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끝에 건우아빠가 목구멍안쪽이 헐고 열이 나기 시작한다.
연우낳을 무렵에 발병한 건우아빠의 병은 완치가 되지 않은채 올해로 7년째다.
매일 아픈건 아니지만 재발하면 한달여를 입안이 헐고 관절이 붓고 고열이 오르내린다.
그와중에 그는 간간이 강의나가고 공부하고 옛동료들을 만난다.
그의 표현으로 당장 죽는병은 아니고 아프고 완치되지도 않지만 관리가 가능한 병이니 어쩔수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딴에는 면목없음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리라.
그도 그럴것이 연우낳을 무렵, 나는 직장생활에도 지쳐 있었지만 돈도 안돼면서 몇주씩 밥먹듯이 외박을 요구하는 그의 직장아닌 직장생활에 신물이 나 있었다.
건우와 둘이 잠든 밤에 이상한 협박성 전화라도 걸려오면 심드렁하게 받아넘기는척 했지만 아침까지 선잠으로 지새야 했다.
그해 나는 낳지도 않은 아이를 몇번이고 죽였다. 그리고 그해부터 시작된 건우아빠의 병은 그렇게 태어난 연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그의 병이 익숙해졌음일까? 건우아빠의 통증에 익숙해진만큼, 건우와 연우는 철이 들었다..
그는 병을 나에게 상의하지 않는다. 나역시 묻지 않는다. 내가 묻지 않는 것은 아직도 정리하지 않는 그의 일에 대한 서운함의 표시다. 그가 내가 정한 의미를 알든 모르든...
오늘 아침엔 입안이 헐어 밥을 먹지 못하는 건우아빠를 위해 따로 깨죽을 끓였다.
늘 먹는 밥에 물렸던 탓일까, 생전 죽을 입에도 대지 않던 아이들이 맨밥을 물리고 죽그릇에 달라붙어 아침부터 죽을 두번이나 데웠다.
볶은 찹쌀이 참깨와 함께 물속에서 넓게 퍼져가는 것을 보며, 이제 그의 병도 이렇게 퍼져 가족처럼 익숙하구나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