 같다. 일단 정리만 되도 머리가 꽤 시원해지는 느낌이니.

그리고 불안을 줄이려면 역시 SNS 부터 줄여야 할 것 같다. 그게 제일 첫번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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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cheshireee/221453689714


곧 설이 다가오네요! 다들 명절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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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 자체는 여타의 뱀파이어 문학(혹은 영화 혹은 드라마 등등) 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겨짐. 그 외에는 딱히 인상에 남는 부분이 없다. 환한 대낮에 인간집단이 오가는 데서 산만하게 읽어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랄까. 세밀한 가공과 온갖 장식이 곁들여진 것들을 보다가 원석을 보니 좋은 것도 같고 심심한 것 같기도 한 느낌.

아무래도 ‘드라큘라‘ 도 읽어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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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썩 잘 대우해주진 않는다. 미식엔 취미가 없고 심지어는 맛도 잘 모른다. 어디에 상처라도 나면 그래서 딱지라도 앉으면 그 꺼슬거리는 게 싫어서 기어이 뜯는다. 피가 나고 아플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심지어는 이제 잘 아물지도 않아. 재생력이 떨어져서.

내가 보통 기준보다 우울한 축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된 후 줄곧 해왔던 생각은 ˝왜?˝ 였다.
왜 흔히 하는 말 있잖아.
밥 굶고 다닌 것도 아니고 학교 못 다닌 것도 아닌데 네 주제에 감히 우울해? 왜??

그나마 학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넓히고 나서야 우울의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좀 편해졌다.

...여러 떠오르는 생각이 많은데
재독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건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겠다는 것.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의 의미가 아니다. 지금의 모습엔 부정적인 면도 긍정적인 면도 있을텐데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고 싶다는 거.

그리고 나 역시도 과하게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데 그건 내가 여성이라서인지 아니면 내가 짐작하는 그 시기가 이유인 건지.

여러 모로 날 돌이켜 보고 싶게 하는 책이었다.
다시 읽어보면 그땐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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