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선잠을 자기 시작한것이 3주쯤 되었다.
체격으로만보면 인심좋은 후덕한 아주머니건만, 일년이면 서너차례 불면증이 되풀이되는것 같다.
뚜렷이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방법도 알 수가 없다.
문득, 사는게 발밑이 불안하구나 느껴지면 그날부터 오래든 짧게든 편안한 잠이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불면은 역사가 길다.
십년도 더 전에 철밥통 같았던 직장에서 노조간부로 일하다가 해고되던해, 해고보다는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던 인간관계속에서 느꼈던 절망감이 복직이후에도 늘 가시처럼 남았었다.
혹은 그보다 더 전이었을까.
대학입시만으로도 힘겨웠던 고3무렵 갑자기 몰아닥친 빚쟁이들과, 이제부터 무슨일이든 혼자결정하고 책임져야한다는 고립감이 손톱을 세우고 목덜미를 할퀴는 짐승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때 이후로 자리잡은 막막함.
혹은 그보다 더전에 강경쪽다리밑에서 너를 주워왔노라는 엄마와 언니들의 놀리는 말을 들으며 <어쩌면 나에게 불우한 성장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턱없는 불안감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어도 이유가 명확하지않은 이 불안감은 도무지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더빨리 내가 늙어지기를 소망한다. 나이먹으면 세월뒤에 웅크린 불안감이란 놈이 조금씩 익숙해지기도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그리하여 밤마다 햇솜같이 편안한 단잠을 자고 싶다.