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세버그지만 사실 진 세버그의 안티가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영화.
1. 처음 들어가는 장면부터 좀 그랬던 게
진 세버그가 잔다르크에서 화형당하는 씬을 촬영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정부에 의해 삶이 망가진 진 세버그' 라는 사실만 알고 있는 나로서도
저건 너무 노골적인 비유가 아닌가 했더랬다.
2.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왜 '급진주의자와의 불륜' 이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점.
아무래도 진 세버그가 영화화될 정도로까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점은
그녀의 정치적 신념과 흑인인권운동에 지지를 보낸 그녀의 행보 탓일 텐데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흑인운동가와의 불륜은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그것도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난 사람과.
설령 그 불륜이 사실이었다 치더라도 각본 단계에서 뺐어야 하는 부분 아닐까.
영화에서 진 세버그가 어떤 배우고 그녀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나 가 보여지기도 전에
불륜 부터 등장해버리고 스캔들의 중점도 계속 그 쪽으로 맞춰가니
인권운동가 였던 진 세버그가 아닌 불륜을 저지른 진 세버그만 보다 나온 느낌.
그러다보니 진 세버그가 정부의 표적이 된 이유도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해서가 아닌 흑인운동가와 불륜관계여서 라는 것처럼 읽힌다.
3. 여기에 하나 더 '도대체 왜?' 싶었던 부분은
세버그를 감시 및 도청하면서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는 요원의 등장.
아무래도 세버그의 여자로서의 매력 혹은 배우로서의 매력
아니면 그냥 매력 등등을 얘기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로 인해 더더욱 영화가 갈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인권 운동가로서의 진 세버그는 더더욱 희미해지고 말았다.
4.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임신한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
멕시코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의 아이라고.
....이걸 농담이라고 넣었는지 아니면 진지하게 생각하고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가벼운 여자까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5. 그나마 크리스틴이 볼 만해서 견딘 거지 아니었음 정말 안 좋은 영화가 되었을 뻔.
6. 차라리 흑인운동가와의 스캔들은 빼고
그녀의 일생은 알려진 대로 가되
그녀를 지켜보며 연민을 느끼는 정부요원이 추가되었으면 더 나았을 듯.
7. 근데 불륜이 사실이긴 한가?
찾아보니 그것도 루머에 불과한 것 같던데.
그걸 갖다가 마치 진짜인양 영화화 까지 하는 건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