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렇게 기이한 소설도 다 있구나 싶다.
사건이 사건을 불러서 꼬여만 가더니 결국 펑 하고 터진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하는 류의 갑갑함이 들지 않는 게 기이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위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재편집하며 남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또 자기가 보고 싶은 것까지만 보려 든다.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서사들을 책 한 권으로 본 느낌이라 기이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후련함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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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읽고 싶어요-읽고 있어요-읽었어요 사이에 읽다 말았어요 가 있어야 할 듯.

제목과 줄거리 요약만 ‘대충‘ 보고는
한 아이가 납치되었는데 그것이 어찌어찌 하다가 국가와 사회로 번져서 일어나는 일 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멋대로‘ 착각했고 그래서 읽고 싶었다.
허나 실제로 펼치고 보니
개종을 가장한 탄압에 대한 이야기였음.

사회 초년생 때 날 자기 교회로 끌어들이던 사수가 있었다. 당시 나는 지금의 몇 십배로 어리숙했고 무언가를 거절할 땐 머릿속으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 해본 뒤에나 가능했다. 여기에 추가로 사수는 나보다 몇 배나 덩치가 컸고 나이도 훨씬 많은 남성이었고 무엇보다 성격이 불 같아서 화나면 소리지르곤 했다.

아무튼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전이라
일요일 하루 쉬는데 교회 나오라는 압박에 못 이겨서 거기까지 끌려갔다.
심지어 집에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예배 후에 무슨 동년배 모임?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까지 갔다.

그렇게 끌려다닐 시기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건 예배 후의 모임에서 내가 사수에 대해 ‘사람한테 구원이랍시고 간섭해대는 병이 있는 것 같다‘ 고 한 것과 당시 모임?? 사람들이 ‘말이 심하다‘ 등과 ‘그럼 넌 여기까지 왜 왔냐‘ 등으로 반응한 것. 그리고 그 얘기가 사수의 귀에 들어갔다는 암시. 후에 사수가 불교가 더 좋냐 기독교가 더 좋냐 물었을 때 내가 ‘적어도 불교는 싫다는 사람 억지로 절에 끌고 가진 않지 않냐‘ 하자 사수가 ‘그건 불교가 사람들을 방치하고 있는 거라‘ 했던 거.

아무튼 그런 설전과 예배 후의 모임에서의 나의 독설이 사수의 귀에 들어간 일이 몇 차례 더 있고 나서야 사수는 날 교회에 끌고 가는 걸 포기했다.
그러면서 뭐랬더라.
‘니 마음대로 살아라‘ 라고 했던가.

사수 이후로도 몇 차례 더 그런 식으로 날 전도하려는 신앙인들의 접근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관계가 끊어지곤 했다.

비신앙인의 입장에서
신앙인들이 인식하는 세상이 어떤 건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 눈에 비신앙인의 우울, 불안, 고통 등이 어떻게 보이는지. 정말 그들 말마따나 그 모든 부정적 감정들이 믿음 하나로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고 믿는 건지 그게 진짜일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지금껏 날 전도하려 했던 신앙인에게
화가 나는 건 자기가 기대하는 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며
그것을 죄악. 배신. 사기 등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실제로 그 상황을 겪고 있는 나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겪지도 않은 자신이 시험이니 시련이니 말을 얹으며 믿음이 없어서 힘든 거라며 정의내리는 것이다.

제일 화가 나는 게 그거였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니들이 왜 내 상황과 마음에 대해 떠드냐.

뭔가 의미없이 길게 쓰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이 책을 포기하게 된 것도 그 이유다.
애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종교인들이 난리다.
진짜인지 지어낸 건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양쪽에서 들고 나와서 서로 공박하는 것만 줄창 읽다 보니
분노가 치밀어서 못 보겠음.

내가 궁금한 건 아이와 가족의 심경과
그에 따른 사회의 변화이지
신자를 두고 싸우는 종교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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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고질병(?)이 생긴 것 같다.

진지하게 사건을 되짚어 가는 와중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로맨스를 연출하는 걸 보면
‘저것이 지금 굳이 필요한 상황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

그리고 요즘 나오는 책이 다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사는 책마다 그런 건지
테베의 태양에 이어
또다시 아동대상 성범죄가 나오는 걸 보니
솔직히 좀 지침. 그리고 든 의문.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아동대상 성범죄가
이야기를 보다 비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키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것...

아니면 원래 그래왔는데
내가 새삼 자각하게 된 건지도 모르고...

아무튼 뭔가 뇌를 가볍게 하고 싶어
추리물이라던가 미스터리물 등을 읽으면
꼭 성범죄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책을 고르는 경향이 잘못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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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감이 드는 두께와 기묘하게 스산한 표지에 몇백 년에 걸친 가문의 어둠과 이를 우연히 목도한 이가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내용이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처참하게 배신당했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부분은
‘어둡고 비극적인 과거‘ 를 만들기 위해
왜 자꾸 성폭행이 이용되는가 하는 것.
특히 이 책에서처럼 어떤 단서도 기미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유년기의 그 사건으로 인해 그리 되었다
라고 해 버리면
글쎄...너무 게으른 선택이 아닐런지.

그리고 과거의 아픔, 충격적인 일, 씻지 못할 과거 등등으로 성폭행을 집어넣는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대상화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

차라리 다른 인물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훨씬 통일성이 있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 느껴지는 건
아주 얘기가 널을 뛴다는 것

배우자의 이중생활로 시작해서 갑자기 교회의 추악한 이면으로 넘어가더니 마지막은 가문을 위해 남편을 버린 비정한 악녀 로 끝...
거기다 틈틈이 형사추리물의 파트너쉽을 보여주고자 애씀...

아무리 가문의 어둠 속에 다 들어있는 얘기라 해도
이중생활, 교회, 비정한 여자 중 하나는 택일해서 끌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저 내 의견일 뿐이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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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도 서양도 아닌 어떤 곳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들.
무엇보다 너무 근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은 거리감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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