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카고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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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저 그런 정도의 평이함. 혹은 청량감.

   뒷표지에 실린 대로 '차마 흘리지 못 한 눈물' 이 느껴지기 보다는

   감정적 교감이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린 것처럼 시종일관 무미건조하다.

   지나치리만치 관찰자의 입장을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그래서 또 든 생각은. 과연 청량감으로 될 문제인가.

   여러 측면(사회,경제,지위 기타 등등)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무조건 절절하고 아파야만 한다 는 생각은 아니지만서도

   다 나쁜 사람들만 있는 줄 알 테지만 그 골목에도 사랑이 있어요.

   ...거기에서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성매매를 합법화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주장을 들으며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하고자 하여 들어갔다면' 어차피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같잖은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

   어쩐지 그 때와 흡사한 기분이다.

 

 

3.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소재나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아마 난 철저하게 밑으로 끌어내렸을 것 같다. 보는 사람이 불쾌해질 정도로 밑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들을 제했을 것이고, 클럽의 주인들은 더 나빠졌을 것이다.

   아니면 미카와 선희의 상황에 더 집중을 하던가.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사공이나 물길이 많아서 득될 것은 없으니까.

 

4. 사람의 마음에 와 닿기 위한 방법.

   슬픔을 강요하는 것도 역효과이긴 하지만 애써 꾸민 청량감.

   혹은 그들이 감추고 있는 슬픔이 와닿지도 않는데

   무턱대고 슬픔을 희석시킨 청량감을 들이대는 것 역시 역효과란 생각이 들었다.

 

5. 담담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담담해도 전달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6. 최종결론 - 슬픔을 희석시킨 청량감이 아닌 그저 청량감만 느껴지니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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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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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

 

... 이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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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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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느꼈던 이질감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지속되었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접경지역으로 가 그 동네에 녹아들기 전까지 그 이질감은 지속되고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사랑' 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이거나 혹은 감성적일 수 밖에 없는 단어가

   '최소한' 이라는 수치나 혹은 의무를 나타내는 단어와 결합된 데 대한 반감이었던가 보다.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울만큼의 반감.

   아직 사랑이란 것에는 '최소한' 지켜줘야 할 게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픈 건지 무언지.

 

 

2. 언젠가, 어디선가 읽었던 리뷰처럼 시종일관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어

   잘 다듬어진 문장의 유려함에 비해 이야기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앞서 말한대로 주인공이 접경 지역에 가기 전까지

   한 페이지마다 과속방지턱이라도 있는 듯 턱턱 걸리며 읽어나가곤 했다.

   어찌 된 조화일까 생각해보면

   분명 화자는 존재하건만 그녀의 존재감이 참으로 희미했던 데 있었던 것 같다.

   초반, 내가 희수에 대해 떠올렸던 이미지는

   가위질 당해 올이 풀려진 채 차디찬 물 위에 버려진 우울한 색의 체크무늬 천이었다.

   재질이 너무 고급이라 물조차 잘 흡수되지 않는 그런 천 말이다.

 

 

3. 작가의 말에도 거론된 예의 '접경지역' 으로 가면서 소설은 점점 흐름을 타기 시작하고

   희수의 얼굴에도 드물게나마 표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난 거기서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은 느끼지 못 하고 있었다. 왜 '최소한의 사랑' 이어야 했는지.

   만약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이라는 게 내가 짐작한 내용이 맞을지.

  줄곧 거론되기만 하는 유란이 나올 이유가 있으며,

   반짇고리 파는 노인 또한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의구심이 맴돌았다.

 

 

4. 그런데 언제 깨어졌는지도 모르는 새 얼음 위에 놓여있던 발은

   조금씩 얼음이 녹은 물에 젖어버렸고 문득 아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사랑' 이라는 이 이야기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가 최소한이라 규정하는 것이냐, 그래서 어떤 게 바람직한 사랑이라는 거냐'

   이런 태도는 불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

   굳이 정말로 정말로 구태여, 아무 의미 없이,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보자면

   '최대의 것들을 쫓다가 최소한의 것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흩어졌다가 모이고, 오고 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날엔가는 미워하던 것들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고 해두고 싶다.

 

 

5. 자극성 강한 음료라기보다는 맹물에 가까운 차 같은 느낌의 글이다.

   꽃이라기보다는 형형색색의 꽃이 수면에 떨어진 그대로 얼어버린 호수의 표면같은 글이다.

   따라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색상과, 기류와, 사람들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좀 먼 길을 걸어야 하며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은 제법 황량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조바심내며 목적지를 찾다가 돌아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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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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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모르는 일련의 감정들이 하나로 합체된 글- 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정말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나이. 스스로의 늙음을 자각하는 느낌.

   그럼에도 찾아오는 욕망. 혹은 사랑.

   그것들이 어느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오는지

   그거라도 잡지 않으면 정말 자기 인생이 덧없이 느껴질만한 것이었는지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2. 다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잠든 소녀를 보며 사랑에 빠졌다는 점이었다.

   잠에서 깨어 옷을 입은 그녀를 보면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다는 주인공의 말이

   과연 이게 사랑인가. 이것도 사랑인가 하는

   참으로 구태의연한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3. 그럼에도 "나쁘지 않아" 라며 스스로를 설득(?)시킬 수 있던 건

   글 전체에 감도는 꿈과 현실의 경계 어디쯤에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 탓이었던 것 같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맞나?)라 불리는 마르케스 씨의 소설이니

   어렵지 않게 환상이 펼쳐졌다가 또 어렵지 않게 현실로 돌아오고.

 

 

4. 허나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순전히 짧은 글보다 긴 글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 탓이라 생각된다.

 

 

5. 짧은 글과 뜨거운 곳의 정서(+ 욕망)는

   내가 쉽사리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6. 정말 난 친구 말마따나 '어쩔 수 없는 신파적 취향' 의 소유자인 듯 싶다.

   배수아씨의 철수도 그렇고,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도 그렇고

   문장 어딘가가 차갑고 딱딱하여 쉽사리 정이 가지 않음.

   어디까지나 내 감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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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 개정판 작가정신 소설향 5
배수아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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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처음에는 "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싶었고

   두 번째에는(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두 번째 읽으려다 말았을 때는)

   "아, 이걸 이야기하는 건가" 싶었고

   지금은 "아..." 까지는 아니더라도 "음..." 정도는 되는 듯 싶다.

 

 

 

 

2. 어떤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인생에서 먹고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으려 애를 쓰다

   종내에는 포기해버리고 마는 사람들.

   포기해버린 채 그냥 사는대로 살자 싶다가 문득 "내가 이걸 바랬던가"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서로 언성 높이는 일 없는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이것이 사회성이 발달했다거나 어른이 되었다기보다는

   그냥 나한테서 진심이 아예 사라져버린 게 아닐까 생각해보는 사람들.

   말 한 마디에 화내고 울던 그 때가 어쩌면 더 사람 같았을지도 몰라

   (조직 구성원 같진 않았을 테지만)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을 대다수의 사람들.

   그들의 면면을 한 명의 주인공 안에 응집시켜놓은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그렇게, 절대로 무의미한 것이 되어 나는 시간을 살아남았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두 번째 읽어보려다 포기했을 때 어쩌면 이것은 먹고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삶에 부여해보려고 발버둥치는 누군가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뭐 그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런 암시를 내비치는 문장도 있었고.

 

 

 

 

4.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이 찌들게 되면 다 같은 모양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 얘기를 하려 한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5. 문장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통에 사고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작가가 한국어로 쓴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문장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배수아를 말하며 종종 거론되곤 하는 '낯설고 불안한 매력' 을 살짝 엿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지만 그 외의 다른 목적(?) 이라면 다른 책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배수아 씨의 '독학자' 라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나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런지는 모르겠다.

 

 

 

 

6. 글을 따라가며 발생하는 감정이 궤도로 오르기까지. 그 시간이 너무 길다.

   그런데 궤도에 오르자마자 어느새 글이 끝나버린다.

   적잖이 허무한 감이 있다.

 

 

 

 

7. 최종결론....그냥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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