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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1.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느꼈던 이질감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지속되었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접경지역으로 가 그 동네에 녹아들기 전까지 그 이질감은 지속되고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사랑' 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이거나 혹은 감성적일 수 밖에 없는 단어가
'최소한' 이라는 수치나 혹은 의무를 나타내는 단어와 결합된 데 대한 반감이었던가 보다.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울만큼의 반감.
아직 사랑이란 것에는 '최소한' 지켜줘야 할 게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픈 건지 무언지.
2. 언젠가, 어디선가 읽었던 리뷰처럼 시종일관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어
잘 다듬어진 문장의 유려함에 비해 이야기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앞서 말한대로 주인공이 접경 지역에 가기 전까지
한 페이지마다 과속방지턱이라도 있는 듯 턱턱 걸리며 읽어나가곤 했다.
어찌 된 조화일까 생각해보면
분명 화자는 존재하건만 그녀의 존재감이 참으로 희미했던 데 있었던 것 같다.
초반, 내가 희수에 대해 떠올렸던 이미지는
가위질 당해 올이 풀려진 채 차디찬 물 위에 버려진 우울한 색의 체크무늬 천이었다.
재질이 너무 고급이라 물조차 잘 흡수되지 않는 그런 천 말이다.
3. 작가의 말에도 거론된 예의 '접경지역' 으로 가면서 소설은 점점 흐름을 타기 시작하고
희수의 얼굴에도 드물게나마 표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난 거기서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은 느끼지 못 하고 있었다. 왜 '최소한의 사랑' 이어야 했는지.
만약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이라는 게 내가 짐작한 내용이 맞을지.
줄곧 거론되기만 하는 유란이 나올 이유가 있으며,
반짇고리 파는 노인 또한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의구심이 맴돌았다.
4. 그런데 언제 깨어졌는지도 모르는 새 얼음 위에 놓여있던 발은
조금씩 얼음이 녹은 물에 젖어버렸고 문득 아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사랑' 이라는 이 이야기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가 최소한이라 규정하는 것이냐, 그래서 어떤 게 바람직한 사랑이라는 거냐'
이런 태도는 불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
굳이 정말로 정말로 구태여, 아무 의미 없이,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보자면
'최대의 것들을 쫓다가 최소한의 것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흩어졌다가 모이고, 오고 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날엔가는 미워하던 것들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고 해두고 싶다.
5. 자극성 강한 음료라기보다는 맹물에 가까운 차 같은 느낌의 글이다.
꽃이라기보다는 형형색색의 꽃이 수면에 떨어진 그대로 얼어버린 호수의 표면같은 글이다.
따라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색상과, 기류와, 사람들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좀 먼 길을 걸어야 하며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은 제법 황량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조바심내며 목적지를 찾다가 돌아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